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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29일 오전 9시 25분]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맨 왼쪽)가 지난 3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결심 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 법원 출석하는 유우성씨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맨 왼쪽)가 지난 3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결심 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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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법체계를 뒤흔들었던 국가정보원 증거조작사건에 가담한 국정원 직원들과 그 협조자들이 28일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예상보다 형량이 낮고, 일부 직원들은 집행유예가 선고돼 피해자 유우성씨 쪽은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우수)는 이날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항소심 과정에서 법정 제출용 증거를 위조한 국정원 대공수사처 이재윤(54) 처장과 김보현(48·4급) 과장, 권세영(51·4급) 과장, 이인철(48) 주 중국 선양총영사관 영사, 그리고 김 과장을 도운 조선족 김원하(61)씨와 김명석(60)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어 김우수 부장판사는 양형 사유를 설명하며 "피고인들의 범행은 국가의 형사사법기능을 심각히 방해했고,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김보현 피고인은 범행의 주도적 역할을 했는데도 모든 것을 부인하고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재윤·권세영 피고인들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았다. 특히 이재윤 피고인은 대공수사팀 책임자로서 직원들 수사 등이 적법하게 이뤄지도록 지휘·감독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 사건 범행에 가담했다. 김원하 피고인의 죄질 역시 매우 불량하다. 찐밍시 피고인도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은데, 범행을 부인하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증거조작, 형사사법기능 심각히 방해"라면서도...

하지만 결과는 '일부 실형'이었다. 재판부는 김보현 과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권세영 과장과 이재윤 처장에게는 징역 1년 6개월, 김원하씨는 징역 1년 2개월, 이인철 영사에게는 징역 1년, 김명석씨에게는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했던 권세영 과장과 수사팀 내부관계 등을 볼 때 증거조작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던 이인철 영사에게는 각각 2년씩 집행유예 기간을 뒀다.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 4명의 경우 "국정원 직원으로서 더욱 엄격한 준법의식으로 적법 절차에 따라 수사와 증거수집을 해야 할 책무가 있는데, 이번 일로 국정원에게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훼손, 국정원 임무수행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8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최종 의견 진술에서 강조한 대목과 비슷했다. 당시 검찰은 김보현 과장은 징역 4년, 권세영 과장은 징역 3년, 이재윤 처장은 징역 2년, 이인철 영사는 징역 1년을 선고해달라고 주장했다.

28일 법원의 결론은 '그럼에도'였다. 재판부는 "네 사람 모두 형사처벌 전력이 없으며 국가 안보를 위해 20년 이상 헌신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한 점 등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불구속 상태였던 이재윤 처장의 경우 비록 실형선고를 받았지만 그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고, 지금껏 주장한 내용이나 태도를 볼 때 도망갈 염려가 있다며 법정구속시키지도 않았다.

증거조작에 협조한 조선족 김원하씨와 김명석씨의 양형 역시 검찰 의견보다 수위가 낮았다. 검찰은 김원하씨를 징역 2년 6개월, 김명석씨를 징역 2년에 처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원하씨가 자신의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 등을 유리한 양형 조건으로 봤다. 김명석씨 역시 공소사실 모두가 유죄지만, 오랜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김 과장 부탁으로 증거조작에 가담했고, 심장질환을 앓는 등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따져 형량을 정했다.

"공문서 위조나라 만든 사람들인데... 이해할 수 없다"

일부 무죄가 난 것도 있었다. 재판부는 권세영 과장이 김원하씨의 지인 임아무개씨에게 사실과 다른 진술서를 쓰도록 만들어 법정 증거로 쓰려했다는 공소사실은 증거 위조가 아니라고 봤다. 사건 당사자가 아닌 임씨가 허위진술을 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이유였다. 설령 권 과장이 가짜로 임씨의 가짜 진술서를 만들었다고 해도 증거 위조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관련 기사 : "내가 쓰지 않았다, 조선족 김씨가 썼다" '법정에 제출된 증인 진술서도 조작' 증언).

이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는 이날 법정에 나오지 못했다. 그를 대신해 방청한 유씨의 변호인 김용민 변호사는 28일 판결을 두고 "충격적"이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범행 대부분이 유죄 판결이 났는데도 죄질에 비해 형량이 낮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재윤 처장에게 실형을 선고해놓고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구속하지 않은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원이 도둑에게 상해를 입힌 시민에게도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냐"며 "대한민국을 공문서 위조의 나라로 만든 사람들에게 이런 판결을 내린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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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정원 증거조작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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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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