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누리과정 예산 합의 혼란에 책임을 지고 간사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히고 있다.
▲ 신성범 교문위 간사 "누리과정 예산 합의 혼란 책임지고 사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누리과정 예산 합의 혼란에 책임을 지고 간사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히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여당이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미편성에 따른 내년도 보육대란을 자초하는 모양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양당 간사는 20일 오전 긴급회동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 논란을 해결할 '고육지책'을 만들었다. 그런데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나서서 이를 폐기했다. 주무 장관과 소관 상임위 간사 간 합의를 당 지도부가 '원점'으로 강제 복귀시킨 셈이다. 여당 교문위 간사인 신성범 의원은 "혼선에 대한 책임을 지려 한다"라며 간사직을 사퇴했다.

황 장관과 여야 교문위 간사인 새누리당 신성범·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최종 쟁점으로 남은 누리과정 예산 순증액의 국고 지원 여부를 결정했다. 내년도 누리과정에 새로 편입돼 순증되는 예산 5천여억 원을 교육부 예산으로 지원하되, 나머지 예산은 각 시·도 교육청의 지방채 발행으로 메운다는 안이었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교문위에서 누리과정 순증액 예산 5천여억 원을 교육부 예산으로 편성해 국회 예산결산특위로 넘기고 예결위에서 그 지원규모를 최종 확정해 지방채 발행 규모를 줄이자는 내용의 구두 합의였다"라며 "국비 지원과 지방채 발행 규모를 연동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예결위가 오는 30일까지 예산심사를 마쳐야 하는 상황에서 최종 난관으로 꼽히던 교문위의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어렵사리 해법을 찾은 셈이다. 이는 앞서 황우여 장관과 일부 교육감이 긴급 회동해 합의한 사안이기도 하다(관련기사 : 누리과정 예산은 누구 책임? 새누리당의 역주행). 이 구두합의는 '야당 발(發)'로 신속하게 보도됐다. 교문위도 이날 오후 예산심사를 재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보도 직후 "합의한 바 없다"라며 이를 뒤집었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을 찾아 "상임위 간사 차원에서 어떤 의견이 오갔는지는 모르겠으나 당 지도부와 사전 논의하거나 협의한 사실이 없다"라며 "우리 당은 그런 합의를 할 의사가 전혀 없다"라고 밝혔다. 

또 "우리 당은 (각 시·도 교육청의)지방채 발행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고 그 지방채의 이자부담을 국고에서 부담한다는 입장을 개진한 바 있다"라며 "이는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부칙 2조에 따른 명백한 법적 근거가 있고 이런 토대 아래서 (예산이) 편성되고 있으니 반드시 지켜져야 할 사항"이라고 못 박았다.

"그런 합의 있다면 즉각 중단하라고 지시... 황우여 장관이 월권"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지난 10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와 소속기관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누리과정 예산 관련 답변하는 황우여 장관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지난 10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와 소속기관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번 구두합의를 '월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구두합의를 누가 했는지 모르겠다, 원내지도부에 일언반구 없었고 그런 합의가 있었다면 즉각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라며 "황우여 장관이 그랬다면(합의에 관여했다면) 황 장관이 월권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누리과정 예산은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부칙 2조에 근거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편성하도록 돼 있고 그런 시스템은 앞으로도 존중돼야 한다"라며 "국고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부담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또 "여야가 예산심사 과정에서 법령을 위반해 합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행정입법인 시행령으로 '무상보육 시행 비용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거나 보조해야 한다'고 규정한 상위법(영유아보육법)과 충돌하는 게 문제"라는 각 시·도 교육청과 야당의 반박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영유아보육법과 시행령은 일치돼 있다"라며 "대신 (각 시·도 교육청의) 지방채 발행 한도를 높여주는 지방재정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방재정교부금은 중앙정부가 거둬들인 내국세의 20.75%를 법적으로 보낸 것"이라며 "중앙정부가 돈을 보내면서 사용처를 정한 것인데 교육청에서 (지방재정교부금을) 당초부터 지방정부의 재원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라고 주장했다.

즉, 황 장관과 양당 교문위 간사가 '위법'한 합의를 한 만큼 수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른 교문위 예산심사 파행 여부도 이미 기정사실화 했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교문위 예산심사가 오늘 오전 중으로 처리된다면 모를까, 이미 시간적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라며 "예산안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예결위에서는 정부안을 갖고 심사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처럼 전개되자, 합의 당사자 중 한 명인 신성범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간사직을 사퇴했다.

그는 "파행 중인 교문위를 정상화 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당 원내지도부를 포함한 당 지도부와 사전·사후 협의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구두합의 했다"라며 "이 상황에서 (구두합의 사실이) 보도되면서 당 지도부의 추인을 받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큰 혼란을 초래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은 없다, 법률적으로 본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건 명확한 사실"이라며 "제가 교문위의 정상화에 몰두한 나머지 당 안팎의 사정을 살피지 못해 혼란을 초래했기 때문에 간사직 사퇴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무 장관과 소관 상임위 간사 간 합의를 당 지도부가 뒤집을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이번 사안이 상임위 재량권에 해당되느냐, 고도의 정무적 판단인 만큼 예결위나 원내대표 협상에서 해결될 것인지는 모두 판단이 조금씩 다를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다만, 신 의원은 "(합의에 나섰던) 우리는 교문위에서 이렇게 올리면 예결위 차원에서 여야 협상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봤는데 당 지도부는 재정원칙이나 법령까지 위반하면서 합의할 수 없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여야 간사와 장관이 합의한 내용이 몇 분 만에 뒤집어지나"

결국 주무 장관의 중재 노력도, 상임위 차원의 해결도 모두 무산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야당은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서영교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교문위 간사와 교육부 장관이 누리과정 예산의 돌파구를 서로 양보하면서 찾아냈는데 갑자기 새누리당 김재원 수석이 부인했다"라며 "새누리당은 김재원 수석부대표의 당인가"라고 비판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세웠고, 아이들 의무보육 하겠다는 누리과정은 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라며 "그 정신에 따라 (교문위를) 정상화 하려고 하는데 새누리당 원내수석이 아니라고 전면 부인한다면 아이들의 보육은 김재원 수석이 책임지나"라고 쏘아붙였다.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은 "어떻게 여야 간사와 장관이 합의한 내용이 몇 분 만에 뒤집어지는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질 수가 있는 것인가"라며 "여야 간 모든 합의를 그간 멋대로 해석하고, 국회의 합의 정치에 고춧가루를 뿌려왔던 김 의원은 도대체 집권여당의 원내수석부대표인지 의심스럽다"라고 비판했다.


태그:#누리과정 예산, #김재원, #황우여, #보육대란
댓글1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