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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동안 요리사와 웨이터로 일하다 지금은 종업원으로 일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사회생활 시작 후, 7년 동안 직업학교 교육을 병행했다. 전체 노조원이 32만 명에 이르는 노동조합 활동에도 참여한다. 40년 일하면서 한 번도 부당 대우를 받은 적이 없다 말한다. 그럼에도 매달 1440크로네(약 26만 원)씩 노조비를 낸다. 만약 실직하면 1년 6개월 동안 매달 1만 9000크로네(약 35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와 노조가 연대해서 지불하는 것이다.

한편, 그와 같이 40년을 일한 베테랑과 갓 들어온 신입은 똑같은 월급을 받는다. 하루 매출 총액의 15%를 모든 직원이 동등하게 나누는 것이다. 그에게 불만은 없다. 22살된 그의 아들은 열쇠 수리공으로 일하고 있다. 자신이 식당 종업원임을, 아들이 열쇠 수리공임을 그는 조금도 숨기지 않고, 떳떳이 말한다.

소설 같은 이야기인가? 바로 행복지수 1위를 굳건히 지키는 덴마크의 일상이다. 저자 오연호가 세 번 덴마크에 직접 찾아가 그 행복 비결을 우리에게 전달해 주었다.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가 그것이다.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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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들

이 책은 인터넷과 논문 등을 참고한 것이 아니다. 저자는 직접 덴마크에 세 차례 방문했다. 그곳에서 택시기사, 주부, 학생, 교수, 목사 등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직접 만났다. 삶의 현장(학교, 직장)에서 질문했다.

"당신은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까? 고민이 있습니까?"

그들의 대답은 실로 놀라웠다. 하루에 8시간 택시를 모는 기사의 대답이다.

"여기서는 당신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 기본적으로 무료예요. 대학 등록금이 무료고 병원비가 무료입니다. 덴마크인들은 길거리에 내쫓기는 신세가 되는 일이 없어요. 직장을 잃어도 정부가 2년간 실업보조금을 주고, 직업 훈련을 시켜서 다른 회사에 취직하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줍니다." (38쪽)

택시 기사의 말처럼 덴마크의 실업자들에게는 노동자-경영자-정부의 3각 협력이 만들어낸 재취업 안전망이 존재한다. 내가 만약 넘어지면 누군가가 나를 일으켜 세울 것이라는 단단한 믿음이 행복을 주는 것이다. 또한, 덴마크에는 독특한 의료 방식이 있다. 바로 주치의 제도. 주민은 물론, 단기 교환학생으로 온 외국인까지 모두 주치의가 정해져 있다. 즉 덴마크에 거주하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이 혜택을 받는 것이다.

"25년이나 함께 일하다 보니 3대가 함께 찾아오는 경우도 많아요. 자연히 그 가족의 건강 내력뿐 아니라 가정환경도 대체로 알고 있죠. 사실 몸이 아파서 진료받으러 오는 것보다 개인적인 고민을 상담하러 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88쪽)

동네 주민 1600명을 맡고 있는 주치의 크리스텐센의 말이다. 주치의들은 보통 한 동네에 자리잡으면 은퇴할 때까지 그 곳에서 일한다. 그리고 의사와 검사같은 전문 직종이 이 곳에선 그저 하나의 직업으로 인식될 뿐이다. 택시 기사든, 의사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뿐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없이 말이다. 바로 그것이 행복의 첫걸음 아닐까?

