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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커피 좀 밍밍하지 않아? 커피 맛이 영 아니네."

유명 커피 전문점에서 친구가 한 말이다. 아마 독자들 중에도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도 가끔 경험하는 바다. 물이나 우유를 너무 많이 넣어 그럴 수도 있고, 원두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하여튼 맛있는 커피를 기대했는데 맛없는 커피를 마시게 되면 기분이 영 찝찝하다.

좋은 커피와 나쁜 커피는 무엇이 기준일까? '싼 게 비지떡'이란 말처럼 값이 싸면 나쁜 커피이고 비싸면 좋은 커피일까? 요즘 커피 값이란 게 하도 커피점마다 들쭉날쭉이라 값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게 그리 타당하지 않다. 커피의 값은 그린빈의 구입 원가로부터 시작해 사업장의 위치, 인건비 등 사업적인 분야에서 갈린다.

세계적 바리스타가 알려주는 '좋은 커피' 

<COFFEE with TIM WENDELBOE>(팀 윈들보 지음 / 손상영 옮김 / 기센코리아 펴냄 / 2013. 8 / 144쪽 / 3만8000원)
 <COFFEE with TIM WENDELBOE>(팀 윈들보 지음 / 손상영 옮김 / 기센코리아 펴냄 / 2013. 8 / 144쪽 / 3만8000원)
ⓒ 기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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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커피를 분별하는 확실한 기준을 알려주는 책이 있다. <COFFEE with TIM WENDELBOE(커피 위드 팀 윈들보)>가 그것이다. 비싼 커피의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지적하며 모든 커피는 '커피 한 잔'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인 팀 윈들보는 커피 좀 안다는 사람이면 익히 이름을 아는 바리스타다.

그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커피 전문가로 2004년 월드바리스타 챔피업십(WBC)의 챔피언이고, 2001년과 2002년에는 2위에 입상했다. 2005년에는 월드컵 테이터스 대회에서 챔피언이 되었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 있는 스톡플레이트 커피 체인에서 바리스타로 수년간 일했다.

2007년 7월부터 오슬로의 그뤼너로카에서 자신의 에스프레소 바, 훈련센터, 마이크로 로스터리 카페를 운영하며, 전 세계 커피산지의 고급 커피를 수입, 로스팅해 자신의 이름을 건 커피를 유통, 판매하고 있다. 그는 좋은 커피는 좋은 재료와 좋은 커피 도구들, 그리고 좋은 바리스타에 의해 탄생한다고 말한다.

이 책도 여느 커피 책들과 같이 먼저 생두나 품종 생산지의 기후, 토양 등의 커피의 식물학적 지식들을 제공한다. 커피 가공법, 로스팅, 포장방법, 커피 내리는 다양한 기구들 사용법, 테이스팅과 커핑, 커피와 어울리는 먹을거리 등을 소개하고 있다.

팀 윈들보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좋은 커피가 무엇인지 가르쳐 준다. 정확한 커피 정보와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생생하게 커피 생산에서 추출까지 커피 한 잔의 모든 것을 전달한다. 비슷비슷한 커피 책에 식상한 커피인이라면 꼭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실제적으로 원두 선택과 좋은 커피 도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을 커피인들이 읽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커피의 가격에 숨겨진 이야기를 꼭 챙겨 볼 필요가 있다. 저자에 따르면 최상의 커피는 결코 비싼 커피나 유명한 커피가 아니다.

'유명한 커피' 신화를 버려라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유기농 커피를 선호한다. 또 희귀한 루왁이나 질이 좋다고 알려진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을 좋은 커피로 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런 커피에 대한 선지식은 '신화'라고 말한다. 맛이 환상적이라고 알려진 커피들은 대부분 "평범한 제품인데 놀라운 이야기로 포장되어 있다"고 일축한다.

많은 커피 애호가들에게 몰매를 맞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그는 "신화들과 정면으로 단호하게 부딪혀 보고자 한다"고 선언한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에 먼저 공격의 화살을 당긴다.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톤에서 가까운 산에서 생산되는데 생산량은 적고 수요는 많다 보니 가격이 비싸다고 한다. 특히 블루마운틴은 일본 회사들이 개입해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생두를 전통적인 주트 백 대신 나무로 짠 이국적 통에 담아 수출한다. 커피가 더 특별하게 보이도록 한 것이다. 좋은 커피를 찾아 자메이카에 가 보았지만 찾은 것이라고는 그저 그런, 특징도 없으면서 비싼 가격표나 달고 있는 커피뿐이었다."(본문 82쪽 중에서)

저자는 비싼 자메이카 블루마운틴보다 중남미의 커피를 사라고 조언한다. 이어 그의 화살은 버킷리스트에도 오르는 루왁 커피를 향한다. 루왁은 인도네시아 사향고양이가 커피빈을 먹고 배설한 똥을 정제하여 생산하는 커피다. 그의 독설을 옮겨본다.

"이야기인즉슨 고양이의 위산이 커피빈의 단백질을 소화시키고 그래서 쓴맛이 감소된다는 것이다. (중략) 커피 맛을 망치는 것이 그다지 힘이 드는 일이 아닌 것을 알 것이다. (중략) 하고 싶은 말: 낯선 동물의 소화 과정을 거쳐 나온 식품은 삼가라는 것이다. 돈을 쓰려면 커피 농장에 가서 좋은 커피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더 배우는 데 써라."(본문 83쪽 중에서)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루왁의 알싸한 맛' 운운했던 사람으로 한 방 제대로 맞았다. 저자는 이탈리안 에스프레소는 이태리 맛이 최고라는 말도 거부한다. 좋은 바리스타와 좋은 기구가 에스프레소의 맛을 결정한다고 한다. 또 모든 유명 커피를 깎아내리는 건 아니다. 아시엔다 라 에스메랄다와 게이샤 커피는 알려진 명성대로 좋은 품질이라고 말한다.

책은 유기농 커피에 대한 진실도 짚어준다. 유기농 인증제도의 허점을 말하는데 에티오피아 커피는 대부분 유기농이다. 하지만 유기농 인증을 받은 에티오피아 커피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인증을 받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증 커피가 더 좋은 품질을 보증하는 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케냐의 커피는 질이 좋지만 병충해가 심해 어쩔 수 없이 방제를 한다는 것이다.

커피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원리나 인증이 아니라 맛이라고 말한다. 지속가능한 커피 생산으로 좋은 커피를 재배하는 것이 중요하고,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커피를 구입하는 공정거래 커피를 추천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맛이 커피의 기준이라는 저자의 말은 오래 되씹어야 할 커피 명언이다.

"항상 기억할 것은 커피 잔에 든 커피의 맛이다."

덧붙이는 글 | COFFEE with TIM WENDELBOE(팀 윈들보 지음 / 손상영 옮김 / 기센코리아 펴냄 / 2013. 8 / 144쪽 / 3만8000원)



팀 윈들보와 함께 하는 커피

팀 윈들보 지음, 손상영 옮김, 기센코리아(잡지)(2012)


태그:#COFFEE WITH TIM WENDELB, #커피책, #팀 윈들보,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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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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