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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환경을 보호하고 동시에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는 '생태관광', 왕피천의 수려한 경관을 배경으로 지역 주민들이 이루어낸 성과입니다. 삼근리, 왕피리, 수곡리, 구산리에 걸쳐 조성 및 복원된 왕피길의 세가지 코스를 차례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왕피리를 통과하는 왕피천 계곡의 맑은 물줄기
▲ 왕피천의 맑은 물 왕피리를 통과하는 왕피천 계곡의 맑은 물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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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 왕피천(王避川)은 한반도 남쪽의 마지막 오지로 불린다. 그만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오지 중 오지로 이름나서인지 예나 지금이나 접근이 어려운 곳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전쟁이나 국난을 피해 왕이 이곳으로 피신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왕피천이라는 이름도 '왕이 피신해온 곳'이라는 뜻에서 붙여졌다. 국내 제일의 오지이자 자연의 보고인 이곳은 지금, 왕피천 생태탐방로를 시작으로 내실 있는 환경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

왕피천의 뛰어난 생태 자원이 울진을 넘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 2000년부터다. 그러나 왕피천이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추진된 결정적인 계기는 다름 아닌 국토부의 댐 개발 계획이었다. 왕피천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속사마을 일대를 대상으로 한 댐 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들, 불영사를 비롯한 불교계의 큰 반발로 댐 건설은 무산되었지만 2003년의 도로 개발 위협 등 난개발의 그림자가 계속해서 왕피천을 덮쳐 왔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이란?
생태경관보전지역은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여 생태적으로 중요하거나 자연경관이 수려하여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큰 지역으로서 환경부장관이 '자연환경보전법'에 의하여 지정·고시하는 지역을 말한다.

이는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여 보전할 필요가 있는 지역 등을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정하여 보전하되,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적극 배려하도록 하며, 자연환경을 체계적·효율적으로 보전하고 지역주민이 자율적으로 자연환경보전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이다.

왕피길 1구간 박달재 고개 중간에서
▲ 왕피길 1구간 중 왕피길 1구간 박달재 고개 중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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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고비를 넘긴 후 본격적으로 대두한 것은 왕피천의 보전과 더불어 왕피천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속 가능한 보전전략의 필요성이었다. 그중에서도 생태관광은 지속 가능한 보전전략의 하나로 주목받았다.

주민들의 뜻으로 만들어진 생태관광

생태관광은 자연 보전을 위한 활동을 주목적으로 하며, 탐방객에게 환경보전의 학습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관광으로 인한 수익이 반드시 지역주민에게 되돌아가도록 한다. 왕피천 생태관광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바로 대한민국 보전지역에서 최초로 지역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주도, 준비하여 실현한 생태관광 시범사업이라는 데에 있다.

왕피천에서 시행할 예정인 예약 탐방제는 이러한 노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예약 탐방제는 사전에 숲 해설사와의 투어를 예약한 탐방객들만을 보전 지역 내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관광 자원을 개발하되 그것이 해당 지역의 생태 보전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입장 인원을 제한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관광객 맞춤식인 여타 관광지와는 구별되어 그야말로 의미 깊은 관광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예약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며, 왕피천 에코사업단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된다. (www.wangpiecotour.com)

울진 서면 삼근리에 위치한 생태탐방 안내소
▲ 왕피천 생태탐방 안내소 울진 서면 삼근리에 위치한 생태탐방 안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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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피천 생태관광의 역사는 바로 울진군 서면 삼근리에서 시작된다. 삼근리는 소박한 마을이지만 관공서, 마트, 학교, 서울에서 바로 오는 버스 정류소 등 있을 것은 다 있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왕피천 생태관광을 총괄하고 방문자를 관리하는 왕피천 방문자센터, 왕피천 에코투어사업단 사무실이다. 이곳에서 왕피길에 대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수곡리, 굴구지, 왕피리 등의 왕피길 마을들과 모두 통하는 삼근리는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 관리의 거점인 셈이다.

왕피길 1구간은 생태관광의 대표적 거점인 삼근리에서부터 거리고를 거쳐 왕피리로 향하는 노선이다. 삼근리에서 출발하는 코스이기 때문에 비교적 서울 등 수도권에서의 접근성이 양호하다. 차량이용과 숲 해설사의 이야기 전달을 적절히 접목할 경우 다양한 연령대의 탐방객이 이용할 수 있어 왕피천의 세 구간 중 가장 가족형 코스에 가깝다. 또한 친환경, 유기농 체험을 통해서 탐방객에게 힐링과 웰빙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이 1구간의 특징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왕피천 일대에 만든 광산의 흔적이 남아있다
▲ 광산 굴 일제강점기 일본이 왕피천 일대에 만든 광산의 흔적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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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근리에서 버스를 타고 조금만 올라가면 검은 굴이 보인다.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광산의 흔적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이 광물을 가장 많이 채굴하던 곳은 왕피리의 동수곡(東水谷)으로 광산의 이름은 '검정광산'이다.

왕피천을 가로지른 광산은 삼근리에서 시작해 곡내를 거쳐 동수곡까지 이어진다. 1구간 입구에 보이는 울긋불긋한 집들이 바로 검정광산에서 일하던 일본인들의 사택이다. 지금 광산 터에는 잡초만 무성하지만, 마을 곳곳에 아직도 많은 동굴이 남아 있어 주석 광산을 운영했던 아픈 역사를 증명한다.