 덴마크 사람들은 직업에 상관없는 행복을 누린다.
 덴마크 사람들은 직업에 상관없는 행복을 누린다.
ⓒ 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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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인 사회의 일원으로 성숙해가는 학생

저자는 미래 덴마크의 주역을 기르고 있는 여러 학교도 방문했다. 공립학교, 자유학교, 인생학교 등 다양한 학교를 통해 교육의 참의미를 취재했다. 우선, 일반적인 공립학교 교장의 말을 들어보자.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더 잘하도록 개별적으로 칭찬해주지만 공부를 못하는 아이에게도 칭찬을 해줍니다. 물론 공부를 못하는데 잘한다고 거짓말로 칭찬할 수는 없죠. 그런 아이들에게는 작은 목표를 세워줍니다. 만약 20개의 문제 중 절반만 맞힌 아이가 있으면 다음번에는 한 문제만 더 맞혀도 그걸 아주 크게 칭찬해줍니다." (156쪽)

성적 우수상이 아예 없는 덴마크의 현실을 대변하는 말이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여러 능력 중 하나기이 때문에 특별히 따로 상을 줄 필요가 없고, 모든 아이가 저마다의 장점을 칭찬받을 수 있는 교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편, 이보다 독특한 학교도 덴마크에는 있다. 바로 에프터스콜레. 우리나라의 방과후 수업을 떠올리기 쉽지만, 아예 1년을 통째로 빼내 만든 '또 하나의 학교'다.(193쪽) 학생들이 9학년까지인 초등학교를 다니고, 중간에 1년을 보내는 곳이다. 이른바 인생 설계 학교. 이런 학교가 덴마크에 250여 개가 있고, 3만 명의 10학년 학생 대부분은 집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한다. 일반 학교처럼 종합 교육을 하는 곳도 있고, 체육, 음악 등 특별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곳도 있다. 한 인생학교 교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다른 사람과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 이런 질문의 답을 찾는 거죠. 그러면서 민주적인 사회의 일원으로 좀 더 성숙해지는 곳이 바로 에프터스콜레입니다."(195쪽)

초등학교부터 성적이라는 단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는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볼 때, 참 부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덴마크의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행복'의 맛을 알아가고, 행복을 줄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는 뭘 해야 할까

덴마크라... '원래 북유럽 나라들은 잘 살지 않나? 원래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 아닌가?' 이처럼 전에는 덴마크라는 나라에 대해 막연한 동경과 선입관이 있었다. 하지만, 덴마크 역시 우리나라 못지않게 큰 부침을 겪었음을 이 책을 통해 확인했다. 소유하고 있던 영토(덴마크의 7.5배)를 스웨덴에게 빼앗겼고, 독일과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가장 비옥한 곡창지대를 빼앗겼다(1864년). 이때 영토의 3분의1, 인구의 5분의2가 독일로 넘어갔다고 하니, 덴마크 역사를 통틀어 제일 큰 위기였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덴마크는 주저앉지 않았다. 가장 건설적인 새 시대를 일구기 시작했다.

덴마크를 새로운 나라로 만든 농민학교(자유학교) 운동, 협동조합 운동, 국토 개간 운동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시민의 주체적 참여로 가능했다는 점이다. (259쪽).

다행히 우리나라에도 여러 지역과 사회에서 다양한 시민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협동조합도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덴마크와 비교해서 우리 사회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단어가 있었다. 바로 '신뢰'. 덴마크에는 사장과 노동자, 선생님과 학생, 목사와 신도, 여당과 야당, 국가와 국민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신뢰가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신뢰가 사회 전체에 자리 잡는 데는 국가의 큰 위기 후, 150여 년이 필요했다. 그 사실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책을 마무리하며, 저자는 개인적으로 행복해지고 싶다면 행복 사회를 만드는 데 동참하라고 당부한다. 아울러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 정부와 시민사회, 경영진과 노동자가 머리를 맞대고 행복 사회를 향한 '20년의 약속'을 만들어내야 한다(304쪽)고 주문한다.

이 책은 꼼꼼히 읽어야 한다. 그리고, 복지국가의 좋은 면을 보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150여년 전, 폐허 속에서 행복을 일구어 갔던 덴마크인처럼 지금의 자리에서 행복을 만들어 가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 자신의 자리에서 행복을 만들어 가자. 그렇다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예! 우리도 행복할 수 있다"라고 확답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blog.naver.com/clearoad)에도 실었습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오연호 지음, 오마이북(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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