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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군교육지원청이 학교건물 증개축 공사를 하면서 아무런 안전 사고 대비없이 공사를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벽을 사이에 놓고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밖에서는 건물을 부쉈다.
 금산군교육지원청이 학교건물 증개축 공사를 하면서 아무런 안전 사고 대비없이 공사를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벽을 사이에 놓고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밖에서는 건물을 부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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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는 아토피 천식 안심학교로 지정됐지만  부근에는 건축 폐기물이 쌓여있다.
 이 학교는 아토피 천식 안심학교로 지정됐지만 부근에는 건축 폐기물이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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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이 없어진 한 학교, 학생의 생명을 담보로 시작된 건물 철거... 아토피 천식 학생을 위한 학교가 맞는지..."

충남 금산 산골에 있는 아토피 천식 특성화 초등학교(상곡초, 금산군 군북면) 학생들이 교육당국의 '묻지 마 학교공사'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달 28일, 상곡초 초등학교 교실 안. 갑자기 '꿍! 우지끈' 굉음과 함께 건물이 흔들렸다. 학생들이 놀라 술렁였다. 굉음은 계속됐다. 교사들이 나서 서둘러 창문을 닫고 '괜찮다'고 했지만 아이들의 불안은 이어졌다. 한 아이는 '지진 난 것 아니냐'며 울상을 졌다.

한 학생은 당시 '공포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소음이 매우 심해 머리가 아팠다. 유치원을 부술 때 공포감을 느꼈고 땅이 울려서 수업에 집중이 안됐다"

"지진 난 것 아냐?" - "어떻게 이런 무지막지한 일이..."

이 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이 쓴 '공사할 때 느낌'의 글. "소음이 매우 심해 머리가 아팠다. 유치원을 부술 때 공포감을 느꼈고, 땅이 울려서 수업에 집중이 안됐다" 고 썼다.
 이 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이 쓴 '공사할 때 느낌'의 글. "소음이 매우 심해 머리가 아팠다. 유치원을 부술 때 공포감을 느꼈고, 땅이 울려서 수업에 집중이 안됐다" 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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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운동장 입구에 세워 놓은 공사중 안내판. 하지만 안전조치를 마련하지 않고 공사를 벌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교 운동장 입구에 세워 놓은 공사중 안내판. 하지만 안전조치를 마련하지 않고 공사를 벌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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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음의 원인은 중장비를 동원, 교실 외벽을 부쉈기 때문이었다. 건물 증개축 공사를 위해 2층 학교 건물 중 오른쪽 외벽과 붙어 있는 교실 한 칸 규모를 철거했다. 벽을 사이에 놓고 교실에서 학생들은 수업을 하고 있었고 밖에서는 건물을 부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학교 측은 누구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안전사고에 대비한 학생 대피도 없었다. 콘크리트 폐기물 가루가 날렸지만 물을 뿌리고 교실 창문을 닫는 것 외에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이 학교에 세 자녀를 보내는 한 학부모는 "아무런 통고도, 아무런 준비도 없이 어떻게 이런 무지막지한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사가 시작된 건 이 날만이 아니다. 지난 달 말부터 운동장에 컨테이너 박스가 설치됐다. 공사를 알리는 가림막이 쳐 졌다. 나뭇가지가 듬성 잘려 나갔다. 중장비가 운동장을 가로질러 오갔다. 터파기 공사도 시작했다. 운동장 한켠에서는 공사를 하고 또 다른 한켠에서는 아이들이 운동을 했다. 하지만 학교 당국의 출입통제나 안전조치는 없었다.

아토피 심해진 아이들, 학교 무서워 집단 결석한 아이들도...

운동정에서 본 상곡초등학교
 운동정에서 본 상곡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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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는 지난 2000년 아토피 천식 안심학교로 선정됐다.
 이 학교는 지난 2000년 아토피 천식 안심학교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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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여 일간 공사가 벌어지는 사이 아토피가 더 심해지는 아이가 하나 둘 늘어났다. 지난 13일에는 3명의 학생이 결석했다. 아이들이 학교가기를 무서워하자 이를 걱정한 학부모가 등교하지 말도록 조치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아이들이 아토피와 천식을 치유하기 위해 가족들과의 삶의 터전을 정리하고 내려와 애 아빠가 먼 거리로 출퇴근 하는 노력을 감수하고 지내고 있다"며 "도대체 우리 가정은 어쩌란 말이냐"며 울먹였다.  

집단 결석과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14일 오전 이 학교 아토피케어실(보건실)에서 공사 발주처인 금산교육지원청과 학부모, 시공사 관계자들이 처음으로 대면했다. 15명의 학부모가 모였다.

금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이날 학부모들에게 "문제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안전 및 분진 발생에 대비한 방지대책을 마련하고 공사추진 상황을 소통하기 위한 월 1회 협의회를 개최하고, 공사 감리용역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학부모들 "1년 동안 공사장으로 아이 보내야 하나"

14일 오전 공사 발주처인 금산군교육청 관계자가 이 학교 아토피케어실(보건실)에서 학부모들에게 "문제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사과하고 있다. 공사 발주처인 금산교육지원청과 시공사 관계자들이 학부모에게 공사 개요를 설명한 것은 이 날이 처음이다.
 14일 오전 공사 발주처인 금산군교육청 관계자가 이 학교 아토피케어실(보건실)에서 학부모들에게 "문제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사과하고 있다. 공사 발주처인 금산교육지원청과 시공사 관계자들이 학부모에게 공사 개요를 설명한 것은 이 날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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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학부모들의 불안은 여전했다. 학부모들은 때늦은 안내와 대책을 질타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1년 이상 지속될 공사기간 동안 공사판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해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해당 학교 교장은 "결석한 아이들의 심리안정을 위해 상담을 진행하고, 공사기간 동안 인근 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지난 1937년 상곡간이학교로 출발한 이 학교는 1987년 보건 환경 우수고로 표창을 받은 데이어 지난 2000년 아토피천식 안심학교(금산군 보건소 지정)로 선정, 아토피케어실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아토피와 천식 치유를 위한 학생을 비롯 유치원생 16명과 초등학생 36명 등 52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한편 금산교육지원청은 지난 달 20일부터 내년 10월까지 17억5000만 원을 들여 상곡초 교사증개축공사(지상 2층 2개동)를 벌일 예정이다. 


태그:#금산교육지원청, #아토피특성화학교, #금산, #성곡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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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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