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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근무하는 강명초는 지난 2011년 3월 1일자로 서울형혁신학교로 지정됐습니다. 이제 4년의 기간을 보내고 오는 2015년 2월 말로 지정기간이 끝납니다. 지난 10월 22일에는 300여 명의 서울시와 타시도 교육관계자를 모시고 '서울형혁신학교 4년 운영보고회'를 마쳤습니다. 4년 동안 우리 학교가 걸어온 길을 정리해서 235쪽짜리 백서(서울형혁신학교 강명초 4년의 기록 '함께 만들어 가는 강명초 이야기')까지 냈습니다.

 10월 22일, 서울시는 물론 타시도 교육관계자들이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형혁신학교 4년 운영보고회를 진행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하라고 해서 한 것이 아니라, 본교가 자발적으로 진행한 것입니다.
▲ 서울형혁신학교 4년 운영보고회 1부 모습 10월 22일, 서울시는 물론 타시도 교육관계자들이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형혁신학교 4년 운영보고회를 진행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하라고 해서 한 것이 아니라, 본교가 자발적으로 진행한 것입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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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에는 8가지 주제로 분과를 나누어서 분과별로 운영을 했습니다.  이 사진은 4분과로 교육과정재구성, 수업과 평가 주제로 본교 교사의 발제로 외부 참가자들과 함께 토론을 했습니다.
▲ 서울형혁신학교 4년 운영보고회 분과별 운영모습 2부에는 8가지 주제로 분과를 나누어서 분과별로 운영을 했습니다. 이 사진은 4분과로 교육과정재구성, 수업과 평가 주제로 본교 교사의 발제로 외부 참가자들과 함께 토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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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4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습니다. 지난 4년은 2010년 6월 당시 곽노현 서울교육감 당선자가 내세운 '혁신학교 공약' 이후, 학교와 교육 한 번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는 간절함을 가슴에 품고 불나방처럼 뛰어들어 오직 발 아래만 헤치면서 달려온 세월이었습니다.

4년 운영보고회 후 우리 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의 2015학년도 서울형혁신학교 공모에 다시 응모했습니다. 다행히 다시 서울형혁신학교 지정이 확정 통보돼, 이제 다음 4년을 새롭게 준비하는 시점에 서 있습니다. 이제서야 지난 4년을 뒤돌아보는 여유를 갖게 됩니다. 옆도 보이고 저 멀리 앞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세 명의 교육감을 맞이하며 온탕과 냉탕을 오간 지난 4년

우리 학교가 서울형혁신학교를 운영하면서 지난 4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일은 뭐니뭐니해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교육감이 세 번이나 바뀐 것입니다. 교육감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서울형 혁신학교는 덩달아 온탕과 냉탕을 오갔습니다.

첫 해 곽노현 교육감의 학교혁신의 의지에 힘입어서 겨우 길을 찾았나 싶을 때 곽노현 교육감이 물러났습니다. 이어서 '반 곽노현-반 혁신학교'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문용린 교육감이 들어서면서 서울형 혁신학교는 호된 시련을 맞았습니다. 학교는 그대로인데 곽노현 교육감 때 효자 취급을 받던 서울형 혁신학교는 문용린 교육감이 들어서자 갑자기 '패륜아' 취급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혁신학교 운영 2년이 되던 즈음에, 학교에서 해야 할 일도 산더미 같은데, 우리 학교는 갑작스럽게 정책감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관련기사: 서울형 혁신학교, 죄가 있다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한 죄!] 또 갑작스럽게 혁신학교에 대한 평가를 하는 등, 서울시 교육청의 반 혁신학교 정책에 맞서 싸우면서 혁신학교를 지키기 위해 학교 바깥 일로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습니다. [관련기사: 우리가 혁신학교 평가에 협조하지 않는 이유]

당시 서울시 교육청은 서울형 혁신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생산해서 언론에 흘리면서 혁신학교를 폄훼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서울형 혁신학교가 짧은 기간 동안 이룬 긍정적인 성과가 큰 데도, 부정적인 내용만 왜곡해서 확대 생산하는 데 열을 올렸습니다. 혁신학교 교사로서 매우 안타깝고 속상했습니다.

