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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저우공업원구는 1994년 중국 정부가 싱가포르와 합작으로 국가급 경제기술개발구로 지정한 지역이다. 공업원구 면적은 288㎢이고, 2014년 6월 기준 중국 기업은 2만여개, 외국 기업은 5100여개에 달한다.
▲ 쑤저우공업원구 금계호(진지후) 쑤저우공업원구는 1994년 중국 정부가 싱가포르와 합작으로 국가급 경제기술개발구로 지정한 지역이다. 공업원구 면적은 288㎢이고, 2014년 6월 기준 중국 기업은 2만여개, 외국 기업은 5100여개에 달한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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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규모로 경쟁할 수 있는 상대 아니다"

중국은 덩샤오핑 복권 후 1979년에 경제특구를 지정하면서 선부(先富)론에 입각한 개혁개방을 추진했다. 1980년대 주강 삼각주(광저우·주하이·썬전), 1990년대 상하이, 2000년대 톈진 등 남부 해안과 동부 해안, 발해만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개혁개방 초기에 외국자본 유치와 기술 도입으로 경제성장을 이뤘다면, 이제는 그 경제성장을 국민들의 소득과 내수로 전환하고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는 경제성장률과 함께 취업률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중국은 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정 경제성장률을 8%대로 보고 있다. 경제성장률을 어느 정도 달성해야 취업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내수시장 확대를 위해 토지개혁을 추진하고, 토지개혁으로 토지사용권을 매매할 수 있게 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연평균 임금상승률은 10~12%에 이르고 일부 지역은 17%에 달한다. 노동조합 설립도 장려하고 있다.

이 같은 경제정책은 상당히 안정적인 권력기반을 토대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국가 지도력이 상당하다.

이필주 재중한인회 상임부회장은 "공산당의 지도자 양성과정이 아주 치밀하고, 어릴 때부터 치열한 경쟁과 검증으로 당원과 당 간부가 된다. 공산당이 지도하는 중국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게다가 시진핑 주석의 경우 태자당·상하이방·공청 등 당내 정파에 모두 기반이 탄탄해 중국의 성장은 지속될 전망이다"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제특구가 보여주는 중국의 모습은 '놀라움과 두려움' 그 자체다. 엄청난 규모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 경제는 제조업에서 뿐만 아니라 첨단산업에서도 '세계의 공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필주 상임부회장은 "중국과 규모로 경쟁해서는 안 된다. 질적(=기술)으로 경쟁해야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보장된 것은 아니다. 중국은 경제특구에서 시작한 외자유치로 이미 상당한 제조업 인프라와 기술을 구축했다.

한국은 제조업의 꽃으로 불리는 자동차, 철강, 반도체, 조선, 전기전자, IT, 석유화학 등의 제조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다. 그러나 중국도 이 분야 기술력에서 크게 뒤쳐지지 않을뿐더러, 항공 산업의 경우 오히려 한국보다 앞서 있다.

게다가 이젠 중국정부와 지방정부가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 임금상승을 유도하면서 그동안 저임금에 의존한 노동집약 산업들을 동남아시아로 이전했고, 일정한 기술력과 숙련도를 요구하는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인천항 물동량 중 수입 섬유제품에서 동남아시아의 비중이 늘기 시작한 게 이를 방증한다.

중국 자본, 한국 부동산개발에 관심 많아

1993년 중국 외교부 산하에 사단법인 중일한경제발전협회가 설립됐다. 경제·문화 등의 분야에서 3개국의 교류를 활발하게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현재 3개국의 기업들에 투자정보 등을 제공한다.

이 협회 산하에 중이그룹(中益集團, China Public Welfare Group Ltd.)이라는 것을 두고 있는데, 이들이 취급하는 분야는 실버·복권·교육·전문투자 등 4개 분야로 연간 매출액이 약 1000억 원이라고 한다.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해외에 투자해야하는 시점이라고 여긴다. 투자처로 한국을 꼽는다. 유럽과 미국으로 진출하기 전에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도 유사하다는 점에서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다.

