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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중항쟁(아래 5·18) 당시 주먹밥을 나누며 현장을 목격한 주옥(55)씨는 그때를 떠올리기 위해, 그때를 설명하기 위해 다시 주먹밥을 손에 들었다. 광주비엔날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5·18 주먹밥'을 나누고 있는 주씨는 13일 잘 만들어진 주먹밥과 '5·18 무등산표 생수'라고 적힌 물병을 들고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정류장에서 518번 버스 첫차를 탔다. 8월 18일부터 승객들에게 주먹밥을 나눠주고 있는 주씨는 다음달 3일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 "5·18 주먹밥입니다" 5·18민중항쟁(아래 5·18) 당시 주먹밥을 나누며 현장을 목격한 주옥(55)씨는 그때를 떠올리기 위해, 그때를 설명하기 위해 다시 주먹밥을 손에 들었다. 광주비엔날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5·18 주먹밥'을 나누고 있는 주씨는 13일 잘 만들어진 주먹밥과 '5·18 무등산표 생수'라고 적힌 물병을 들고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정류장에서 518번 버스 첫차를 탔다. 8월 18일부터 승객들에게 주먹밥을 나눠주고 있는 주씨는 다음달 3일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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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주먹밥이 담긴 고무대야를 인 스물한 살의 임신부가 있었다. 그가 무거운 몸으로 할 수 있었던 건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말한' 시민들에게 주먹밥 한 덩이, 물 한 바가지 떠주는 일 뿐. 눈 앞에서 죄 없는 시민들이 얻어 맞아 쓰러졌고, 총 소리 듣는 게 콩 볶는 소리 듣는 것처럼 일상이 됐다.

34년이 지난 지금, 그는 다시 주먹밥을 만들고 있다. 8월 18일부터 매주 월요일 새벽같이 일어나, 잘 뭉친 주먹밥을 들고 '518번 버스' 첫차에 오른다. 그가 빚은 주먹밥은 첫차 승객의 품에 안긴다. 잘게 썬 김치와 잔멸치, 그리고 고슬고슬한 현미밥이 잘 어우러진 주먹밥이다.

5·18민중항쟁(아래 5·18) 당시 주먹밥을 나누며 현장을 목격한 주옥(55)씨는 그때를 떠올리기 위해, 그때를 설명하기 위해 다시 주먹밥을 손에 들었다. 광주비엔날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5·18 주먹밥'을 나누고 있는 주씨는 13일에도 잘 만들어진 주먹밥과 '5·18 무등산표 생수'라고 적힌 물병을 들고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이날 주씨는 국립5·18민주묘지 정류장부터 광주 동구 금남로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정류장까지, 약 1시간 동안 518번 버스 첫차에 몸을 싣고 승객들에게 주먹밥을 나눠줬다. <오마이뉴스>도 이날 오전 6시 10분, 주씨와 함께 국립5·18민주묘지 정류장에서 버스에 올라 주먹밥 나눔에 동참했다.

"배만 안 불렀어도 싸웠을 것인디..."

5·18민중항쟁(아래 5·18) 당시 주먹밥을 나누며 현장을 목격한 주옥(55)씨는 그때를 떠올리기 위해, 그때를 설명하기 위해 다시 주먹밥을 손에 들었다. 광주비엔날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5·18 주먹밥'을 나누고 있는 주씨는 13일 잘 만들어진 주먹밥과 '5·18 무등산표 생수'라고 적힌 물병을 들고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정류장에서 518번 버스 첫차를 탔다. 8월 18일부터 승객들에게 주먹밥을 나눠주고 있는 주씨는 다음달 3일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 버스에 오르는 '주먹밥 아줌마' 5·18민중항쟁(아래 5·18) 당시 주먹밥을 나누며 현장을 목격한 주옥(55)씨는 그때를 떠올리기 위해, 그때를 설명하기 위해 다시 주먹밥을 손에 들었다. 광주비엔날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5·18 주먹밥'을 나누고 있는 주씨는 13일 잘 만들어진 주먹밥과 '5·18 무등산표 생수'라고 적힌 물병을 들고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정류장에서 518번 버스 첫차를 탔다. 8월 18일부터 승객들에게 주먹밥을 나눠주고 있는 주씨는 다음달 3일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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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번 버스는 국립5·18민주묘지, 전남대, 광주역, 금남로, 상무지구 등 5·18을 떠올릴 수 있는 곳을 지난다. 이날 첫차엔 출근길의 청소노동자, 학원에 가는 취업준비생, 등굣길의 고등학생 등 다양한 승객들이 올랐다. 주씨는 오전 3시 30분에 일어나 만든 주먹밥을 첫차를 탄 승객들에게 나눠주며 연신 웃음을 내보였다.

