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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추운 날씨에도 시들지 않는 푸른 소나무와 잣나무여. 사시사철 푸른 빛 잃지 않듯, 여기 추사의 진한 묵향이 오늘도 추사 고택에 머무르니 낯선 이방인도 갈 곳을 잃어버린 채 멈춰버린다. 기와 끝과 끝이 만들어낸 창을 통해 푸른 하늘을 가두어 바라보니, 석년의 그림자도 어느덧 서편으로 기운다. - 예산군청 누리집 추사 고택 소개글 중에서

예산의 대표 관광지인 추사 고택에 또 하나의 상징물이 세워졌다. 고향 예산을 비롯해 유배지인 제주도와 말년을 보낸 과천 등 3곳에 추사 동상이 세워질 예정이다. 추사 동상이 지난 12일 예산에서 첫 제막식을 갖고 일반에 모습을 드러냈다. 동상은 추사기념관 앞에 세워졌다.

예산에 들어선 추사 동상... 제주와 과천에도 곧 생긴다

추사기념관 앞에 세워진 추사동상과 제작자인 김영원 조각가.
 추사기념관 앞에 세워진 추사동상과 제작자인 김영원 조각가.
ⓒ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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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추사김정희선생기념사업회(회장 최종수)가 주최한 이날 개막식에는 황선봉 군수, 김영호 군의회 의장, 김기영 도의회 의장, 허승욱 충청남도 정무부지사, 김진우 (사)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장, 추사 선생의 종손인 김광호씨 등 많은 내빈들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동상사업을 주관한 강승규 추사김정희선생선양사업추진위원회 회장은 "228년 만에 환생한 추사"를 맞는 행사라며 개막을 선언했다. 행사는 햇볕 아래서 각종 의식과 축하공연들로 채워지며 1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특히 한뫼과천국악예술단의 무용 뒤 이어진 제막의식에는 지위에 관계없이 희망자라면 누구든지 함께 제막을 할 수 있도록 긴 흰색천이 등장했다.

동상의 작가는 홍익대 명예교수이자 서울 광화문에 있는 세종대왕상 제작자로 유명한 김영원 조각가다. 3개 지역 동상 설립에 들어간 총 예산은 약 7억 6000만 원이다. 국비로 5억 원을 지원 받고, 예산군과 제주도 서귀포시 각 1억 원, 사업회 자부담이 6000만 원이다. 과천시 부담액은 아직 미정이다.

동상은 당초 고택과 더 인접한 음수대 쪽에 세워질 계획이었다. 하지만 충청남도문화재심의위원회의 현상변경허가 과정에서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 기념관 앞 자리로 최종 결정됐다.

한편 추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3개 지역이 연계해 벌이는 첫 사업임에도 제주와 과천에서 공식 내빈이 참석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제주와 과천에 세워질 동상은 예산과 달리 좌상이 아닌 입상으로 제작됐으며, 오는 11월과 12월 각각 제막식을 가질 예정이다. 제주도 동상의 위치는 서귀포시 대정읍 추사 유배지 안이며, 과천시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김영원 조각가, "예산은 추사의 본향, 표준영정에 충실"

추사기념사업회가 주최한 12일 제막식 행사에서 작가의 설명이 포함되지 않아 큰 아쉬움을 샀다. 의식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공개된 추사 동상을 본 뒤 "좌상으로 만들어 권위적인 인상을 준다", "동상에 금박을 입힌 것 같다", "졸박(拙朴 : 소박하고 꾸밈이 적다)했던 추사의 삶에 어긋나는 게 아니냐"며 고개를 갸웃했다.

김정희 선생 유적지 초입에 세워진 동상에 대한 이해를 위해 이날 제막식 뒤, 김영원 작가로부터 따로 설명을 들었다.

김 작가는 "예산은 추사의 본향이고 고택이 기준점이기 때문에 표준영정에 충실하게 만들었다"며 "그래서 과천, 제주와 달리 예산은 좌상으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영정을 자세히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추사 선생의 한쪽 눈은 웃고 있고 다른 한쪽 눈은 내려가 있어 표정이 단순하지 않다"며 "또 표준영정의 비례는 10등신이고, 선으로만 표현한 평면화이기 때문에 실제감 있는 입체로 표현하는 작업이 가장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김 작가는 "추사는 예술가만이 아닌, 금석학자이고 사상가이다"라며 "하나의 완성된 인격체로서 위대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그는 남은 2개 지역에 세워질 동상의 형태와 관련 "추사 선생이 유배생활을 하며 예술의 완성을 향해 정진한 제주에는 한손에 화선지를 들고 한손에 붓을 든 모습을, 모든 것을 다 이루고 편한 마음으로 말년을 지낸 과천에는 한손에 부채를 들고 뒷짐 지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해 입상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동상설립을 추진한 위원들의 의견도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예산에 세워진 추사 동상은 브론즈 청동을 재료로 가로 1.4m, 세로 1.4m로 지어졌다. 높이는 화강암 좌대를 포함해 2.6m다. 또한 다소 금빛에 가까워 보이는 현재의 색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런 색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상의 뒷면에는 다음과 같은 취지문이 새겨져 있다.

"서화예술의 거장이자 조선조 후기의 대 실학자 추사 김정희 선생(1786~1856)의 예술과 학문정신을 높이 선양하고 새로운 문화 융성의 지표로 삼고자 이 동상을 건립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추사동상, #추사 김정희, #추사고택,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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