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제유가가 4년만에 역대 최저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최근 흔히 볼 수 있는 신문기사. 4년만에 역대 최저 유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서울> 기사 제목.
▲ 국제유가급락 최근 흔히 볼 수 있는 신문기사. 4년만에 역대 최저 유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서울> 기사 제목.
ⓒ 스포츠서울

관련사진보기


국제유가가 하락중입니다. 올해 7월부터 꾸준히 하락하고 있지요.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뉴욕상품거래소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떨어져 69.05 달러가 됐습니다. 29일엔 68.05 달러로 떨어졌습니다.

통상 유가는 우리나라의 겨울에 해당하는 계절에 상승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우리나라 즉, 북반구가 겨울이면 아래쪽 남반구는 여름인데 왜 그럴까요? 이는 북반구에 상대적으로 국가들이 집중되어 있고, 그 국가들이 기름을 태워 겨울을 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겨울임에도 기름가격이 하락하는 이상현상이 보여지고 있는데요. OPEC 현물가격 역시 배럴당 80달러 전후를 보이다가 현재는 하락하여 73달러선이 깨진 상태입니다.

68달러 선에 다다른 WTI 추이
 68달러 선에 다다른 WTI 추이
ⓒ 뉴욕 선물거래소

관련사진보기


여기서 국제석유 시장의 구성에 대해 알아볼까요? 국제석유 시장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서부텍사스 중질유 즉, WTI 라 부르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북대서양 브렌트유, 마지막으로는 두바이유가 있습니다. WTI는 주로 미국내에서 소비가 이루어집니다(최근에는 셰일가스의 충분한 공급으로 해외로도 수출되고 있긴 합니다). 그리고 브렌트유는 유럽을 중심으로 소비가 이루어집니다. 마지막으로 두바이유는 중동과 아프리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권에서 소비가 이루어지지요. 즉,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은 두바이유에 연동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짱구도 아니고 옆 동네 브렌트유를 100원에 팔고 있는데, 200원 주고 두바이유를 사올 이유는 없겠지요. 따라서 국제유가는 서로서로 어느정도 연동이 되어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국제유가의 거침없는 하락세는 무엇때문인지 알아볼까요? 여기에는 크게 4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1. 2012년부터 미국에서 터진 셰일가스

미국에서는 2012년 피크오일을 해소시킨 바로 그 유명한 셰일가스가 터져 나옵니다. 이 때문에 오일에 대한 공급과잉 압력이 있었던 것이죠. 실제로 이는 미국 물가지수를 대폭 하락시킵니다.
2013년도 지속적으로 물가가 하락하고 있는 미국 경제의 모습입니다
 2013년도 지속적으로 물가가 하락하고 있는 미국 경제의 모습입니다
ⓒ 뉴스핌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셰일가스 이후에도 유가는 100달러선 언저리에 머물렀더랬지요. 즉, 이는 현재의 유가수준에 대한 직접 원인은 아닙니다.

2. 유럽, 중국, 일본의 경기가 다시 악화되었기 때문

2008년 석유가격 추이. 피크오일에 두려움 때문에 미친듯이 올라 140불을 찍고 단 번에 40불 저점을 깨는 모습입니다.
 2008년 석유가격 추이. 피크오일에 두려움 때문에 미친듯이 올라 140불을 찍고 단 번에 40불 저점을 깨는 모습입니다.
ⓒ 신승규

관련사진보기


유럽의 경우 2분기부터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요. 때문에 아베노믹스에 대항해 양적완화 자산매입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며칠전 중국 금리 인하로 이마저도 도루묵이 된 듯합니다만, 어쨌든 우리나라에는 다분히 좋은 소식이었지요. 중국은 무엇보다 부동산 버블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가계부채와 지방정부 부채 역시 무시할 수 없지요. 일본은 엄청난 엔저현상에도 불구하고 아베노믹스의 한계점이 어느정도 들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다 올 7월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는 지표들입니다.

이 3경제권의 경제지표와 복합적으로 석유에 대한 수요 하락을 견인하면서 오일 가격에 영향을 준 것이 맞는 분석일 듯 합니다.

