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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팽목으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동행에 함께 합시다'

세월호 유가족과 끝까지 함께하는 인천시민상주모임(아래 인천상주모임)을 제안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인자(41, 부평구 십정동, 사진 오른쪽)씨와 최승원(39, 남동구 만수2동, 사진)씨다. 지난 8일 그들을 만났다.

보편적 양심을 지키는 상식적인 사회를 위해

세월호 인천시민상주모임 제안한 이인자ㆍ최승원씨.
 세월호 인천시민상주모임 제안한 이인자ㆍ최승원씨.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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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회 한편에서는 그만하라고 합니다. 아픈 사람이 있으면 치료해 주고, 슬픈 사람이 있으면 위로해 주고, 약한 사람이 있으면 배려해 주고 하는 것이 보편적인 상식과 양심이지 않을까요? 아픈 사람에게 왜 아파하냐고 하고, 슬픈 사람에게 그만 슬퍼하라고 하는 것이 상식적인 사회는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보편적인 양심과 상식적인 사회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6일 개설한 페이스북 페이지에 '인천상주모임'을 제안하며 이인자씨와 최승원씨가 올린 글의 일부다. 이들은 두 가지를 제안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상주가 돼 끝까지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걸음에 함께 하자는 것과, 광주 망월동 5·18 묘역에서부터 팽목항까지 함께 걸어가자는 것이다.

"'이제 그만하라'고 얘기하는 분들도 처음엔 슬퍼하지 않았을까요? 어느 순간, 왜 지겨워졌는지 묻고 싶어요. 무엇이 이렇게 변하게 만들었는지 너무 안타깝습니다. 온라인에서 자신의 의견을 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한 조롱 섞인 여러 가지 활동은 정말 충격입니다."

이씨의 얘기다. 그는 "세월호 침몰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는 누구나 충격이지 않았을까요"라고 말했다. 왜냐면 사람이기 때문에. 그래서 이 사건이 제대로 해결될 때까지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한겨레> 신문 '이명수의 사람그물' 칼럼 제목은 '자식이 어떻게 지겨울 수 있나'다. 이명수씨는 글의 마지막에 '내 자식이, 내 동생이, 내 조카가, 내 선생님이 차가운 물속에서 마지막 순간을 보냈다고 한 번만 생각해봐 달라. 그게 공감이다. 그러면 지겨울 수가 없다. 절대로'라고 했다.

이인자씨는 '그만하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물어보고 싶단다.

"진짜 만나서 얘기하고 싶어요. 무엇이 그들을 변하게 했고, 그렇게 자신 있게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게 했는지 말예요."

최승원씨는 "세월호 사건을 해결하라는 게 이념적인 문제인가요? 대통령을 음해한다고 판단한 보수층이 색깔 문제로 바라보는 게 이 사회를 병들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애초에 이 문제는 그 누구도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않은 사회 시스템 전반의 문제라는 것에 동의했어요.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 문제를 이념적으로 접근하게 만든 보수 세력들이 오히려 국론을 분열시킨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잊어서는 절대 안 된다

지난 9월 27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국민대회'가 열렸다. 이씨와 최씨도 지인들과 함께 그 대회에 함께 했다. 인천에 와 뒤풀이를 하는 자리에서 둘은 인천상주모임을 추진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의 활동을 알고 있었어요. 국민대회 참여 후 사람들과 한 술자리에서 '그만하라'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가 나오다가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게 없는데 그만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잊히면 절대 안 되는 거잖아요."

이씨의 말에 최씨도 거들었다.

"세월호는 인천에서 출발했습니다. 인천에 사는 우리가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얘기하다가 둘이 시작해 보자고 했죠. 인천상주모임이란 이름은 유가족만 앞에 세우는 게 아니라 유가족들과 같이 우리도 상주가 돼야 한다. 잊지 않으려면 이해당사자가 돼야 한다는 의미에서 정했습니다."

