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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정말 그랬다면 수백 번, 수천 번 (트위터에 비방글을) 썼어야죠. 근데 그 이후로 전혀 안 썼다고요!"

결국 목소리가 높아졌다. 28일 오후 서울의 자택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전아무개(26)씨는 1시간 가까이 인터뷰하는 내내 억울함을 토로했다. 익명을 요청한 그는 10월 22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4~5월 정몽준 전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와 그 가족을 비방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는 이유였다.

당초 정몽준 후보 쪽은 모두 4명을 후보자 비방 등으로 고발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1명은 무혐의 처분했고, 인적사항을 확인 못한 2명은 기소를 중지했다. 현재까지 기소된 사람은 전씨 한 명이다.

그런데 그의 범죄사실에 해당하는 트윗은 모두 세 건에 그쳤다. 전씨는 정몽준 의원 아들의 '국민 미개' 발언과 부인의 선거법 위반 논란을 두고 '몽가루 집안, 온가족이 정몽준 안티'란 표현을 썼을 뿐이다.

하지만 검찰은 그의 '영향력'을 문제 삼았다. 전씨가 팔로어를 20만 명이나 거느린 만큼 '평범한 대학생'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었다(관련 기사 : '온 가족이 정몽준 안티'라고 트위터 올리면 후보자비방죄?).

"제가 김황식 지지자? 검찰이 부풀려 발표했다"

'온가족이 정몽준 안티' 등의 트위터 글 3편을 올려 정몽준 전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와 그 가족을 비방한 혐의로 기소된 전아무개씨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피고인 소환장'을 받았다. 그의 첫 번째 공판은 11월 4일 열린다.
 '온가족이 정몽준 안티' 등의 트위터 글 3편을 올려 정몽준 전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와 그 가족을 비방한 혐의로 기소된 전아무개씨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피고인 소환장'을 받았다. 그의 첫 번째 공판은 11월 4일 열린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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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전씨는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2011년부터 트위터를 했기 때문에 팔로어가 많을 뿐이며, 팔로어 가운데 외국인 계정이나 사용하지 않는 계정이 섞여 있어서 '20만 명'이란 숫자는 허수라고 했다. 자신이 소설가 이외수씨처럼 유명한 사람도 아닌데, 팔로어가 많으니 본인 글이 파급력을 갖는다는 검찰의 얘기는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모습이었다.

또 후보자비방죄의 성립요건인 '낙선 목적'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전씨는 자신이 '김황식 전 국무총리 지지자로 정 후보의 공천 탈락을 바라는 마음에 그런 글을 게재했다'던 검찰 발표를 전면 부인했다.

"저는 새누리당 당원이 아니라 경선에 참여할 수 없다. 지방선거 때는 투표를 안 했다. 트위터 글 쓸 때야 새누리당 경선 후보가 두 명인데 그 중 하나인 정몽준 후보가 가족 일로 비판받으니까, 그럼 남는 사람은 김황식 후보밖에 없지 않냐 싶었다. 그걸 수사 때 '(당시 정 후보가 물의를 빚었으니) 그래도 김 후보가 낫잖아요' 정도로 말한 걸 검찰이 부풀려서 발표했다."

'범행 동기'에 해당하는 이 대목은 그가 가장 억울해 하는 부분이었다. 전씨는 "제가 정말 정 후보를 낙선시키려고 했다면 (비방 글을) 수백 번, 수천 번 썼어야하지 않냐"고 되물었다. 또 문제의 글을 작성한 뒤 비슷한 글을 쓴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정몽준 후보를 낙선시켰다고 하기엔) 지속성이, 연속성이 없지 않느냐"는 말을 여러 번 되풀이했다.

전씨의 정치 성향을 떠나, '몽가루 집안' 등의 트위터 글 내용을 과연 '사실을 적시해 후보자와 그 가족을 비방'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 역시 논란거리다. 그는 "이때 정몽준 후보가 비판을 받으니 '문제되는 후보가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은 했지만,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견해여서 서슴지 않고 글을 썼다"며 "술집에서 아저씨들이 정치인을 욕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렇듯 제 생각을 썼을 뿐"이라고 했다.

이 모든 주장을 검찰에게는 말하지 않았던 것일까? 전씨는 "경찰 조사를 먼저 받고 한 달쯤 지난 뒤인 9월 19일 검찰한테 출석 통보를 받았다"면서 "(검찰쪽에서) '큰일 아니다'라고 해서 혼자 갔더니 많이 위축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했다.

"선처 부탁을 자백이라고... 마른하늘에 날벼락"

지난 4월 21일 자신의 막내 아들이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에 대해 "국민 정서가 미개하다"한 발언에 대해 사과문 발표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는 정몽준 전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 굳은 표정의 정몽준 지난 4월 21일 자신의 막내 아들이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에 대해 "국민 정서가 미개하다"한 발언에 대해 사과문 발표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는 정몽준 전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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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사를 받는 것만으로 충격이 컸다. 그날 세 시간 정도 조사를 받았는데, 생각보다 길어져서 지치기도 했다. 당시 검사가 '왜 이런 글을 썼냐, 누군가 피해볼 수도 있지 않냐'고 묻기에 '어찌됐든 간에 결과적으로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경찰 조사 받은 뒤에 그 글들은 다 삭제했다고도 설명했다.

검찰도 '별 문제 안 삼는다'고 해서 훈방 조치하고 끝날 것으로 알았다. 제가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대학생이니 선처해 달라고도 부탁했다. 근데 그걸 자백했다고 하고… 힘없는 사람 사정 봐달라는 걸 그런 식으로 짓이겨버리는가. 기소라니… 정말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았다. 기사를 봐도 실감이 안 났는데, 사람들이 카카오톡 탈퇴하고 사이버 망명하는 게 이해가더라. 저도 그래서 외국 메신저 쓴다. 텔레그램은 아니지만."

조사부터 기소에 이르기까지 실망하고 두려울 때가 많았지만, 전씨는 사법부의 판단을 제대로 받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국가라면 이런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정의가 살아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첫 공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은 11월 4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전씨의 소송을 돕기로 했다.


태그:#정몽준, #트위터,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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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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