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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율 회계사가 17일 참여연대서 열린 쌍용차 대법 판결과 관련한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율 회계사가 17일 참여연대서 열린 쌍용차 대법 판결과 관련한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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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은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가 아닙니다. 그러나 최근 이어지는 법원 판결을 보면 경영권을 쫓아갈 수 있는 권리가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 같아요."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

시민사회 단체와 법학자 및 변호사들이 대법원의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판결이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해고 당사자인 쌍용차 노동자들은 "이번 판결이 (정리해고를 당한) 다른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안하고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17일 오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쌍용차 대법 판결과 관련한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 패널들은 "대법원이 근로기준법에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정리해고 요건들을 엄격하게 판단하지 않고 기업 편을 들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명했다.

"대법원의 기업 편들기...사실상 월권에 다름없어"

대법원은 지난 13일 2009년 4월에 있었던 쌍용차의 대규모 노동자 정리해고가 적법하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놨다. 재판부는 당시 쌍용차 계속적인 경영위기가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 과정에서 약 3000명의 노동자를 해고 했지만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대법은 특히 이날 "기업 운영에 필요한 인력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잉여 인력은 몇 명인지 등은 상당한 합리성이 인정되는 한 경영판단의 문제에 속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사실상 기업이 경영 판단 차원에서 내린 결정은 사법 심사의 영역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대법이 이같은 판결을 내리면서 '쌍용차 노동자 해고는 무효'라고 했던 고등법원 판결은 완전히 뒤집혔다. 공익 변호사 단체인 '공감'의 김수영 변호사는 이날 좌담회에서 대법원이 정리해고 기준이 되는 근로기준법 제24조를 매우 완화해서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정리해고 요건은 ▲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상태 ▲ 회사가 충분한 해고회피노력 ▲ 공정하고 합리적인 해고 대상자 선정 ▲ 근로자대표(과반수 노동조합 있으면 노동조합)와의 협의 등 4가지다.

법조문 상으로는 4가지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불법해고에 해당한다. 그러나 최근 대법의 판결 흐름을 보면 조문과 현실 사이에는 거리감이 뚜렷하다. 파카한일유압, 콜텍, 콜트 2차, 동서공업 등 최근 정리해고 관련 판결들은 대부분 대법원에 가서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김 변호사는 "대법이 4가지 중 일부 부분이 미진하더라도 기업 측 편을 들어줄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면서 "사실상 월권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대법원 판례에도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쌍용차 노동자 측 변호를 맡았던 김태욱 변호사는 "대법원은 (지난 2003년) 경영권과 노동3권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면서 "이번 판결 역시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회계사 입장에서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판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무효소송이 원심판결파기환송 선고가 난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쌍용차 노조 조합원들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눈물 감추지 못하는 쌍용차 조합원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무효소송이 원심판결파기환송 선고가 난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쌍용차 노조 조합원들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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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좌담회 패널들은 대법원이 법리 적용 뿐 아니라 사실 인식 부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회계분야의 비전문성이 도마위에 올랐다.

대법은 판결문에서 쌍용차가 정리해고 당시 내놨던 예상 매출수량 추정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이 기업이 재무건전성 위기에 놓여있었음을 인정하면서 "기존 차종을 계속 생산한다고 하여 그것이 미래 현금흐름의 증가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김경율 회계사는 "쌍용차 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의 조서를 보면 기존 차종을 계속 생산하면 공헌이익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면서 "대법에서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주장을 했는지 의아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회계사 입장에서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판결"이라면서 "사회적으로 중대한 판단들을 계속 사법 영역에 맡기는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마당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 다시 시비를 가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태욱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문에 적혀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 다시 다투기가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파기환송심에서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거나 대법원에서 판단하지 않았던 부분을 주장해서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파기환송심에서 다툴 만한 내용으로 고용안정협약을 꼽았다. 고용안정협약이란 회사에 큰 변동이 생기진 않는 한 계속 고용을 보장하는 협약을 말한다. 쌍용차는 지난 2005년과 2007년 노조 조합원 전원에게 이를 약속한 바 있다. 대법원은 올해 고용안정 협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포레시아 사업장의 정리해고를 무효라고 판결했다.

물론 고용안정협약을 맺었다고 무조건 정리해고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현저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해고가 가능하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2008년에 갑자기 위기가 찾아온 게 아니라 2005년부터 꾸준히 위기에 놓여 있었다고 보고 있다"면서 "협약의 효력이 존속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이번 대법 판결을 가리켜 "사법부가 또 다시 정리해고자들에게 사법적 살인을 저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지부장은 "정리해고 된 지 2000일이 되던 날 대법원 앞에서 2000배를 했는데 건물에 '자유·평등·정의'라는 글자가 붙어있었다"며 "자유가 있고 평등한 세상이고 정의가 있었다면 대법원이 그런 판결을 낼 수 있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태그:#대법원, #쌍용차, #정리해고, #쌍용자동차,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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