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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구절초가 예쁘게 피었습니다.
▲ 구절초 하얀 구절초가 예쁘게 피었습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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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구절초가 예쁘게 피었습니다. 점심상을 펼쳐 놓았더니 솔잎이 떨어집니다. 갈색 솔잎이 밥에 내려앉습니다. 반찬 위에도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솔잎이 눈처럼 떨어집니다. 솔잎 치우는 일, 귀찮지 않습니다. 가을 맛이라 생각하니 마냥 즐겁습니다. 

지난 3일 오후, 광양 백운산 자연휴양림에서 도착했습니다. 하룻밤 이곳에서 보내야 합니다. 누군가는 물을 겁니다. 몇 달 전 머문 곳, 왜 또 찾아 갔느냐고요? 하지만 이런 잔소리는 숲에 대해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숲은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거든요. 

다시 찾은 백운산 자연휴양림, 가을빛이 가득합니다. 피부에 와 닿는 바람도 시원합니다. 상쾌한 기분으로 집에서 마련한 온갖 음식을 평상 위에 펼쳐 놓습니다. 바닷가 사람들이라 회 떠가는 일도 빠뜨리지 않습니다. 산에서 먹는 광어회, 별미입니다.

산에서 하룻밤 보내는데 횟감은 필요 없다며 퉁을 놓았는데, 광어회를 가져오는 않았으면 많이 아쉬울 뻔했습니다. 무거운(?) 상자를 들고 온 수고가 아깝지 않습니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먹는 한 끼 식사, 가을 냄새와 함께하니 더없이 행복합니다. 배부르게 점심을 먹고 휴양림 주변을 둘러봅니다.

산과 들녘이 가을색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 가을 산과 들녘이 가을색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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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방울 던지기, 즐겁고 아름다운 전쟁입니다.
▲ 솔방울 솔방울 던지기, 즐겁고 아름다운 전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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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사람들이라 회 떠가는 일도 빠뜨리지 않습니다. 산에서 먹는 광어회, 별미입니다.
▲ 광어회 바닷가 사람들이라 회 떠가는 일도 빠뜨리지 않습니다. 산에서 먹는 광어회, 별미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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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방울 던지기, 즐겁고 아름다운 전쟁입니다

솔잎이 사방에 수북이 쌓였습니다. 솔방울도 제법 많습니다. 숲 속에는 아이들이 가지고 놀 물건들이 참 많습니다. 여러 놀이 가운데 아이들은 '솔방울 던지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솔방울은 무겁지도 않고 맞아도 아프지 않습니다. 때문에 솔방울은 애들에게 더없이 좋은 장난감입니다.

나무막대기도 아이들이 자주 만지는 장난감입니다. 기다란 나무토막은 땅파기 안성맞춤입니다. 솔방울 던지는 일이 지겨워지면 아이들은 나무막대기를 집어들고 땅을 팝니다. 그러면 땅 밑에서 온갖 곤충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땅 속은 아이들이 배워야 할 또 다른 세상입니다.

떨어진 낙엽을 들춰보는 일도 신기합니다. 낙엽 밑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생명을 만납니다. 아이들에게 숲은 심심하고 지루할 틈이 없는 곳입니다. 숲은 어른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꼬맹이들에게는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또 하나의 세상입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숲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이를 즐깁니다. 하지만 곧 배가 배고픔이 찾아옵니다. 숲에서 뛰노는 일은 집 앞 공터에서 어슬렁거리며 노는 일과 전혀 다릅니다. 움직이는 운동량과 꽤 많습니다. 때문에 아이들은 숲에서 쉬 배가 고픕니다.

