메뉴 건너뛰기

close

일본시민들에게 필자가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2014.10.17 ,도쿄 쵸후시 영상시어터 홀 8층)
▲ 쵸후시 일본시민들에게 필자가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2014.10.17 ,도쿄 쵸후시 영상시어터 홀 8층)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한국의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해 처음 들어보았어요. 내 또래의 젊은이들은 이런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역사적 진실을 말해주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특강을 계기로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나카무라 사쿠라(한국외대 유학생)는 정확한 한국어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지난 8일 오후 6시부터 한국외대 인문관 309호에서는 일본인 유학생을 위한 '항일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특강이 있었다.

이날 참석한 일본인 유학생들은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한국외대에서 유학하고 있는 학생 10여 명으로 이들은 주로 '한마당(ハンマダン)'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한일간의 문화교류 등을 하고 있는 윤조자 교수(전 명지전문대 교환교수)와 뜻을 같이 하는 학생들이었다.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는 일본유학생들(2014.12.8, 한국외대)
▲ 학생들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는 일본유학생들(2014.12.8, 한국외대)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이날 강의는 기자가 맡아서 했는데 나는 한국의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해 전혀 사전 지식이 없는 이들을 위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를 고민하다가 지난 10월 17일 일본 도쿄 쵸후시(調布市)에서 일본시민을 대상으로 했던 "식민지시대의 독립운동과 여성들"에 대한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

월간 <부인통신>의 수준 높은 독자들에게 필자가 한국의 여성독립운동가를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 (2014.10.18 일본 도쿄 요츠야 전국교육문화회관 회의실 )
▲ 부인통신 월간 <부인통신>의 수준 높은 독자들에게 필자가 한국의 여성독립운동가를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 (2014.10.18 일본 도쿄 요츠야 전국교육문화회관 회의실 )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미리 준비한 영상자료와 ppt자료를 보여주면서 나는 일제강점기 한국의 독립운동과 그 한가운데서 묵묵히 그러나 결코 나약한 모습의 여성이 아닌 당당한 한 인간으로서 일제에 항거하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생을 바친 여성들을 하나하나씩 소개해 나갔다.

특히 당시 서대문형무소(현 역사박물관)에 잡혀있던 여성독립운동가 유관순(18살 순국), 동풍신(17살 순국)을 비롯한 176명(2012년 서대문형무소 수감 여성독립운동가 자료)의 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이곳에 수감된 일제경찰이 작성한 수형자 카드 사진을 보여줄 때는 유학생들 눈망울이 또랑또랑해졌다. 이들은 아주 진지한 모습으로 경청했다.

모진 고문으로 22살의 꽃다운 나이에 순국한 고수복 애국지사의 수형카드
▲ 고수복 모진 고문으로 22살의 꽃다운 나이에 순국한 고수복 애국지사의 수형카드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현재 국가보훈처에서 서훈을 받은 여성독립운동가는 246명(2014.8.15일 현재)이다. 이들에 대한 소개를 일일이 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이날 나는 출신별로 여성독립운동가를 분류해서 설명했다.

기생 신분인 김향화와 33인 수원의 논개들, 유관순, 동풍신과 같은 만세운동 계열, 의병대장 윤희순, 여성교육에 헌신한 차미리사, 비행사가 되어 일본 황거를 폭파하겠다던 최초여자비행사 권기옥, 해녀 출신 독립운동가 부춘화 애국지사 등 주어진 1시간여가 짧았지만 당시 시대상황과 괄목할 만한 여성독립운동투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짚어갔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한 두 시간에 마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우리는 후일을 기약하고 이날 특강을 마쳤다.

모진 고문으로 22살의 꽃다운 나이에 순국한 고수복 애국지사의 수형카드
▲ 위패 모진 고문으로 22살의 꽃다운 나이에 순국한 고수복 애국지사의 수형카드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강의를 마치고 우리는 학교 앞 식당으로 옮겨 밤 10시가 다되도록 뒤풀이 자리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일본 유학생들도 한국의 대학생처럼 가장 큰 고민은 귀국 후 '취직'이었으나 이날 저녁만큼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특히 한일교류 모임인 '한마당' 회원들은 백제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공주권역 답사를 비롯하여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한국유학생활을 충실히 꾸려가고 있어 보기 좋았다.

"한국의 대학생들도 오늘 선생님이 이야기해주신 항일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해 많은 관심이 많나요? 저는 그게 궁굼해요."

이 말은 가와이 마나미 (한국외대 유학 중)의 질문이었다.

"관심이 거의 없다"고 하려다가 나는 "물론이지"라고 대답을 했다.  그러나 사실 한국의 대학생들이 독립운동사 특히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아니 이것은 비단 대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만난 수많은 대학생들, 그리고 일반인들은 그들 머릿속에 유관순 열사 외에는 단 1명의 여성독립운동가를 기억하고 있지 못했다.

한일관계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나는 뒤풀이를 마치고 나오는 자리에서 일본인유학생들에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이것은 '관심'을 먹고 자라는 나무라고 했다. 짧게는 몇 달짜리 어학연수부터 길게는 대학 4년간을 한국사회에서 머무는 일본 유학생들이 과거 일본제국주의의 쓰라린 역사를 기억하는 한국인들과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들어 보지 못하고 귀국한다는 것은 '수박 겉핥기식 유학'이라고 생각한다. 부족한 시간을 훗날로 미루고 식당을 막 나오려는데 식당 안에 켜있는 텔레비전 화면 가득히 '중국의 남경대학살 공개'라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일본유학생들에게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기념으로 찍은 사진(2014.12.8. 한국외대)
▲ 청중 일본유학생들에게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기념으로 찍은 사진(2014.12.8. 한국외대)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일본의 제국주의는 결코 그들이 말한대로 '대동아 공영'이 아니라 '대동아 학살'이었음을 역사는 죽지 않고 증언하고 있다. 다만 그것에 눈감고 있는 극악한 가해자와 피해자이면서도 그 가해자의 달콤한 꿀 몇 방울에 영혼을 파는 신 매국노들이 있어 가슴 아플 뿐이다.

일본 유학생들은 부디 일본에서 배우지 못한 한일간 과거 역사의 진실을 이곳에서 올바르게 알고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연은 모두 일본어로 이뤄졌지만, 유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은 대단했다.

덧붙이는 글 | 한국문화신문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여성독립동가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