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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3일 앞두고 찾은 칠성시장 어물전의 모습. 예전같지 않다는 상인들의 아우성처럼 손님들의 발길도 뜸한 편이다.
 추석을 3일 앞두고 찾은 칠성시장 어물전의 모습. 예전같지 않다는 상인들의 아우성처럼 손님들의 발길도 뜸한 편이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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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세월호 탓이라고만 할 수 있나요? 경기가 안 좋다고 하니까 그런 줄 알지. 재래시장은 매년 경기가 더 안 좋잖아요. 명절이라고 해봐야 젊은 사람들은 마트로 다 가고 나이 많은 사람들만 찾는데, 오늘 오전에는 거의 팔지도 못 했어요."

추석 명절이 다가왔지만 재래시장 상인들의 한숨은 늘어가기만 한다. 명절 특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구의 가장 큰 재래시장인 서문시장과 칠성시장 상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동네의 작은 시장에는 상인들이 파리만 날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추석을 사흘 앞둔 지난 5일 서문시장은 평일이기는 했지만 일부 가게를 제외하고는 조용했다. 상인들은 큰 대목을 앞두고 있어 기대가 부풀었지만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추석을 앞두고 가장 많이 찾는 건어물 시장과 생선가게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옷가게는 아예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농담을 주고받을 뿐이었다.

서문시장에서 40년째 건어물을 팔고 있다는 임준기(70)씨는 "지난 설을 앞두고는 많이 팔았는데 지금은 물건 값이 올라서 이문이 남지 않는다"라며 "돔배기(상어고기)가 1kg에 3500원 했는데 지금은 두 배 이상 올라서 7000원이 넘는다"라고 말했다.

"우리 며느리도 시장 안 오는데..."

상인들은 재래시장이 침체한 이유로 주차장이 없어 불편한 점을 제일 먼저 꼽았다. 물건을 사러 왔다가도 주차할 공간이 없어 손님들이 그냥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주차공간을 넓혀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마트의 편리성을 들었다. 건어물과 채소를 팔고 있는 이정임(66)씨는 "젊은 사람들이 대형 마트로 가는 이유는 물건이 신선하고 작게 포장을 해 깔끔하게 팔기 때문"이라며 "내가 시장에서 장사하지만 우리 며느리도 물건 사러 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칠성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어물전에는 가끔 추석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 있을 뿐 왕래가 거의 없었다. 이곳 상인들은 "해가 갈수록 더 힘들다며 차라리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어물전에서 30년 동안 장사를 했다는 문창근(64)씨는 "지난해보다 소득이 30% 이상 줄어서 먹고살기 힘들다"라며 "칠성시장은 그나마 낫다고 하지만 월세를 주지 못해 내놓고 나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라고 전했다.

대구 달서구의 성당시장 상인들은 더욱 힘들어했다. 13년째 떡집을 운영한다는 진아무개(47)씨는 "추석 대목이라고는 하지만 올해가 가장 힘든 것 같다"라면서 "예전에 비해 떡을 하러 오는 사람들도 반으로 줄었다"라고 하소연했다.

건어물을 파는 오상근(47)씨는 "재래시장에 주차장이 없고 불편하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 아니냐"라면서 "주로 인근의 주민들이 찾아오는데 요즘은 시장을 많이 찾지 않는다, 대부분 대형 마트로 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기 불황이 세월호 때문? 핑계다"

칠성시장 어물전에서 돔베기(상어고기)를 팔고 있는 상인의 모습. 이곳도 예전같지 않다고 하소연이다.
 칠성시장 어물전에서 돔베기(상어고기)를 팔고 있는 상인의 모습. 이곳도 예전같지 않다고 하소연이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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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두고 칠성시장 어물전에서 상인은 동태포를 뜨기 바쁘지만 손님이 너무 없다고 울상이다.
 추석을 앞두고 칠성시장 어물전에서 상인은 동태포를 뜨기 바쁘지만 손님이 너무 없다고 울상이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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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경기가 좋지 않은 이유가 세월호 참사로 인한 영향 때문이라고 말하는 상인들은 드물었다. 일부 상인들이 세월호를 이유로 들었지만 대부분 슬픔을 겪는 유족들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했다.

서문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박순이(80)씨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명절을 앞두고 자식을 잃은 슬픔이 얼마나 크겠느냐"라면서 "경기가 안 좋은 이유로 세월호를 드는 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상인도 "장사하고 집에 가면 피곤해서 뉴스를 들을 시간도 없다"라면서도 "정치권이 책임지지 않고 서로 싸움만 하는 꼴을 보니 피해를 입은 분들의 심정이 어떻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성당시장의 한 상인도 "우리 지역하고 세월호하고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세월호 때문이 아니라 대형 마트들이 시장 손님들을 다 빼앗아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대형마트로 인해 상인들이 살 길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제수용품을 사러 나왔다는 장지현씨(44)는 "유족들이 얼마나 가슴이 아프면 명절도 쇠지 못하고 길거리를 떠돌겠느냐"라며 "정치권에서 유족들의 말을 듣고 특별법을 빨리 매듭을 지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칠성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자식을 잃고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라면서도 "몇 달이 흘렀는데 유족들이 너무 자신들의 입장만 생각하는 것 같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세월호에 관심이 없어졌지만 유족들이 대통령을 너무 몰아세우고 있어 불쾌하다고 덧붙였다.

5일 오후 명절을 앞두고 찾은 서문시장에서는 명절의 기분이 나지 않을 정도로 손님이없이 한가하기만 하다.
 5일 오후 명절을 앞두고 찾은 서문시장에서는 명절의 기분이 나지 않을 정도로 손님이없이 한가하기만 하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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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대구경북 주민들은 대부분 잘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칠성시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세월호 유족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박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뭐든 "대통령이 다할 수는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아무개(65)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한다면 우리나라 대통령 중에 제대로 약속 지킨 대통령이 어디 있느냐"라면서 "나라 생각도 좀 해줘야지 유족들이 너무 하는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다고 밝힌 김아무개(56)씨도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데 우리가 도와줘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남들은 욕을 한다고 하지만 역대 다른 대통령과 견줘 봤을 때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추석을 앞둔 시장 상인들은 올해만 잘 넘기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먹고사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다면서도 어떻게든 경기가 나아지지 않겠느냐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


태그:#재래시장, #추석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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