솔잎이 눈처럼 떨어집니다. 솔잎 치우는 일, 귀찮지 않습니다. 가을 맛이라 생각하니 마냥 즐겁습니다.
▲ 솔잎 솔잎이 눈처럼 떨어집니다. 솔잎 치우는 일, 귀찮지 않습니다. 가을 맛이라 생각하니 마냥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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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여행을 위해 침낭을 준비했습니다. 큰애가 침낭속에서 행복한 표정입니다. 집에서도 덮고 잘 생각입니다.
▲ 침낭 겨울여행을 위해 침낭을 준비했습니다. 큰애가 침낭속에서 행복한 표정입니다. 집에서도 덮고 잘 생각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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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친구들이 겨울 보내려면 꼭 필요한 식량입니다.
▲ 도토리 숲속 친구들이 겨울 보내려면 꼭 필요한 식량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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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만들어내는 초록빛, 불꽃놀이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열심히 뛰어논 아이들이 주린 배를 쓰다듬으며 야영장으로 몰려듭니다. 저녁 먹을 시간입니다. 맛있는 저녁 먹으면서 아이들이 조급증을 냅니다. 밥 먹고 나면 숲은 곧 어두워집니다. 어둠이 숲을 덮으면 아이들은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오릅니다. 야간탐험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밤, 인적 없는 숲길 걸으며 느끼는 오싹함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느낌을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길을 무사히 빠져나온 뒤 느끼는 성취감은 아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합니다. 그 기분을 세 아들은 알기에 저녁밥을 먹는 순간부터 달떠 있습니다.

저녁밥을 챙겨먹은 아이들이 숲으로 향합니다. 어둠 속에서 날아다니는 곤충들과 곤충들이 쏟아내는 소리를 듣는 일도 흥미롭습니다. 숲 속에서 밤벌레 소리를 듣는 일, 아이들에게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가을 소리를 내는 곤충을 찾아 손전등을 비춥니다. 이내 벌레들을 찾아냅니다. 신기한 벌레를 보며 아이들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환호성을 지릅니다.

어두운 숲길에서 만난 밤벌레는 아이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일정한 방향 없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들리는 아름다운 벌레소리는 어느 도시에서 만나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이윽고 늦은 밤에 찾아 든 잠자리 또한 별스런 재미가 있습니다. 집 떠나 숲속 텐트에 들어앉은 아이들, 쉬 잠들지 못합니다.

아침을 준비합니다. 쌀쌀한 날씨에 눈뜬 아이들이 침낭속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 식사 아침을 준비합니다. 쌀쌀한 날씨에 눈뜬 아이들이 침낭속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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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떨어졌습니다. 낙엽 아래에도 다양한 생명이 있습니다.
▲ 낙엽 낙엽이 떨어졌습니다. 낙엽 아래에도 다양한 생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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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노고단 고개에서 바라본 파란 가을하늘입니다.
▲ 억새 지리산 노고단 고개에서 바라본 파란 가을하늘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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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삶에 찌든 아이들을 펄쩍펄쩍 뛰게 만듭니다

별이 쏟아질 듯 올려다 보이는 텐트에서 아이들은 그들만의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그러다 세 아들이 조용히 잠이 듭니다. 잠든 아이들 바라보니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이 맛에 캠핑을 즐기나 봅니다. 다음 날 아침, 공기가 찹니다. 밤새 뒤척이며 잠든 아이들이 따듯한 햇살에 잠을 깹니다.

신선한 공기가 주위를 감싸고 아이들은 간단히 차려진 아침상을 받습니다. 지난밤 실컷 밤길을 걸은 덕분인지 아침 밥맛도 좋습니다. 아침 산책에 나선 아이들은 가을을 실컷 맛보도 돌아옵니다. 조금 쌀쌀한 기온 덕분에 볼이 빨개진 아이들 얼굴이 행복으로 가득합니다.

가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벼운 배낭을 매고 아이들과 숲으로 떠나야 보세요.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찌든 아이들이 펄쩍펄쩍 날뛰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아이들은 자연과 만났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아이들 나름대로 또 하나의 가을 추억을 가슴에 담도록 기회를 주면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과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백운산, #자연휴양림, #가을여행, #야간탐험, #구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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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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