구체적 제안은 그때라 해도, 이들은 그 전부터 상주모임을 고민했다. 뒤풀이 자리를 계기로 결심했고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관리하거나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홍보하는 많은 이들이 생겼다.

지난 6일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연 후 일 주일 만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300여 명이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방문한 사람은 2000명이 넘는다. 최씨는 "뭘 하겠다는 것보다는 우리부터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간직하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라고 했다.

소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 여러분의 슬픔이 끝날 때까지

이씨는 반도체회사 노동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다. 최씨는 인천지역 시민단체 활동가이다.

최씨는 "매일 아침 <한겨레>신문 1면에 나오는 희생된 아이들의 기사를 꼭 읽습니다. 기사를 모두 모아 스크랩해둘 생각입니다. 다른 분들도 그걸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가장 가슴이 아팠던 건 2학년 10반에 한 명의 생존 학생이 세월호 참사 이후 71일 만에 등교했던 사진을 봤을 때였어요. 생존 학생 한 명을 제외한 책상에는 하얀 국화꽃이 놓여있었어요. 함께 울고 웃던 친구들을 영정사진으로 봤지만 이렇게 생활공간에서 현실적으로 친구들의 부재를 느꼈을 때는 엄청난 충격이었을 거예요. 그 아이의 고통을 잊지 말고 함께 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생존자가 한 명뿐인 2학년 10반 교실 뒤에는 과제 게시판이 있다. 게시판에는 과제 내용으로 '꼭 돌아오기'가 적혀 있다. 숙제를 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이씨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세월호 침몰 사건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위해 함께 행동하는 연예인들이 정말 고마워요. 단식을 하면서도 발차기를 하며 노래한 가수 김장훈씨나 '소가 새끼가 팔리고 울 때 울음을 기다려줬듯이, 세월호 사건 가족들의 슬픔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고 말한 방송인 김재동씨는 참 훌륭하죠. 그게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양심 아닐까요?"

인천에서 팽목으로 '동행버스'

'사람이니까 기억합시다'라고 말하는 인천상주모임 제안자들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만든 모임이라, 한 번의 행사를 치르는 모임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일단 10월 12일부터 18일까지의 계획을 제출했고, 11월 14일 또 한 번의 동행버스를 계획하고 있다.

첫 번째 동행에 함께한 이들은 인터뷰가 끝난 4일 후인 12일 오전 6시 부평공원에 모여 광주로 출발했다. 광주 망월동 묘역 참배를 시작으로 광산구청까지 걷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다음날에는 영산포까지, 그 다음에는 목포를 거쳐 진도체육관에서 팽목항까지 매일 25km 이상을 걸을 계획이다.

최씨는 "처음엔 인천에서 출발하려고 했는데 팽목항까지 걷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광주가 역사의 아픔이듯이, 이 시대의 아픔은 세월호인 거죠. 시대의 아픔을 느끼며 걷다보면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 될 겁니다. 시대정신을 고민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겠죠"라며 "어른들을 믿었기에 가만히 구조를 기다렸고 끝내는 죽어갈 수밖에 없었던 304명의 죽음에 대한 냉철한 고민을 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이씨는 "17일 밤 12시에 부평공원에서 출발해 18일 오전 진도체육관에 도착하는 버스를 두 대 마련했습니다. 팽목항까지 걷고 그곳에서 추모행사를 한 후 인천으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에요. 그 뒤로도 서울 대한문 앞에서 팽목항으로 출발하는 '기다림의 버스'처럼 지속적으로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한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인천시민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합니다"라고 했다.

17일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버스와 기념 옷, 아침식사 제공에 드는 참가비 3만 원과 편한 복장을 준비하면 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지난 8월 16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잊지 말아 주세요. 세월호"라고 외쳤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한 인천상주모임의 활동에 시민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인천시민상주모임, #세월호, #이인자, #최승원,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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