양옆에 나무를 끼고 따라 걷는 동수곡 길
▲ 동수곡 양옆에 나무를 끼고 따라 걷는 동수곡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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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광산의 흔적을 지나 동수곡 삼거리에 다다르면, 탐방객들은 버스에서 내려 동수곡으로 연결되는 진입도로를 따라서 걷는다. 시작점부터 약 2km 정도는 숲 터널이 군데군데 형성된 비포장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경사는 완만하고, 적절한 채광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아름다운 숲길이다. 소담하게 피어있는 산수국, 봉긋한 모양의 꽃잎을 가진 도라지꽃들은 소박하지만 눈은 즐겁다.

길을 걷다 운이 좋다면 저 멀리 길을 가로질러 달리는 노루나 길 구석에 서 있는 다람쥐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왕피천 일대는 태곳적부터 야생동식물의 번식과 서식이 가능한 자연환경을 폭넓게 갖추고 있어 국내의 어느 산림지역과 하천지역보다 생물종다양성이 높은 지역이다. 산양, 수달 등 주요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이 13종 이상이나 서식하고 있어 동물상은 조류, 포유류를 포함한 개체 수가 주요 국립공원과 생태계보전지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다. 가히 '야생동물의 천국'이라 할 만하다.

화전민들이 살던 집터와 아궁이 등이 숲속에 남아있다
▲ 화전민 터 화전민들이 살던 집터와 아궁이 등이 숲속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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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나타나는 누리마을은 옛 집터, 옛 전봇대 등 과거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역사적 장소이다. 숲 깊은 이곳에는 누군가 가지런히 쌓아 놓은 돌담이 있고, 그 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솥단지와 숟가락 같은 물건도 볼 수 있다. 이 깊은 골짜기 돌담을 두르고 아궁이를 만들어 솥단지를 올려두었던 사람은 다름 아닌 화전민이었다.

누리마을 곳곳에 과거 화전민들이 거주했던 가옥과 집터 등 화전마을이 있었던 흔적이 나타난다. 1968년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화전민 대부분이 몰살당하고 육지로 내쫓겼지만 산 속에 남은 술병은 아직 그들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누리마을을 지나 능선을 따라 계속 걷다 보면 금강소나무 대경목 군락지를 만나게 된다. 울진의 금강송은 줄기가 붉고 가지는 용틀임을 하듯 기상이 하늘을 찌르는 듯하다. 오랜 세월을 지나 만고풍상을 겪은 금강소나무를 보면 조금 들뜬 마음마저 숙연해진다. 그야말로 국송의 품격을 지닌 나무들 옆에는 국수나무, 함박나무, 굴참나무 등도 군락을 이루고 있어 푸른 잎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1구간을 걷다보면 마주치는 왕피천 본류의 모습
▲ 왕피천 1구간을 걷다보면 마주치는 왕피천 본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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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길은 왕피천 본류와 만난다. 거친 산행을 한 후에 왕피천 본류의 맑은 물을 눈에 담고 공기를 마시며 이 생태계를 느끼는 것, 이것이 바로 왕피천 생태관광의 절정이다. 이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면 숲길을 지난 피로도 잠시 잊을 수 있다.

왕피천 물에 발 담그면 피로는 사라져

물을 잠시 뒤로하고 잘 닦아 놓은 아스팔트 길을 따라 걸으며 왕피리 마을의 풍광을 구경하다 보면 거리고 마을에 이른다. 탐방객들은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이 지역 사람들은 유기농 재배를 삶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 때문에 이곳에서는 농약이 쓰이지 않은 건강한 유기농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왕피리 일대에서는 모두 유기농 농사를 짓는다
▲ 거리고마을의 논 왕피리 일대에서는 모두 유기농 농사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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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출발하여 왕피분교를 지나면, 농수로로 이어진 길이 나타난다. 이 길은 왕피천 본류를 따라 이어지는 길이다. 이 수로를 따라 50m 이상 하류 방향으로 이동하면, 숲 아래 층층이 쌓인 계단식 논과 그 아래에 하천으로 이어지는 절경이 펼쳐진다. 1구간의 종착역인 실둑마을이다. 이곳에서 왕피천의 물길을 체험하고 휴식을 한 뒤 모든 일정이 끝난다.

왕피천에서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산, 하천뿐 아니라 토양의 힘을 회복하고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유기농법으로 재배하는 농경지 역시 소중한 생태 자원이다. 사람이 사는 마을까지도 산과 하천과 더불어 모두 하나의 자연인 셈이다.

실둑마을에서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삼근리로 돌아오면 예의 소박한 버스 정류장이 탐방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탐방객들은 삼근리에서 오후 4시 40분의 울진행 버스, 4시 50분의 서울행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알아두면 편한 전화번호

울진시외버스터미널 (054-782-2971)
울진문화관광과 (054-789-5490)
울진택시 (054-783-4000,4044)
왕피천에코투어사업단 (054-781-8897)



태그:#왕피천, #왕피천 생태관광, #왕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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