"지금은 학문외과 자리, 남광주사거리 있잖아. 거기가 (5·18민중항쟁 당시) 친정에서 하는 가게였제. 내가 결혼을 빨리 혀갖고, 그때 둘째가 뱃 속에 있었어. 배만 안 불렀어도 주먹밥 안 만들고 싸우러 나갔을 것인디."

주씨의 주먹밥 덕분에 버스엔 웃음이 가득했다.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는 덩달아 '80년 5월'의 이야기를 꺼냈고,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든 주먹밥을 꼬옥 쥐었다.

"우리 집이 망월동 근처였다고. 오메오메, 얼마나 무서웠는지 안가? 몰래 물통 큰 놈에다 물 가득 담아갖고 군인들 피해서 도망친 냥반들 물 한 바가지씩 떠주고 그랬당께." - 서명숙(60)씨

"아침을 안 먹고 나와서 감사히, 맛있게 먹었어요. (주씨에게) 왜 이런 활동을 하는지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요. 잠시나마 제가 겪지 못한 당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서아무개(23, 취업준비)씨

"지금도 폭죽소리 못 들어"... '주먹밥 나눔'으로 트라우마 치유

5·18민중항쟁(아래 5·18) 당시 주먹밥을 나누며 현장을 목격한 주옥(55)씨는 그때를 떠올리기 위해, 그때를 설명하기 위해 다시 주먹밥을 손에 들었다. 광주비엔날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5·18 주먹밥'을 나누고 있는 주씨는 13일 잘 만들어진 주먹밥과 '5·18 무등산표 생수'라고 적힌 물병을 들고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정류장에서 518번 버스 첫차를 탔다. 8월 18일부터 승객들에게 주먹밥을 나눠주고 있는 주씨는 다음달 3일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주씨와 승객들이 주먹밥을 손에 든 채, 웃고 있다.
▲ 손에 든 주먹밥, 웃음꽃 5·18민중항쟁(아래 5·18) 당시 주먹밥을 나누며 현장을 목격한 주옥(55)씨는 그때를 떠올리기 위해, 그때를 설명하기 위해 다시 주먹밥을 손에 들었다. 광주비엔날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5·18 주먹밥'을 나누고 있는 주씨는 13일 잘 만들어진 주먹밥과 '5·18 무등산표 생수'라고 적힌 물병을 들고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정류장에서 518번 버스 첫차를 탔다. 8월 18일부터 승객들에게 주먹밥을 나눠주고 있는 주씨는 다음달 3일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주씨와 승객들이 주먹밥을 손에 든 채,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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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씨는 이날 준비한 주먹밥 25개 중 23개를 승객들에게 나눠줬다. 주먹밥을 받은 승객들은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연신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주씨는 되레 "내가 고마워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주씨에게 주먹밥을 나누는 일은 일종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일이 되고 있다. 주씨가 버스를 웃음으로 채울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처음엔 주먹밥을 만드는 것조차 힘들더라고. 사실 나는 지금도 폭죽 소리를 못들어. 울고 그랬제. 자꾸 그때가 떠올라. 근데 버스에서 이렇게 (주먹밥을) 나누믄서 오히려 내가 치유가 되는 거여. 사람들 만나 에너지도 얻고, 웃기도 하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준비하는 거지만 이젠 (주먹밥 만드는 게) 행복해."

"기억에 남는 승객은 없었나"라고 묻자 주씨는 "키도 훤칠허니 크고, 아주 잘 생긴 총각"을 떠올렸다.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제. 아마 대학생이나 됐을까. 다가가서 주먹밥을 준 다음에 차근차근 설명했제. 5·18 때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눴고,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말이여. 그랬더니 그 총각이 하는 말이 '저는 5·18을 안 겪었지만 그때를 생각하며 맛있게 먹을게요'라는 거여."

주씨의 주먹밥 나눔은 다음달 3일까지 계속된다. 8월부터 518번 버스에서 주씨를 만났다는 한 승객은 "이제 월요일엔 아침을 안 먹고 탄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인자 주먹밥 아줌마 못보믄 서운해서 어찌까."


태그:#5·18, #광주비엔날레, #국립5·18민주묘지, #주먹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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