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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살아 있는 여신 '쿠마리'가 있는 '쿠마리'하우스,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왼쪽 밑 사진은 간판에 있는 얼굴을 찍은 것입니다.
 네팔의 살아 있는 여신 '쿠마리'가 있는 '쿠마리'하우스,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왼쪽 밑 사진은 간판에 있는 얼굴을 찍은 것입니다.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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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살아있는 여신을 보러 갔다. 카트만두 시내 중심가에 있는 '하누만 도카 궁전'이 있는 더르바르 광장 남쪽에 '쿠마리'라는 여신이 있다고 한다. 이 여신은 네팔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산다고 한다. 네팔의 라토 마친드라나트 마차 축제에 여신이 참석하면 네팔 국왕이 와서 무릎을 꿇고 축복을 받는다.  

살아있는 여신, 쿠마리

이 더르바르 광장에는 오래된 문화재들이 즐비하다. 왕궁의 건물들은 화려하다. 색상이 화려하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재들이 많기 때문이다. 건물에 새긴 각종 조각상을 보면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이렇게 치장된 건물들이 정말 많다. 한 건물에는 수많은 비둘기들이 모여 있다. 지붕을 가득 메운 비둘기들을 보면 문화재가 손상될까 걱정도 된다.

더르바르 광장에 있는 많은 문화재들을 관람하고, 살아 있는 여신을 볼 수 있다는 쿠마리 하우스를 찾아 갔다. 문 안으로 들어가니 조그마한 사각형의 광장이 나오고, 광장을 에워싼 건물들이 고색창연하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있으니 어떤 나이 든 여인이 얼굴을 내밀며 뭐라고 소리친다. 카메라를 모두 치우라는 말이란다. 사진을 찍으려고 대기하고 있었으나 카메라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내려 놓지 않은 이에겐 다른 사람들이 손짓을했다.

바탄왕궁의 모습
 바탄왕궁의 모습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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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카메라를 내려놓고 조용해지자 창문으로 어리고 앳된 소녀가 얼굴을 내민다. 그리고 사람들을 바라본다. 살아있는 여신이다. 얼굴의 화장은 짙다. 붉은 색조를 많이 써서 그려놓은 얼굴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침묵하고 바라보기만 한다. 우리도 침묵하며 바라보았다. 네팔 사람 중 어떤 사람들은 합장을 하기도 했다. 1분 정도 지나니 여신은 창 안으로 들어갔다.

'쿠마리'는 여신 '탈레주'의 분신이라고 한다. 옛날 이 여신이 인간인 여인의 몸을 빌려 지상에 내려왔는데, 왕이 여신을 보고 정욕이 강해져 이성을 잃자 여신이 화를 내고 사라졌다고 한다. 왕이 뉘우치고 기도하자 여신이 용서하고 자기 대신 생리를 시작하지 않은 어린 여자 아이를 선택해서 자기 분신으로 여기라고 했다고 한다.

'쿠마리'가 되는 과정은 아주 엄격하다. 네와르의 카스트를 지니고, 석가모니의 후손이라 여기는 샤카족에서 태어난 3~5 세 나이의 여아를 쿠마리로 선택한다고 한다. 그 중 32가지의 선택 기준을 만족해야 하는데 그만큼 힘든 테스트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그 이후의 삶은 여신으로서 삶이다. 9월 인드라 자트라 축제 때는 국왕이 여신에게 무릎을 꿇고 복을 구한다. 몸에서 피가 나거나 생리를 시작하면 쿠마리의 생활을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단다.

더르바르 광장에 있는' 마주데카 사원'의 모습
 더르바르 광장에 있는' 마주데카 사원'의 모습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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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와얌부나트 사원? 원숭이 사원!