3. 2010년 미국에서 재정된 도드 프랭크법

도드 프랭크법은 미국이 2008 금융 위기 이후 유사한 위기상황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2010년에 재정한 법률입니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가 은행을 포함한 예금취급기관 및 계열회사의 위험투자를 제한하고, 은행 및 비은행 금융회사의 대형화를 억제하기 위하여 만든 금융기관 규제책인 것이죠.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자 오바마 정부의 백악관 경제회복 자문위원회(ERAB) 위원장인 폴 볼커(Paul Volcker)의 제안이 대폭 반영되어 볼커룰(Volcker rule)이라고 부릅니다.​

폴 볼커 오빠. 젊었을적 모습이다
 폴 볼커 오빠. 젊었을적 모습이다
ⓒ 타임즈

관련사진보기



이 볼커룰 중 금융기관 그 중 특히 은행들이 자기 돈으로 혹은 레버리지를 차입하여 투기적인 거래를 할 수 없도록 금지를 한 내용이 있는 것입니다. 이 도드 프랭크법이 시행된 것이 바로 올해 4월경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내 금융기관들의 투기거래가 말 그대로 법적으로 불가능해져 버린 것이죠. 그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각 금융기관들은 해당 부서를 폐지할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폐지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 바로 7월부터인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투기적 수요가 사라지면서 그동안의 버블이 꺼지게 된 것이죠. 더구나 석유는 탄력성이 낮은 상품입니다. 이러한 수요와 공급에 대한 영향을 가중Accumulative하여 받게 됩니다.

투기수요로 인한 석유 가격의 변화는 2008년에 급락, 급등을 하면서 이미 증명된 바가 있습니다.

4.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치킨게임

셰일 가스를 바탕으로 미국이 석유시장에서 힘이 점점 세지자, 사우디는 이에 대해 불안감을 느껴온 것이 사실입니다. 사우디는 OPEC 석유 생산량의 30% 이상을 생산하는 석유강국입니다.

미국이 셰일 가스를 시장에 밀어넣자 석유시장에 공급을 퍼붓는 효과가 발생하여 자꾸 유가가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나게 되고, 사우디 아라비아 입장에서는 결국 그 손해를 떠안게 되는 형국인 것이죠.

과거의 모습대로라면 석유 가격이 떨어지면 OPEC가 담합하여 석유생산을 줄이게 됩니다.
석유생산을 감산하면 자동적으로 유가가 대폭 상승해버리는 것이죠. 그런데 미국 셰일가스가 물량을 받쳐주다보니 사우디 등의 OPEC 국가가 이러한 전략을 필 수가 없게 되버린 것입니다.

이에 대해 휴스턴 대학의​ Craig Pirrong 교수가 "The Saudis: crazy like a desert fox?"(Nov 2014).라는 칼럼을 통해 아주 재미있는 인사이트를 내어놓았습니다.​Craig Pirrong 교수가 ("The Saudis: crazy like a desert fox?" Nov 2014) 칼럼 보고싶다면 클릭!!

러시아는 미국-유럽의 경제 제제로 위 기사에는 한화로 160조로 되어있으나, 달러로 환산하면 1400억 수준의 손실을 ?보았다
 러시아는 미국-유럽의 경제 제제로 위 기사에는 한화로 160조로 되어있으나, 달러로 환산하면 1400억 수준의 손실을 ?보았다
ⓒ 아주경제

관련사진보기


사우디가 오히려 역공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죠. 과거의 감산 정책에서 벗어나 반대로 증산을 하여 약탈적 가격정책 (Predatory Pricing Strategy)을 통해 유가하락을 부추긴다는 것입니다. 이로인해 유가가 100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면 사우디 아라비아가 그 피해를 뒤집어 쓰는데 오히려 증산을 통해 유가를 70~80달러 수준으로 더 떨어뜨려버리면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업자들이 몰락해 시장에서 쫓겨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국제 유가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놓고 싸우는 구도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에 대한 미국의 오바마의 입장은 어떠할까요. 미쿡은 이에 대해 오히려 환영하는 입장인 듯 합니다. 미국의 경우 FRB가 출구전략을 하면서, 이제 내년에는 조기 금리인상의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달리 말하면, 미국 경제를 떠받쳐야 하는 상황인데 유가가 하락하면 소비자 물가지수에도 영향을 주어 소비가 증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경기에 호제가 되는 것이죠. 더구나 앞서 말했듯이 유럽, 중국, 한국, 일본 경제가 하강하고 있는 현재에, 유가가 하락하면 이 지역에 대한 경제부양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빌미로 미국은 러시아에 경제 제제를 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최대 수출품은 천연가스인데요. 유가가 하락하면 자연스레 러시아 수출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되겠지요. 이는 러시아에 매우 불리합니다. 미국은 당연히 쾌재를 부르겠지요.

미국의 최대 견제국인 이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꼽사리로 베네주엘라까지 건드려주니 두 말 할 필요도 없는 것이지요. 향후 석유가격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요? 분명한 것은 저점에 다다르고 있고, 상승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나 분석에서 살펴보았듯이, 4가지 요인 모두 Institutional 즉, 장기적인 요인입니다.​

모든 요인들은 글로벌 요소로서, 상당히 지정학적인 다이나믹스로서 일시에 해소될 부분은 아닙니다. 따라서 저유가의 추세는 상당기간 유지될 기조가 높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chunje0)에도 게재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국제유가, #휘발유가격, #셰일가스, #유가하락, #기름값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