또한 중국 기업들이 한국을 우선 투자 대상지로 꼽는 것은 중국의 정치상황과 맞물려 있다. 지난 7월 초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다수의 중국 기업이 동행했는데, 이는 '공산당이 국가를 지도하는 나라에서 중국정부가 한-중 관계에 공을 들이는 만큼, 중국 기업인들도 보조를 맞춘다'는 뜻이다.

중국의 한국 투자는 주로 부동산개발에 맞춰져 있다. 중국자본은 한국의 '부동산투자이민제도'를 매력적인 요소로 여긴다.

짜오홍(Zhao Hong) 중일한경제발전협회 비서장은 "중국 내 부동산개발이 포화상태이고, 해외 진출을 활발하게 타진 중이다. 녹지그룹은 이미 제주도에 투자했고, IT기업 하이얼과 중국 레노버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일한경제발전협회는 현재 서울·부산·제주에 협회 사무국을 두고 있고, 제주에 중일한기업교류센터를 짓고 있다. 내년 말 완공 예정이다. 이 협회는 제주도가 한·중·일의 지리적 위치를 볼 때, 가장 적당하다고 여겼다.

베이징에서 제주까지 2시간, 상하이에서는 1시간 거리이고, 한국정부가 제주도에 한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있어, 국내보다 제주도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는 게 중국 쪽의 설명이다. 또한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사계절이 중국인들에게 매력적이라고 한다.

중일한경제발전협회는 제주도 중일한기업교류센터 주변에 펜션 100개 정도를 건축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8억 위안(약 1320억원)이다. 협회가 부지를 매입하고, 협회 소속 기업들이 공동 투자해 펜션을 짓는 것이다. 참여한 업종은 IT·부동산개발·실버산업 등인데, 상하이·광저우·절강성·베이징에 있는 기업들이다.

중국자본의 한국 투자와 관련해 이필주 재중한인회 상임부회장은 "중국에 상속세나 부동산세가 없는데, 언젠가 도입된다. 이로 인해 중국인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더 갖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개혁개방 이후 1980년대부터 본격화된 중국의 투자유치는 성과를 냈고, 기술력 또한 획득했다. 또한 중국 인구 14억명은 그 자체가 내수시장이자 세계 소비시장이나 다름없다. 대외의존적인 한국 경제와 달리, 중국 경제는 내수시장 만으로 성장이 가능한 나라다.
▲ 천안문광장 개혁개방 이후 1980년대부터 본격화된 중국의 투자유치는 성과를 냈고, 기술력 또한 획득했다. 또한 중국 인구 14억명은 그 자체가 내수시장이자 세계 소비시장이나 다름없다. 대외의존적인 한국 경제와 달리, 중국 경제는 내수시장 만으로 성장이 가능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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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중국의 유럽·미국 진출 교두보

한국에 투자하려는 중국기업은 한국을 유럽과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여긴다. 한국 시장 개척보다는 유럽과 미국 시장 진출이 목적이라는 얘기다.

이는 한국이 세계 경제블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럽연합과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데서 비롯된다. 중국은 한국과의 FTA 체결을 중국기업이 유럽과 미국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중국은 미국과 정치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중국 기업이 미국에 직접 투자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한국을 경유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이다.

중일한경제발전협회가 제주도를 투자지역으로 선택한 데는 '무비자'가 한몫했다. 이는 한국과 일본처럼 한국과 중국 사이에 비자면제협정이 체결되면 교류가 더 활발해진다는 얘기다. 중국도 이 협정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인천은 현재 영종지구에 한해 중국인의 72시간 무비자 입국 허용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영종지구 내 비자면제협정은 영종지구 관광산업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한-중 비자면제협정은 한-중 항공 자유화와 맞물려 인천국제공항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즉, 비자면제협정 체결로 두 나라의 인적자원 교류가 활성화되면 한국 항공사들이 인천국제공항 또는 한국의 다른 공항에서 중국의 공항들을 자유롭게 취항하고, 또 중국 항공사 또한 한국의 공항들을 자유롭게 드나들게 된다.

