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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훈씨가 3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에 앉아 메모를 하고 있다.
 소설가 김훈씨가 3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에 앉아 메모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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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약속을 어긴 거죠. (세월호 침몰 사고 유가족들을) 다 만나주겠다고 했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소설가 김훈씨의 일침이다. <칼의 노래> 저자인 김훈(66)씨는 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의 유가족 농성장을 출발해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김훈씨는 버스에 탑승하기 전 유가족들을 만났다. 그는 "위로의 말을 드리(려고 했으나)…, 말문이 막혔다"고 전했다.

이 버스에는 소설가 김애란씨, 시인 송경동·허은실씨 등 30여 명의 작가들도 함께 탔다. 작가들은 세월호 참사 가족 대책위원회 등이 이날 오후 팽목항에서 여는 문화제에 참석할 예정이다. 전국에서 시민 1000여 명도 팽목항을 찾는다. 김훈씨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행사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훈씨와 작가들은 또한 소설가 김연수·박민규·김애란씨 등이 함께 펴낸 세월호 헌정산문집 <눈먼 자들의 국가>(문학동네)를 유가족·실종자 가족에게 전달한다.

시인 송경동씨는 김훈씨가 '작가들의 버스'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훈씨는 겸연쩍은 얼굴로 "제가 발의한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모여서 얘기하다가 자연스럽게 그러한 얘기가 나왔다"면서 "혼자서 한 게 아니다, 한 참가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혼자 있어도 (세월호 사고를) 생각하면 답답하다"고 전했다.

"유가족 뜻 최대한 수용하는 것이 옳아"

그에게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에 대한 여야 합의안을 묻자, 김훈씨는 한숨을 내쉰 뒤 말을 이었다.

"정치적으로 해결을 하는 것이 원만한 것인데, 그게 안 된다면 유가족의 뜻을 최대한 수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유가족의 뜻이라는 것은 참혹한 피해를 당한 극소수 피해자의 뜻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유가족의 뜻에는 곧 국민 전체의 뜻도 포함돼 있다. 그렇게 받아들여야만 원만한 합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김훈씨가 팽목항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고 전, 그는 팽목항을 여러 차례 찾았다. 그는 "아주 아름답고 평화로운 항구였다, 진도의 남쪽에 있는 조도와 관매도로 가는 항구였다, 그런데 참혹한 사고가 일어났다"면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편, 시민·종교인·노동자들도 같은 시각 서울 덕수궁 대한문에서 팽목항으로 향하는 '기다림의 버스'에 올랐다. 이들은 출발 직전 연 기자회견에서 "팽목항에서 실종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어서 돌아오라고, 진실만은 침몰하지 않게 함께하겠다고 약속할 것"이라며 "진실을 가두려는 특별법 합의를 규탄하고 실종자들을 바다 속에 그대로 가두려는 시도를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다림의 버스' 탑승자들이 3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에 탑승하기에 앞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기다림의 버스' 탑승자들이 3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에 탑승하기에 앞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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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진도 팽목항에 내려가는 소설가 김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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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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