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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시 강동구 한 초등학교 인근에 들어선 패스트푸드점의 드라이브스루 매장 앞을 한 초등학생이 지나고 있다. 변철만 녹색어머니 중앙회 사무국장은 "드라이브스루에서 산 햄버거를 먹으며 스쿨존에서 운전을 하며 교통사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 드라이브스루 지나가는 초등학생 24일 서울시 강동구 한 초등학교 인근에 들어선 패스트푸드점의 드라이브스루 매장 앞을 한 초등학생이 지나고 있다. 변철만 녹색어머니 중앙회 사무국장은 "드라이브스루에서 산 햄버거를 먹으며 스쿨존에서 운전을 하며 교통사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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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1시 30분. 서울 강동구의 A 초등학교에서 105m 거리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점. 점심시간에 승용차 한 대가 패스트푸드점 건물 둘레를 따라 휘돌아나갔다. 지난 1월에 문을 연 이곳은 최근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매장이다. '드라이브 스루'는 차량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소매점을 뜻한다.

패스트푸드점의 출구전략 '드라이브 스루'... 어린이 안전 위협요소로

건널목이 있는 네거리의 한 모퉁이에 들어선 이 매장을 손님이 차를 탄 상태에서 이용하려면 사람이 드나드는 길을 가로질러 들어가야 한다. 출구 역시 마찬가지다. 건널목 네 개가 모여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이곳은 지나가는 사람과 드나드는 차량으로 분주했다. 

"차가 도보를 침범해 패스트푸드점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아요. 볼라드(차량 통행을 막기위해 설치한 장애물)가 몇 번 부셔졌다니까요."

패스트푸드점 바로 옆에서 영어 학원을 운영하는 이교선(41)씨의 말이다. 그가 운영하는 학원에는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 100여 명이 다닌다. 학생들이 학원 출입문에서 계단을 일곱 개를 밟고 내려가면 드라이브 스루 이용할 수 있는 차량 전용 입구와 바로 만난다. 길에는 도보와 차량 입구를 구분하는 볼라드 두 개가 설치돼 있었다. 아이들은 이 옆에서 학원 버스에 오르내린다.

6년 전부터 이곳에서 학원을 운영했다는 이씨는 "햄버거를 사려고 들어가는 차와 주차를 마치고 나가려는 차가 뒤엉키는 등 문제가 많다"라고 토로했다. 때문에 그는 학생들의 등·하원 시간에 자주 나와 주위를 살핀다. 이날도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로비로 나오자 그는 먼저 나가 주변을 살폈다.

패스트푸드점 앞 7차선 도로 건너편에는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다. 이 단지에 사는 학생들이 학교에 가려면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지나쳐 가는 게 가장 빠르다. 점심시간을 맞아 분주한 패스트푸드점 앞에는 가방을 멘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걸으면서 지나갔다. 또 패스트푸드점의 차량 출구는 독서실 입구와 맞닿아 있었다. 독서실과 같은 건물에는 보습학원과 미술학원, 어린이 전용 수영장도 운영 중이었다. 

A초등학교 인근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불과 30여 미터 떨어진 곳에는 또 다른 브랜드가 운영하는 더 큰 규모의 드라이브 스루 패스트푸드점이 있다. 여기에는 커피숍과 아이스크림 전문점, 도넛전문점이 함께 영업 중이다. 차량 출구 바로 옆에는 창의력 학원이 있었다. 이곳에는 도보와 차도를 구분하는 장애물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한 한 패스트푸드점의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학원가 안에서 운영 중이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나온 학생과 자전거를 타고 드라이브스루 앞을 지나치는 한 초등학생의 모습. 지난 7월 서울 동작구 흑석초등학교 학부모들은 학교 바로 옆에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들어오는 것에 반대해 1인 시위와 집회 등을 벌이기도 했다
▲ 드라이브스루와 인접한 학원 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한 한 패스트푸드점의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학원가 안에서 운영 중이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나온 학생과 자전거를 타고 드라이브스루 앞을 지나치는 한 초등학생의 모습. 지난 7월 서울 동작구 흑석초등학교 학부모들은 학교 바로 옆에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들어오는 것에 반대해 1인 시위와 집회 등을 벌이기도 했다
ⓒ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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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지난 1992년 맥도날드가 부산 해운대에 이 방식을 적용한 매장을 열며 한국에 첫 선을 보였다. 그 후 별다른 증가율을 보이지 않던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최근 포화 상태에 이른 패스트푸드업계가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출구전략으로 삼으면서 전국으로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관련 업계의 발표에 따르면 2010년 66곳에 불과했던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올해 8월까지 226곳으로 집계됐다. 4년 만에 3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학교 인근에도 들어선다는 점이다. 지난 23일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인근(500m 이내)에 자리 잡은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총 46곳이다. 그중 초등학교와 유치원 주변은 33곳이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들어선 곳은 인천 부평구 부평동초등학교다. 초등학교 정문에서 단 '8m' 거리에 매장이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과 초등학교 통학로 안 교통안전 위협 요인을 개선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변철만 녹색어머니중앙회 사무국장은 지난 24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학교 앞에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늘어나는 현상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변 사무국장은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아침을 거른 사람이 주로 찾는데, 이 시간이 아이들의 등교 시간과 겹친다"라면서 "시동을 켠 채로 음식 구매를 위해 줄지어 서 있는 차가 뿜어내는 매연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또 "스쿨존에서 운전자가 뜨거운 커피를 마시다 교통사고를 낸 사례가 있다"라면서 "마찬가지로 운전자가 드라이브 스루에서 구매한 햄버거를 먹으며 운전을 한다면 사고 위험도 높아진다"라고 전했다.

드라이브 스루, 학부모는 불안하다

지난 7월, 서울 동작구 흑석초등학교 담장 옆에 맥도날드의 드라이브 스루 매장인 '맥드라이브'가 입점할 예정이었으나, 학부모들의 반대로 철회된 일이 있었다. 당시 동작초 학부모들은 교통사고와 매연 등 안전문제를 우려하면서 서명운동과 1인 시위, 집회 등을 열고 반발했다.

동작초등학교의 경우 맥도날드 측이 입점 철회를 결정했지만, 만약 해당 회사가 입점을 강행한다면 이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다. 지난 24일 A초등학교를 관할하고 있는 정정희 강동구청 식품위생팀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현행 학교보건법은 학교 주변 200m 이내에 단란주점과 유흥업소만 입점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라면서 "일반 휴게음식점에 해당하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 8월 학생들의 학교 주변 200m 이내에는 드라이브 스루 형태의 영업점을 규제하자는 취지의 '학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한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4일 "어린이 보호구역이 지난 5년 동안 5000개 이상 늘어났지만, 어린이 사고 비율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라면서 "교통사고 유발 효과가 큰 드라이브 스루 형태의 영업점에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태그:#드라이브스루, #스쿨존, #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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