분지에 위치한 카트만두는 매연으로 덮여 있었다. 시내 곳곳에서는 활발히 도로를 확장, 포장하고 있었고, 많은 건물을 짓고 있었다. 도심 한복판에 군인들이 주둔하고 있는 병영이 있는데, 차를 타고 가면서 군인들이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거리는 여느 도시처럼 사람과 차로 붐비고, 길가의 전선을 땅 밑으로 매설하지 않아 지상에 무질서하게 늘어져 있었다. 길거리에서 이발하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수와얌브나트 사원에서 마니차를 돌리고 있는 승려
 수와얌브나트 사원에서 마니차를 돌리고 있는 승려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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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탄왕궁에 있는 코끼리상과 그 위에서 놀고 있는 아이
 바탄왕궁에 있는 코끼리상과 그 위에서 놀고 있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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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찾아 간 곳이 '수와얌부나트 사원'이다. 이곳은 원숭이 사원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곳이다. 입구부터 원숭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가이드는 손에 음식물을 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음식물을 들고 걸어가면 어느새 원숭이들이 다가와 음식물을 낚아챈다는 것인데, 이때 손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

사원 가운데 거대한 흰 돔이 있고, 흰 돔의 꼭대기에는 금빛 탑이 있으며, 이 탑에는 카트만두를 수호하는 듯한 거대한 눈인 '지헤의 눈'이 그려져 있다. 조금 높은 언덕에 있는 이 사원에 올라서면 카트만두 시내가 다 보인다. 사원은 불상과 사자상, 코끼리상 등 많은 조각상이 있고, 불상도 있으며, 촛불을 켜 놓은 곳도 있다. 경내에 세워진 각양각색의 탑은 네팔 불교 미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네팔 카트만두 수와얌브나트 사원의 돔, 첨탑 밑에 '지혜의 눈'이 있다.
 네팔 카트만두 수와얌브나트 사원의 돔, 첨탑 밑에 '지혜의 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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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 시내 풍경
 카트만두 시내 풍경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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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네와르족 왕궁인 '파탄 왕궁'을 찾아갔다. 네팔 파탄의 장인들이 직접 만든 광장이 인상적이었다. 광장 주변에는 10여 개의 크고 작은 사원이 모여 있으며, 노점에는 공방과 대장간, 놋쇠 제품을 파는 상점 등이 즐비하다. 둘레를 막대기로 돌리면 은은한 소리가 들리는 놋그릇을 들고 이 물건을 사라는 사람이 많았다.

석양이 질 무렵 카트만두 중심가에서 5km 정도 떨어진 '박다프르 왕궁'을 찾았다. 이곳도 말라 왕조의 왕궁이라고 하는데 많은 건축물에 새겨진 조각이 섬세하고 정교하다. 세워진 동물들의 조각상들도 대단하다. 하지만 왕궁의 모습들이 이전의 왕궁 모습과 거의 비슷했다. 우리는 지쳐 있었다. 더구나 어둑해질 무렵이라 자세히 살펴 볼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그저 바람처럼 한 바퀴 훑어보고 나왔다. 나오는 길목에 실루엣으로 다가오는 왕궁들의 지붕 위 하늘이 붉게 빛났다.

카트만두 시내 거리의 이발소
 카트만두 시내 거리의 이발소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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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지
지난 1월 6일(월)부터 21일(화)까지 우리 풀꽃산행팀 22명은 히말라야 칼라파트라 및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과 카트만두 여행을 다녀왔다. 인천공항에서 네팔수도 카트만두로 가서, 다시 국내선 18인승 경비행기를 갈아타고 히말라야 산속에 있는 아주 작은 루클라(해발 2840m)공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남체 바자르(3440m), 딩보체(4410m), 로부체(4910m), 고락셉(5170m), 그리고 일반인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인 칼라파타르(5550m)에 올라 전면에 있는 에베레스트 정상(8848m)을 보고, 다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4m), 페리체(4240m), 남체, 루클라까지 120km를 왕복하는 트레킹이었다.

이번 연재를 끝으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의 여정 기록을 마친다. 사실 히말라야 등 고산 전문 여행사와 산악 전문가의 리더가 없었다면 트레킹이 어려웠을 것이다. 여행사에서 여정을 비롯해 숙박, 셰르파, 포터, 한식 위주의 완벽한 식사를 준비한 쿡까지 준비하고 고소증을 위한 구급약, 고소증을 대비한 감우백, 고산용 산소호흡기까지 완벽하게 준비해줬다. 덕분에 힘든 여정이지만 잘 마쳤다.

히말라야 트레킹은 안전장비를 잘 갖춘 전문적인 산악여행사와 전문 산악인의 도움을 받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황홀한 설봉과 세계 최고봉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트레킹을 마치고 카트만두로 나온 1월 19일 오후와 다음날 20일 종일 우리는 수도 카트만두 탐방에 나섰다.



태그:#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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