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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해제

제목 '들꽃'은 일제강점기에 황량한 만주벌판에서 나라를 되찾고자 일제 침략자들과 싸운 항일 독립전사들을 말한다.

 

이 작품은 필자가 이역에서 불꽃처럼 이름도 없이 산화한 독립전사들의 전투지와 순국한 곳을 찾아가는 여정(旅程)으로, 그분들의 희생비를 찾아가 한 아름 들꽃을 바치고 돌아온 이야기다. - 작가의 말


화승총

 

허위의 13도 창의군 서울진공작전은 군사적으로 볼 때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의병들의 가장 최신 주요 무기인 화승총은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사용하던 조총을 보고 만든 것으로 그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 총은 총구로부터 흑색화약과 탄환을 총신 내에 장진한 다음, 총신 뒷부분 상부에 있는 점화구에 불을 붙이면 총신 내 화약이 점화되어 탄환이 발사했다. 그러다 보니 비가 오는 날에는 쏘지 못하는 총이었다. 이에 견주어 당시 일본군은 최신의 기관총으로 그야말로 계란과 바위의 대결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조선 13도 각 지방에서 올라온 의병들인지라 사기는 하늘을 찔렀지만 군율이나 전술은 정규 일본군과는 상대가 될 수 없었다. 허위는 서울진공작전에서 무참히 패전한 뒤 한동안 좌절했으나 일제 침략자들이 나라의 숨통을 죄는 꼴을 차마 그대로 볼 수 없어 임진강과 한탄강 유역을 활동무대로 항전을 재개했다.

 

그래도 그때 백성들은 저마다 의기로 가득 찼다. 허위는 휘하에 조인환(趙仁煥)·권준(權俊)·왕회종(王會鍾)·김규식(金圭植) 등의 쟁쟁한 의병장을 거느렸다. 그제부터는 일본군과 전면전이 아닌 유격전으로 일본군 진지를 기습하거나 통신시설을 파괴하거나 각지의 부일 매국노를 처단키도 했다.

 

허위는 의병활동 기간에 민간의 물자를 조달하면서 국권 회복 후 이를 반드시 상환한다는 군표(軍票)를 발행하기도 했다. 그 당시 허위의 의병활동을 일제는 <조선폭도토벌지>에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었다.

 

임진강 유역 수괴 허위는 누차 통고문을 발하여 납세 또는 미곡 반출의 정지를 명령하고, 군사식량을 징발하며 한인 순사, 헌병보조원에 협박장을 보내고, 통신선로의 저해, 관공서의 습격 등 도량(跳梁, 함부로 날뜀)이 심하였다.

-일제 <조선폭도토벌지> 746쪽

 

총리대신 이완용의 밀사

 

허위가 경기도 양주 송우리에서 암약하고 있을 때 당시 총리대신 이완용이 사람을 보내어 허위를 회유했다.

 

"경남 관찰사로 임명할 터이니, 전향하라."

 

하지만 허위가 듣지 않자 이완용은 다시 사람을 보냈다.

 

"내부대신으로 임명할 터이니, 의병을 해산하라."

 

허위는 크게 노하여 심부름 온 사람에게 크게 꾸짖었다. 휘하 군사들이 이완용의 밀사를 죽이려 하자 허위는 끝내 그를 해치지 않고 말했다.

 

"너를 죽여 마땅하지만, 보낸 놈을 죽이지 못하고, 심부름 온 놈을 죽여 무엇 하겠는가. 다시는 이와 같은 일로 오지 마라."

 


1908년 2월부터 1908년 5월까지 허위 의병부대가 직접 간접으로 참여한 것으로 인정되는 파주·적성·연천·철원 등지의 크고 작은 전투는 10여 차례가 넘었다.

 

1908년 4월 21일 허위는 이강년·이인영·유인석·박정빈(朴正斌) 등 의병장과 함께 전 백성들이 구국 성전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는 통문을 발송하였다. 이어 그해 5월에는 박노천(朴魯天), 이기학(李基學) 등의 부하들을 서울에 잠입시켜 통감부에 30개 항목의 요구조건을 제시하였다.

 

1. 태황제(太皇帝; 고종)를 복위시켜라

2. 외교권을 환귀시켜라

3. 통감부를 철거하라

4. 일본인의 서임(敍任, 관리로 임명)을 시행치 말라

5. 형벌권의 자유를 회복시켜라

……

 

이들 30개 요구조건은 일본이 대한제국을 침략하여 빼앗아간 국권과 이권을 회복하고 일본이 조선에서 물러갈 것을 축약하여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허위는 이러한 원대한 포부를 실행하지 못한 채 1908년 6월 11일, 그의 은신처를 탐지한 일본군 헌병들에게 포로로 붙잡히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허위의 휘하에 있다가 포로가 된 한 의병으로부터 은신처를 탐지한 일본군 헌병대 유산헌병분견소와 철원헌병분견소의 헌병들에 의해 영평군 서면 유동(현 포천군 일동면 유동리)에서 체포되고 말았다.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


태그:#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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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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