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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세월호 선원 28차 공판에선 유족과 생존자 등 16명이 마지막으로 피해자 진술을 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세월호 참사가 여전히 진행중이란 걸 알려준다. <오마이뉴스>는 이 가운데 몇몇 발언을 가감없이 소개한다. [편집자말]
청와대 부근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 설치된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의 농성천막에 수학여행 도중 세월호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사진이 내걸려 있다.
 청와대 부근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 설치된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의 농성천막에 수학여행 도중 세월호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사진이 내걸려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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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언니와 친구보다 더 친한 자매였습니다. 고민 들어주고 비밀로 간직했고, 아끼고 좋아하는 화장품 같이 쓰고, 옷도 같이 입었습니다.

가끔 제 옷 못 입도록 한 게 후회스럽습니다. 못되게 굴었던 제 자신이 너무 밉습니다. 언니와의 추억이 생각납니다. 이제 그럴 수 없습니다. 이제 저 혼자가 됐습니다.

요즘엔 언니가 해주던 사랑이 담긴 요리가 그립습니다. 나무, 하늘, 구름을 보면 언니 생각에… 정말 보고 싶습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 말씀이 귀에 안 들어올 때가 많습니다. 저는 상담 받을 때면 언니가 더 생각나고 눈물 나서 싫습니다. 공포스럽게 죽어야 했던 언니가 떠올라서 싫습니다.

"우리 가정이 왜 이렇게 됐나요"

4월 16일 이전에 저희 가족은 화목했고 한 달에 두세 번 영화보고, 가족들끼리 밥 먹으며 이야기하는 시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영화도 못 보고, 언니와 함께 했던 길거리, 식당을 지나치면 언니의 행동들이 떠올라 말없이 각자 우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우리 언니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집니다. 옛날처럼 잘 웃지도 않습니다.

엄마, 아빠는 저마저 잃을까봐 늘 어디 있는지 확인합니다. 저는 오히려 일상생활을 못하는 부모님 걱정이 앞섭니다. 엄마는 선생님인데 학생들만 보면 눈물이 나서 이제 가르치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아빠는 저녁에 술을 드시지 않으면 못 주무십니다. 우리 가정이 왜 이렇게 돼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언니는 신나는 수학여행 갔는데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왜 차가운 곳에서 죽어야 했는지 정말 알고 싶습니다.

저는 잘 모르지만 요즘 페이스북에서 선장, 선원들이 서로 잘못이 아니라고 한다는 글을 봤습니다. 선장님과 선원님들, 4월 16일에는 살기 위해 나왔지만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어른으로서 책임을 다해 말씀해주세요.

재판장님, 언니 오빠의 억울한 죽음 풀어 주세요. 아직도 차가운 바다에서 못 나온 열 분을 위해서라도 꼭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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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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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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