이 경우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9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인천국제공항이 동북아시아 시대 허브공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이에 현재 포화상태에 이른 인천국제공항의 3단계 공사를 앞당기고, 4단계 공사를 조기에 착공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개성공단·해주공단은 한반도 출구전략

중국정부는 2005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중국으로 와주기만 하라고 했다. 지역마다 각급(국가 또는 성) 경제기술개발구가 있는데, 지역마다 투자유치 실적이 그 지역 공무원의 평가기준이 됐기 때문에 앞 다퉈 한국 기업을 유치했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의 투자유치 전략과 중국 내 시장 상황이 변했다. 과거 중국에 투자하는 것을 결정하는 기본적 요소는 저렴한 땅값과 인건비, 그리고 세제혜택이었는데, 이제 한국 상황과 큰 차이가 없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중국에 투자한 가발제조업체·의류업체 등 저임금에 기댄 노동집약 산업은 미얀마와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로 이전했다. 지금 중국은 하이테크기술 분야 투자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울러 대부분의 투자 방식은 중국 기업과 외국인투자기업의 합작이다. 합작으로 첨단기술을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 사례는 톈진에 있는 민항기 제조사 에어버스다. 또한 톈진시가 빈하이신구(濱海新區)에 톈진 빈하이 하이테크산업개발단지(天津濱海高新技術産業開發區, 천진빈해 고신기술 산업개발구)를 조성해 첨단기술산업을 적극 유치하는 데서도 확인된다.

이병식 중소기업진흥공단·코트라 베이징지사 BI운영팀장은 "중국 기술력이 상당 부분 한국을 따라왔다. 핸드폰을 예로 들면, 한국 휴대폰이 브랜드 가치가 있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 핸드폰의 성능도 좋다.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기술력을 따라붙는 중국 속도가 빨라 한·중 간 격차는 점차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라고 말했다.

개혁개방 이후 1980년대부터 본격화된 중국의 투자유치는 성과를 냈고, 기술력 또한 획득했다. 또한 중국 인구 14억명은 그 자체가 내수시장이자 세계 소비시장이나 다름없다. GDP가 무역규모와 동일할 정도로 대외의존적인 한국 경제 구조와 달리, 중국 경제는 내수시장 만으로 성장이 가능한 셈이다.

지금 한국의 기술력은 중국보다 반 발짝 앞서 있을 뿐이다. 중국의 인건비는 여전히 한국보다 훨씬 낮다. 수출입 시 통관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적다.

이와 관련해 하승주 동북아정치경제연구소장은 "소리 없는 경제전쟁이 한반도를 휘감고 있다. 중국은 한-중 FTA로, 미국과 일본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로 세계 경제블록을 재편하려한다. 한국은 그 한복판에 있다. 자동차나 반도체 업체가 이미 중국으로 숱하게 이전했다. 한-중 FTA 타결로 무관세 협정이 이뤄진다면 한국의 생산기지가 중국에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한국의 산업 공동화와 실업률 상승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 소장은 또, "중국이 G2로 설수 있었던 것은 개혁개방을 통한 외자유치이지만 그 배경에는 저임금 구조가 있다. 중국이 임금을 매해 10%정도 인상한다고 해도 여전히 한국보다 낮다"며 "아시아 경제구조를 보면, 한국이 일본의 기초 부품소재를 들여와 중간재를 생산하고, 중국이 최종 소비재를 생산하는 구조다. 이를 남북 경협에 적용할 수 있다. 개성공단의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해주공단 등으로 확대해 남한의 자본과 기술력이 북한의 저임금과 결합하면 한국 경제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중국, #한중FTA,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경제특구, #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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