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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 회원들이 노동당 창건기념일이자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4주기인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부근 주차장에서 대북전단 20만장을 날려보냈다.
▲ 탈북자단체, 대북전단 20만장 살포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 회원들이 노동당 창건기념일이자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4주기인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부근 주차장에서 대북전단 20만장을 날려보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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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10일) 경기도 연천군에서는 군부대의 긴급방송에 주민들이 대피소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탈북자 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하자 북측의 군인들이 풍선에 사격을 가했고 그 실탄이 민간인이 거주하는 면사무소에까지 날아들었다. 이에 우리 군인들이 대응사격을 하면서 소동이 일어난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연천군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연천군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필자도 지인들로부터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아야만 했다. 요지는 "무서워서 어떻게 연천에서 근무하냐? 빨리 남쪽으로 내려와라"였다. 매년 희망에 따라 근무지를 이동할 수 있는 필자는 다소 덜(?) 위험한 남쪽으로 내려오면 그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연천군민들에게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연천으로 귀촌하려고 아내를 설득하던 중이었는데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번 사건으로 당분간은 아내에게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아니 본인 또한 접경지역에서의 삶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외부 몇몇 세력에 의해 삶의 터전과 생존 위협받는 연천군민들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 회원들이 노동당 창건기념일이자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4주기인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부근 주차장에서 대북전단 20만장을 날려보냈다.
▲ 탈북자단체, 대북전단 20만장 살포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 회원들이 노동당 창건기념일이자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4주기인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부근 주차장에서 대북전단 20만장을 날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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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군은 경기도에 속하지만 남북한이 대치하는 접경지역이면서 상대적으로 외진 지형이어서 경기도 속에서도 오지에 속한다. 나는 군에서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천군으로 발령 받았다. 수업 중에도 군에 있을 때보다 더 크게 포탄 터지는 소리를 들어야 했고, 때때로 사격철이면 수업에 방해가 될 정도로 유리창이 울려대곤 했다.

아침에 지각한 아이에게 사유를 물으면 "탱크를 만났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다. 이처럼 분단 때문에 안보의 희생양이 되어 온 대표적인 지역이 경기도 연천이다. 발령 초기 '이 지역의 아이들을 위해 국방부에서 별도로 장학금을 줘야 하지 않나?'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딴 지역은 쓰레기 매립장 하나가 들어서도 난리인데, 이 지역 사람들은 60년 동안 국가에 의해 피해를 당하면서도 왜 순박하게 감내하면서 살아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단된 나라에서 국가 안보를 위해 누군가의 희생은 필요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보상 역시 필요하다. 그런데, 이 지역민들은 타 지역에서 극렬하게 반대하는 사격장들도 품어안고 그냥 이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이렇게 순박한 연천군민들이 최근 들어 국가에 분노하는 일이 잦아졌다. 외부 몇몇 세력에 의해 평생 가꿔온 삶의 터전은 물론 생존까지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전단 날리기'가 시작된 이명박 정부 초기. 많은 지역민들은 별 생각없이 그냥 '누가 와서 풍선에 전단을 넣고 날리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일부 농민들만이 개별적으로 항의했을 뿐이다. 하지만, 지난 금요일의 사건을 겪으면서 많은 지역민들이 '자칫하다가는 우리 생명도 위험하겠구나'라는 절박감을 느끼게 됐다.

더군다나 "민간단체가 하는 행위를 막을 수 없다"는 정부의 태도는 지역주민들을 더 격앙 시켰다. 급기야 교전이 발생한 다음 날에도 전단을 날리겠다는 단체의 활동을 막아나선 것은 정부가 아니라 지역민들이었다. "60년 넘는 세월, 안보희생의 대가가 이것이냐?"는 한 주민의 물음에 정부는 뭐라고 답할까?

연천군민 "60년 넘는 세월, 안보희생의 대가가 이것이냐?"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 회원들이 노동당 창건기념일이자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4주기인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부근 주차장에서 대북전단 20만장을 날려보냈다. 대북전단을 매단 풍선이 살포 직후 터지면서 수천장이 주차장 주위에 뿌려졌다.
▲ 남쪽에 살포된 '대북전단'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 회원들이 노동당 창건기념일이자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4주기인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부근 주차장에서 대북전단 20만장을 날려보냈다. 대북전단을 매단 풍선이 살포 직후 터지면서 수천장이 주차장 주위에 뿌려졌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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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인 나는 학생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받을까 봐 두렵다.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지니고 자라나야 할 아이들에게 뭐라고 말할지 당황스럽기만 하다. 아이들이 "우리 지역 주민들의 생명이 위협받는데, 왜 정부는 그 사람들을 막지 않아요?"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할까? 민간단체가 하는 일이라서 정부가 막을 수 없다고 할 것인가? 아이들이 정부에 대하여 느낄 실망감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국가가 왜 존재하나요?"라는 질문이 나온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첫 번째 역할이라고 가르쳐 왔는데, 이러한 현실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연천처럼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국민들은 이같은 정부의 태도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불안은 경제적 생존권의 문제로도 나타날 것이다. 당장 관광객이 급감할 수밖에 없고, 이는 지역경제의 침체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지난 주말 서울이나 경기남부가 목적지인 체험학습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지만 같은 접경지역인 철원 체험학습은 학부모들이 불안해해 취소됐다. 이는 접경지역에서 관광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정부의 태도를 불안해 한다. 전쟁이 터질지도 모르는 위험한 행동을 하는 일부 세력을 비호하는 듯한 정부를 국민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향해 나아가야 할 남북관계가 자꾸만 어려워지는 것을 지켜보는 국민은 현 정부가 불안하하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중지 시키고,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 시켜야 한다. 또, 정부는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해온 접경지역 주민들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남북간의 긴장관계가 생존권과 직결되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 남북화해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이것이 정부가 말하는 '통일대박'에 다가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태도처럼 "민간단체의 영역이기에 정부가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통일 대박은커녕 '분단 쪽박'으로 국민들에게도 버림받을 것이다.


태그:#연천군, #대북전단, #정부, #군부대, #민통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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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외곽의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입니다.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등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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