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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책 <한국의 경제학자들>을 강연중인 이정환 기자
▲ 이정환 기자 그의 책 <한국의 경제학자들>을 강연중인 이정환 기자
ⓒ 최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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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상속법 개정안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법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의 배우자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 상속 재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됩니다. 여기서 홍라희씨의 오빠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존재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지난 11월 1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이야기 카페에서 '다음세상을 준비하는 다른 청년정치연구소(다준다 연구소, 소장 이동학)'가 <한국의 경제학자들>의 저자 이정환 기자와 만났다.

이정환 기자는 <한겨레 이코노미21><월간 말><뉴시스>등에서 활동하고 <미디어오늘>의 편집장을 역임했던 기자이다. <투기자본의 천국 대한민국><한국 경제의 배신>의 저자이기도 하다. <한국의 경제학자들>에서는 '이건희 이후 삼성에 관한 7가지 시선들'이라는 부제 하에 삼성을 둘러싼 7명의 국내 경제학자들의 입장을 조명했다.

이건희 이후 삼성의 미래

"이병철과 이건희 회장은 평가하기에 따라 다르지만 삼성그룹을 세계적인 기업집단으로 키워낸 탁월한 경영자였습니다. 과연 이재용 부회장도 그럴까요? 왕조 체제에서는 아들이 왕이 되는 게 당연하지만 왕이 죽기 전까지는 아들이 아무런 권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아들이 너무 어려서 무능할 때는 왕비가 수렴청정을 하는 경우도 흔히 있었죠."

오랜 시간 삼성의 상속문제를 추적해온 이정환 저자는 삼성의 이재용 왕국은 이미 거의 완성되었다면서도 상속 과정에서 어머니 홍라희 여사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정상속법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의 사망 후 재산의 66% 가량이 아들인 이재용 회장이 아닌 배우자 홍라희씨에게 넘어가게 된다는 것.

그리고 동생 이부진, 이서현씨도 경영능력을 검증받지 못한 오빠에게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모양 좋게' 삼성그룹을 온전히 넘겨받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장하준 교수와 김상조, 장하성 교수 사이에 삼성의 경영권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보장해주는 대신 복지 투자 등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자는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럴 타이밍은 지났다는 게 이정환 저자의 생각이다.

"아이러니한 건 이재용 부회장의 후계 구도를 인정하느냐 마느냐를 실컷 논의하고 있는데 이미 후계 구도는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사실입니다. 허용하느냐 마느냐와 관계없이 현행 제도에서도 충분히 이건희 회장의 왕국을 황태자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이야기죠. 상속세도 다 내고 말이죠." 

논쟁은 논쟁일 뿐. 삼성은 그 와중에 이재용 중심의 권력을 고착화했다. 이정환 저자는 장래에도 삼성이 외부적 요인으로 위협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산분리 규제, 순환출자 해소, 내부거래 금지, 상속세 납부 등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정부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이나 계열분리 명령제의 도입으로 삼성을 해체할 리도 만무하다고 보기 때문.

오히려 왕조시대의 논리에 따라 어머니 홍라희 여사나 동생인 이부진, 이서현씨와의 갈등. 홍 여사의 오빠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야심 등 사극에나 등장할 법한 '모자, 남매 간의 암투' '외척의 발호'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의 상속 문제를 공적 논의의 장으로"

그렇다면 삼성의 후계 구도가 이미 마무리된 시점에서 저자가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재벌이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었다는 관점과 오히려 경제력 집중으로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관점이 충돌합니다만 분명한 건 3세 경영으로 들어가면서 삼성이 직면한 위험이 한국 경제의 시스템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흔히 대마불사라고 하지만 과거 경험으로 보면 최종 대마가 무너지면 최종 대부자는 국가가 되죠. 국가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라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사회적 논의의 영역으로 끌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조선의 왕을 교육했던 국정세미나인 '경연'에서 이름을 따온 독서모임 '경연'은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모든 국민들이 성군이 되는 그날까지'라는 슬로건 아래 평생학습과 저자와의 대화를 진행해왔다.

오는 11월 8일에는 오후 3시 신촌 미플(2강의실)에서 정대영 전 송헌경제연구소장을 초청해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 관련 강의를 열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문의 : 다준다연구소 010-9957-9573



태그:#최신혜, #기자, #다준다, #웹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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