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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문화예술봉사단장 나덕주 씨. 어렸을 때 부모 속을 썩이는 말썽꾸러기에서 자원봉사를 삶의 즐거움으로 삼고 산다.
 빛고을문화예술봉사단장 나덕주 씨. 어렸을 때 부모 속을 썩이는 말썽꾸러기에서 자원봉사를 삶의 즐거움으로 삼고 산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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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을 400번 이상 하고, 신장(콩팥)을 기증했다. 사후 시신 기증까지 약속했다. 그러고도 이웃을 위한 봉사를 일상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나덕주(53, 빛고을문화예술봉사 단장)씨 이야기다. 그는 지난 10월 전라남도가 주는 '자랑스러운 전남인 상'을 받았다. 지난달 27일 그를 직접 만났다.

헌혈 400여 번에 신장 기증까지...

나씨의 봉사 활동은 하나하나 나열하기 버거울 정도다. 헌혈은 1985년부터 해왔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O형을 급히 구한다는 자막을 보고 처음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올 11월 말까지 모두 405번을 했다.

"만 70살까지 헌혈이 가능하답니다. 앞으로도 18년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건강이 허락한다면요. 70살까지 헌혈한다는 건 저도 좋은 일이죠. 그만큼 제 몸이 건강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400번째 헌혈을 하고 있는 나덕주 씨. 나 씨는 1985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405번의 헌혈을 했다.
 400번째 헌혈을 하고 있는 나덕주 씨. 나 씨는 1985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405번의 헌혈을 했다.
ⓒ 나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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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씨의 말이다. 신장은 지난 2005년 장기기증운동 본부를 찾아가 기증 약속을 한 이듬해 서울 아산 병원에서 떼어 줬다. 그의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의 얼굴을 보지도 않았다. 앞으로 볼 생각도 없다. 다만 건강하게 살고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사후 각막과 시신도 기증하기로 이미 등록을 마쳤다.

자원봉사도 오래됐다. 그의 자원봉사 시간이 벌써 2만 시간을 넘었다.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다녔다. 지난 4월 세월호 침몰 사고로 큰 고통을 겪은 진도 팽목항도 예외가 아니었다. 2만 시간 자원봉사자는 전국에서 50명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료 급식 봉사도 일상이다. 나씨는 2006년부터 재작년까지 매일 직업 소년원 사랑의 식당에서 아침과 점심 무료 배식에 참여했다. 식당 안팎의 청소도 열심히 했다. 지난해엔 아예 식당을 직접 차려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식사를 무료 제공했다.

나덕주 씨는 이웃을 위한 봉사를 일상으로 살고 있다. 나 씨가 지난 겨울 연탄배달 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나덕주 씨는 이웃을 위한 봉사를 일상으로 살고 있다. 나 씨가 지난 겨울 연탄배달 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 나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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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기부도 해왔다. 나씨는 수년 전부터 한 복지 시설의 학생들에게 교통카드를 선물해 오고 있다. 겨울엔 어려운 이웃에 틈나는 대로 연탄도 배달했다. 어려운 이웃들이 가져갈 수 있는 마을 뒤주에 쌀을 담아 놓는 일도 다반사였다. 동자승들이 사는 장성의 한 암자에 과자와 음료수도 가져다줬다.

광주천의 쓰레기 수거 활동은 새벽에 하는 일이다. 나씨는 새벽 5시쯤 마대 포대와 집게를 들고 광주천으로 나가 쓰레기를 줍는다. 천변을 2시간 가량 오가며 건강까지 챙기니 '도랑 치고 가재도 잡는 격'이다.

"학교 다닐 때 부모님 속을 참 많이 썩였어요. 중3때부터 한눈을 팔기 시작했고,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했으니까요. 시쳇말로 '꼴통(말썽꾸러기)'이었죠. 21살 때 아이를 낳았으니, 오죽했겠어요? 부모님이 노발대발하셨죠. 집에도 못 들어오게 하고, 눈앞에 얼씬도 못하게 했으니까요."

남을 위한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물으니 나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집에서 쫓겨난 나씨는 그날부터 돈을 벌기 위해 매달렸다. 이것저것 가릴 여유가 없었다.

"안 해본 것 없이 다 해봤어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과일도 팔아봤고, 화장지 행상도 해봤고요. 방법이 없잖아요. 먹고 살려면, 처자도 먹여 살려야 하고..."

옛 이야기를 하던 나씨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기도 한다. 부모한테 지은 죄를 속죄하는 마음으로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나덕주 씨는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급식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직접 식당을 차려 봉사를 하기도 했다. 사진은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엣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있는 모습이다.
 나덕주 씨는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급식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직접 식당을 차려 봉사를 하기도 했다. 사진은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엣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있는 모습이다.
ⓒ 나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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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어르신들을 보면 내 아버지 같고, 어머니 같아요. 못다 한 효도라도 하려는 마음이죠. 그래서 어르신들한테 무엇이든지 해 드리고 싶어요. 식사 한 끼라도 따뜻하게 대접해 드리고 싶고요."

혼자 살거나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대하는 나씨의 마음이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한 국악 연수원의 사무 국장을 맡은 건 행운이었다. 자연스레 음악인들과 어울렸다.

"봉사 활동이 음악과 함께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르신들께 국악도 보여주고 서양음악도 들려주고요. 봉사도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나씨의 봉사활동이 문화 예술과 만나게 된 배경이다. 나씨는 빛고을문화예술봉사단을 꾸렸다. 올해 10년째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복지관이나 요양원 등 복지 시설을 찾아다니며 622회 공연을 했다. 오는 6일에도 지역의 어르신들을 초청해 잔치를 갖는다. 밸리댄스, 가야금 병창, 트로트, 민요, 통기타 공연 등으로 이뤄진다.

자원봉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나덕주 씨. 광주에 있는 빛고을문화예술봉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자원봉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나덕주 씨. 광주에 있는 빛고을문화예술봉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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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봉사단은 100여 명의 단원과 450명의 회원으로 이뤄져 있다. 그는 이 봉사단의 단장을 맡아 공연 기획과 연출을 담당하고 있다.

"언제까지나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이웃과 나누며 살고 싶어요. 바람이 있다면, 조금은 넓은 공간을 마련했으면 하는 거고요.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공연을 보여 드리면서 무료 급식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을요."

나씨의 소박하면서도 큰 소망이다.


태그:#나덕주, #빛고을문화예술봉사단, #헌혈, #꼴통, #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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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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