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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올라온 사진. 글쓴이는 "또래보다 키가 작고 뚱뚱해 매년 꼴찌만 하는 친구를 위해 아이들이 손을 잡고 함께 결승선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 모두가 1등인 운동회 지난 5일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올라온 사진. 글쓴이는 "또래보다 키가 작고 뚱뚱해 매년 꼴찌만 하는 친구를 위해 아이들이 손을 잡고 함께 결승선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 '오늘의유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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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동생은 남들보다 높은 하늘을 가졌습니다."

누리꾼들을 울린 한 초등학교 운동회 사진 속 주인공의 누나가 공개적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해 또 한 번 잔잔한 감동이 일고 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올라온 한 초등학교 가을운동회 사진에는 달리기 시합에 나온 초등학생 다섯 명이 손을 잡고 나란히 결승선으로 향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중 오른쪽 맨 끝에 선 아이는 유독 키가 작고 뚱뚱했다.

사진은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제일초등학교 가을운동회 모습이다. 이 사진을 커뮤니티에 올린 이용자 '테라바다'는 "사진 맨 오른쪽 아이는 또래 보다 작고 뚱뚱해 항상 꼴찌만 하는 아이였다"며 "먼저 달리던 친구들이 갑자기 멈춘 다음, 꼴찌로 달려오던 친구의 손을 잡고 같이 뛰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게시물이 커뮤니티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선정되는 등 큰 반향이 일자 급기야 사진 속 주인공의 큰 누나가 인터넷 커뮤니티 '뽐뿌' 에 글을 올려 더욱 자세한 사연을 풀어놓았다.

"꼴찌만 하는 내동생 위해 친구들이 결승선 앞에서 뒤로 달렸다"

누나는 "동생은 '연골무형성증'을 앓는 지체장애6급이며, 쉽게 말하면 키가 작은 사람"이라고 소개한 뒤 "(사진은) 초등학교 6학년 동생의 마지막 가을 운동회였다"고 전했다.

누나에 따르면 동생에게 가을운동회는 매년 상처가 되는 날이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벌어지는 친구들과의 격차를 느낀 동생에게 달리기 시합은 특히 그랬다. 한번은 동생이 운동회 날 아침에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해 누나의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지난해 가을운동회 때는 담임선생님이 혼자 남아 달리고 있는 동생과 함께 뛰어주었고, 이 장면을 본 가족들은 울음바다가 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올해 가을운동회에서는 담임선생님 대신 친구들이 동생의 곁을 지켜주었다. 누나는 "같은 조 친구들이 계속 뒤를 보면서 달리더니, 결승선을 앞에 두고 뒤에 있는 동생에게 모두 달려왔다"며 "누구 하나 꼴찌가 되지 않고 모두가 일등인 달리기 경기였다"고 전했다.

사실 이 장면은 같은 반 친구들이 준비한 깜짝 선물이었다. 아이들은 매번 꼴찌만 하는 친구를 위해 담임선생님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다. 서로의 손을 잡고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한 아이들은 모두의 손에 찍힌 '1등 도장'을 동생에게 내보이며 말했다.

"우리 다 1등이야."

누나는 "친구들의 마음이 너무 예쁘고 고마워서 동생과 가족이 엉엉 울었다"며 "멋진 친구들과 'XX이형 이겨라'라고 크게 외쳐준 동생들 모두가 정말 착하고 소중한 친구들"이라며 감사함을 표했다.

다음은 인터넷 커뮤니티 '뽐뿌'에 올라온 누나의 글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사진속 주인공의 큰 누나입니다.

제 동생은 남들보다 높은 하늘을 가졌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요. 제동생은 연골무형성증이라는 지체장애6급입니다. 쉽게 말하면 키가 작은 사람입니다.

한번은 동생이 놀이공원에 가서 자동차운전을 하는 놀이기구가 타고싶다고 했는데 키때문에 탈 수 없다는 직원분에 말에 언니와 저는 놀이공원에서 대성통곡을했습니다. 괜히 데리고 와서 실망감만 안겨주었다는 미안함에... 또 괜찮다고 웃어넘기는 동생 마음에 남을 상처 걱정에 눈물이 쉬지않고 흐르더라구요.

놀이공원쯤이야 안가면 되지하고 멀리하는데... 매년 동생에게 상처가 되는 날이 생깁니다. 바로 가을운동회... 특히 달리기요. 학년이 높아질수록 점점 더 벌어지는 친구들과의 격차... 

한번은 운동회 당일 아침에 가기 싫다고 하는데 그게 왜이리 맘이 아프던지요. 초등학교 5학년때는 담임선생님께서 혼자 남아서 달리고 있는 제동생을 위해 같이 뛰어주셔서 저희 가족은 울음바다가 됐고요.

이번 초등학교 6학년. 동생 마지막 초등학교 가을운동회 날 사건이 터졌습니다. 같은 조 친구들이 계속 뒤를 보면서 달리더니 심지어 결승선 앞에서 뒤에있는 동생에게 모두 달려와 손을 잡고 일렬로 다같이 결승선을 넘었습니다.

누구 하나 꼴찌가 되지 않고 모두가 일등인 달리기 경기가 되었습니다. 매번 꼴찌를하고 실망하는 동생을 위해 친구들이 담임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동생 몰래 준비한 선물이었습니다. 

동생, 저희 가족, 선생님들 ,학부모들 모두가 놀랐고 동생과 저희 가족은 엉엉 울었습니다.
친구들의 마음이 너무 이쁘고 고마워서요. 우는 제동생에게 친구들은 해맑게 모두의 손등에 찍힌1등 도장을 보이면서 '우리 다 1등이야'라고 말하더군요.

이렇게 이쁘고 멋진 친구들과 'OO이형 이겨라' 라고 크게 외쳐준 동생들까지... 좋은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사화 되니... 감사합니다. 정말 착하고 소중한 친구들이 다니고 있는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에 위치한 제일초등학교입니다.


태그:#가을운동회, #모두가 1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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