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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토크 콘서트'에서 이른바 '종북' 발언을 했다며 논란이 되고 있는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가 12월 10일 세계인권의날을 앞두고 유엔인권이사회에 보낸 자필 서한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희망정치연구포럼 황선 대표가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통일토크콘서트 종북 몰이'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희망정치연구포럼 황선 대표가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통일토크콘서트 종북 몰이'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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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들로 한 명은 미국, 한 명은 남한에 살고 있으며 북한을 여러 차례 방북한 경험이 있습니다. 북한의 현실이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알려진 것들도 대부분 왜곡되어 있기에 저희는 미국과 남한에서 많은 강연과 저술 활동을 통해 북한의 현실을 소개해 왔습니다.

북한의 현실을 정확히 아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통일에 도움이 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런 활동의 일환으로 저희는 지난 11월부터 함께 남한 전역에서 토크문화콘서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한의 일부 방송·언론 매체들이 저희를 매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저희가 콘서트에서 하지도 않은 말들을 지어내 마치 저희가 북한의 지령을 받아 북한을 찬양한 것처럼 묘사하였습니다.

그들은 심지어 "북한의 강물이 맑다", "북한 맥주가 맛있다", "북한이 세쌍둥이 출산을 특별히 돕는다"는 말조차 거짓말로 치부하며 북한을 찬양한 것이라고 비난하였습니다. 그리고 남한 정부와 수사기관은 수사에 착수하겠다, 입국 금지를 검토하겠다면서 저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관련기사 : 신은미씨, 청와대에 '박 대통령 면담 요청서' 접수)

방송·언론 매체들의 허위·왜곡 보도가 도를 지나치고 있어 저희들은 큰 고통을 느끼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저희를 북한의 간첩 정도로 인식하면서 피하고 있으며 심지어 가족, 친척, 친구들조차 '연락하지 말라', '찾아오지 말라'며 저희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런 심각한 사회적 따돌림으로 인해 저희는 물론이고 콘서트를 준비한 주최 측과 관객들까지, 나아가 평화와 남북통일을 바라는 민족 구성원 전체가 상처를 입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남한에는 국가보안법이 있어 북한을 찬양하면 처벌을 합니다.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귀 기구(유엔인권이사회)에서도 잘 알 것으로 생각합니다. 분단 현실을 핑계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점을 표현하는 것조차 '북한 찬양'으로 간주하고 처벌하는 것은 인류 보편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박탈하는 것입니다.

또한 몇 해 전부터 남한에는 극심한 '종북 마녀사냥'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정부를 비판하거나 남북 화해와 통일을 주장하면 '종북 세력'이라고 낙인 찍고 방송·언론이 집중 공격해 사회적으로 매장해 버립니다. 국가보안법 등을 내세워 사법 처리를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는 개인의 이메일, 전화통화 기록, 메신저 프로그램 사용 기록을 동의 없이 열람하며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마치 과거 남한에 존재했던 군사독재정부 치하나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당 치하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국경에 관계없이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고 전달하는 자유"

통일 콘서트의 강연 발언으로 논란이 된 재미동포 신은미(53)씨가 5일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통일 콘서트의 강연 발언으로 논란이 된 재미동포 신은미(53)씨가 5일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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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많은 시민들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며 자기검열에 빠져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도 이런 유형의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제12조에 따르면 "자신의 명예와 신용에 대하여 공격을 받지 아니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희는 단지 저희가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점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명예와 신용에 대해 극심한 공격을 받았습니다.

또 제19조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간섭받지 않고 의견을 가질 자유와 모든 매체를 통하여 국경에 관계없이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고,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제19조 2항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구두, 서면 또는 인쇄, 예술의 형태 또는 스스로 선택하는 기타의 방법을 통하여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며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1990년 7월 10일부터 이 국제규약을 국내에 적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명백히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한 명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모두에게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1963년 4월 16일 버밍엄 감옥에서 보낸 편지에 실린 말입니다. 저희는 저희가 받은 피해가 결코 저희 두 사람의 피해로 끝난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지금 남한에 살고 있는 모든 시민들은 국가보안법 하에 놓인 상태에서 왜곡·편파보도를 일삼는 방송·언론에 의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종북 마녀사냥'의 분위기로 공정하게 남북한의 평화을 주장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바라는 것은 대단한 게 아닙니다.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모든 사람에게 보장하라는 것입니다. 왜곡·편파보도로 사람들을 부당하게 공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비이성적인 '종북 마녀사냥'으로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매장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저희는 인류의 보편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통일을 위해 외롭게 싸우고 있습니다. 귀 기구(유엔인권이사회)에서 남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에 관심을 갖고 도와줄 것을 간절히 요청합니다.

2014. 12. 7. 신은미, 황선


태그:#신은미, #황선, #통일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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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음대 졸업.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 음악박사. 전직 성악교수 이며 크리스찬 입니다. 국적은 미국이며 현재 켈리포니아에 살고 있습니다. 2011년 10월 첫 북한여행 이후 모두 9차례에 걸쳐 약 120여 일간 북한 전역을 여행하며 느끼고 경험한 것들 그리고 북한여행 중 찍은 수만 장의 사진들을 오마이뉴스와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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