당시 퍼진 '혁신학교 폄훼'는 지금까지도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서 혁신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이번 서울시 교육청이 시행한 2015학년도 서울형 혁신학교 공모가 타시도의 치열한 열기와 달리 미달사태를 겪게 되지 않았나 합니다. 

힘들었지만 보람있고 행복했던 지난 4년

없던 길을 내면서 처음 가는 길이라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힘들었습니다. 또, 교육감이 세 번 바뀌면서 오락가락한 서울시 교육청 혁신학교 정책도 우리를 더 힘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험란하기만 했던 지난 4년을 돌아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우리 학교를 보고 서울형 혁신학교의 '성공적인 모델'이라는, 분에 넘치는 칭찬을 해주기도 합니다. 지난 4년 참 힘들었지만, 그러나 우리가 보낸 힘든 시간만큼 많이 깨닫고 성장했고, 그 어느 때보다 보람있고 행복했습니다. 본교가 혁신학교로서 잘 왔다고 생각하는 까닭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학교운영을 할 때 전체 교원들이 다 같이 '함께'가려고 노력한 것.
둘째, 특히 관리자와 교사들이 서로의 입장과 견해 차이를 조율하며 힘을 모아 잘 지내온 것.
셋째, 행정실, 비정규직까지 모든 교직원이 소통이 되면서 협력해서 온 것.
넷째, 그 어느 때보다 교육에 대해 동료 교사들과 많이 깊이 고민해 본 것.
다섯째, 그 어느 때보다 지난 4년 동안 개인적으로 많이 깨닫고 성장한 것.
여섯째,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것을 좋아하고, 공부시간에 재밌게 참여하는 것.
일곱째, 학교에 오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고 학부모들이 좋아하는 것.(이번 2015학년도 서울형혁신학교 재신청 의견을 물었을 때 학부모들의 (제출자의) 약 96%가 찬성을 했습니다.)
여덟째, 우리 학교에서 지난 4년 동안 운영한 내용을 보고, 서울시내는 물론 타시도 교육청이나 일반학교에서도 '그렇게 하는게 맞다!'고 동의하면서, 배우겠다고 하는 것.

학교교육에 비로소 희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학교가 서울형 혁신학교로서 가장 잘 왔다고 생각하는 것은 혁신학교를 운영하면서 비로소 학교교육에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혁신학교에 온 아이들은 학교를 '가기 싫은 곳'에서 '가고 싶은 곳'으로, 공부는 '지겨운 것'에서 '재미있는 것'으로 바꿔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들은 '아이를 맡긴 죄인'과 학교 행사 때마다 '동원되는' 사람에서, 학교교육을 함께 고민하면서 바꾸어 가는 주체로 서게 되면서, 학교는 학부모도 함께 '참여하며 성장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교사인 저를 보더라도, 혁신학교 교사가 되기 전에는 부끄럽게도 학교교육에 대해 깊은 슬픔과 절망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학교는 어쩔 수 없는 체제의 한계가 있어서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학교 안에 있는 한 저 역시 학교가 저지를 수밖에 없는 '나쁜 교육'의 공범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혁신학교를 4년 운영하고 나서, 학교는 '안 된다'에서 '된다'로, 나아가 '학교교육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학교교육에 희망을 갖게 된 것, 이것이야말로 그 어떤 성과보다 가장 값진 혁신학교 4년의 큰 성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 2011년부터 2013년 3월까지 연재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기사를 다듬고 보태서 2013년 6월에 살림터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태그:#서울형혁신학교, #혁신학교 4년, #혁신학교4년운영보고회, #서울강명초등학교,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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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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