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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EBS 이사장에 대한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4월 감사원은 이춘호 이사장이 업무용 차량을 개인적 용도로 부당하게 사용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춘호 EBS 이사장은 업무용 차량을 개인적인 일로 해외 출입국할 때 공항 출입이나 호텔 방문 등 대부분 사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처분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에 따르면 이춘호 이사장은 자신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여성단체를 통해 정치활동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적인 중립을 유지하고 공정한 방송을 해야 하는 공영방송 이사장이 특정 정치인과 정당을 지지하는 정치활동을 하는 단체의 대표를 맡는 것은 매우 부적절 처신으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춘호 이사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마중물여성연대'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적극 지지하고, 대선 이후에도 친여, 친정부 활동을 벌여 온 것으로 나타나, 이 이사장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영방송 EBS의 이사장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정치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EBS는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성인대상 교육콘텐츠를 제작·보급하는 등 미래 세대의 교육과 성인들에게 평생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교육전문 공영방송이다. 이처럼 우리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EBS의 이사장이 업무용 차량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여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처분을 받고, 특정 정치인과 정당을 지지하는 정치활동을 하는 등 공영방송 이사장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행동으로 물의를 빚게 된 배경에는 부적합한 인물이 정치적인 이유로 EBS 이사에 임명될 수 있는 EBS 이사회 구성 방식 때문이다.

정치적인 영향을 배제할 수 없도록 되어있는 현행 EBS 이사회 구성 방식은 정치적으로 독립을 유지해야 하는 교육전문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자격이 미흡한 인사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이사로 선임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어 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방통위 독단 구성 못 하도록 '이사추천위원회' 필요

현재 EBS 이사회는 비상임 이사 9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두 명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과 교육관련 단체에서 추천하고, 나머지 7명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하여 총 9명을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EBS 이사를 임명하는 권한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는 여당에서 추천하는 3명의 상임위원과 야당에서 추천하는 2명 상임위원으로 구성되어 있어, 여당 추천 상임위원이 방송통신위원회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여서 지금껏 EBS 이사회가 대부분 친여 성향을 가진 인사들로 구성되어 왔다. 이런 불평등한 이사회 구조 속에서는 EBS 이사회가 정치적인 중립성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EBS가 교육전문 공영방송으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구성방식을 정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정치적으로 독립된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사회 각계각층의 대표성을 가진 주체들과 교육 전문 공영방송 EBS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인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이사회 구성이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정치적으로 불평등한 구조로 되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독단적으로 편향적인 EBS 이사회를 구성하지 못하도록 '이사추천위원회'를 통해 직능별, 지역별로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교육방송의 특수성에 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이 EBS 이사로 선임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EBS 이사회와 EBS 경영진 사이의 올바른 관계설정도 필요하다. EBS가 교육 전문 공영방송으로써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고 공사의 업무에 관한 중요사항을 공정하게 의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와 경영진 사이에 건강한 견제와 협력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사회는 경영진의 방송국 경영과 운영에 대해 평가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방법을 통해 EBS가 교육 전문 공영방송으로써 원래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경영진은 이사회가 방송의 제작과 편성에 대한 간섭이나 압력을 가하는 경우에 이를 단호하게 거부할 수 있도록 해 이사회와 경영진이 건강한 견제와 협력관계를 통해 EBS가 원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BS 이사회는 경영진을 이사회 통제 아래 있는 조직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EBS 이사회는 경영진의 방송국 운영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지, 방송국을 지배하는 무소불위의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EBS가 교육전문 공영방송으로써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와 경영진 사이의 견제와 협력관계가 올바르게 유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최진봉 기자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춘호, #EBS 이사회, #방송통신위원회, #최진봉, #교육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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