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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 "유명무실" 지난 25일 첫 전체회의를 연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아래 혁신위)를 바라보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사단 윤 일병 가혹행위 사망 사건을 계기로 출범한 혁신위는 민관군 전문가 113명이 참여해 복무제도 혁신, 병영생활 및 환경 개선, 장병 리더십 및 윤리증진 등 3개 분과로 나뉘어 활동해왔다.

혁신위가 25일 즉시추진 과제로 내놓은 ▲ 부대와 부모·병사 간 24시간 소통 보장 ▲ GOP(일반전초) 면회 및 평일면회 허용 ▲ 장병 자율휴가 선택제 ▲ 과밀하고 열악한 생활관 개선 등 4개 과제는 총기난사 사건, 구타·가혹행위 등 끊이지 않고 되풀이되는 병영 참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혁신위 대변인을 맡은 김정화 병영생활상담관은 이날 내놓은 4개 추진 과제에 대해 "현재 병영문화의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한 과제 위주로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언제는 휴가가 없어서 폭행 사건이 났는가" "윤 일병 사망 사건이 나지 않았으면 과밀하고 열악한 생활관을 고치지 않겠다는 말이냐"는 비아냥은 이번 대책을 바라보는 여론이 얼마나 싸늘한지 보여준다. 

무엇보다 22사단 총기난사사건, 28사단 윤 일병 사망 사건 이후부터 시민사회에서 병영의 후진적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군 사법제도 개혁'과 '국방 옴부즈맨 제도' 등은 논의조차 되지 못해 군이 또다시 '소나기 피하기식' 땜질처방에 몰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혁신위에서 군 사법제도 개혁-옴부즈맨 제도 전혀 논의 못해"

국방위 출석한 국방장관과 육군참모총장 4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왼쪽)은 선임병의 폭행과 가혹행위로 사망한 윤 모 일병 사건에 대해 "지난 4월 초 28사단에서 선임병의 구타와 가혹행위로 윤 일병이 사망한 사건의 원인이 재판과정에서 밝혀져 국민께 많은 심려를 끼쳐 드렸으며,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오른쪽은 권오성 육군참모총장.
▲ 국방위 출석한 국방장관과 육군참모총장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왼쪽)은 선임병의 폭행과 가혹행위로 사망한 윤 모 일병 사건에 대해 "지난 4월 초 28사단에서 선임병의 구타와 가혹행위로 윤 일병이 사망한 사건의 원인이 재판과정에서 밝혀져 국민께 많은 심려를 끼쳐 드렸으며,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오른쪽은 권오성 육군참모총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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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에 참여한 한 민간위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장병 자율휴가 선택제나 생활관 개선 같은 문제들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군이 자체적으로 알아서 시행을 하면 될 일인데, 왜 이런 안을 혁신위의 이름을 빌려 발표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혁신위 전체회의에서 군 사법제도 개혁안과 국방 옴부즈맨 제도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도 "군 사법제도 개혁이나 옴부즈맨 제도 등 장병인권을 개선할 수 있는 본질적인 방안은 내버려두고 비본질적인 것만 논의했다는 것 자체가 과연 군에 개혁의지가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군 당국이 군 사법제도 개혁안과 국방 옴부즈맨 도입을 장기과제로 검토하기로 했지만, 윤 일병 사건의 여파가 가시면 이들 개혁안도 모두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우려는 지난 22일 한민구 국방장관 주재로 열렸던 '고위급 간담회'를 들여다보면 더 확실해진다. 국방부 고위관료와 육·해·공군 참모총장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는 당초 언론에 '군 사법제도 개선 고위급 토론회'로 공지되었지만, 어쩐 영문인지 갑자기 '병영문화혁신 고위급 간담회'로 둔갑했다.

일부 언론에서 이날 간담회에서 "육군은 중대한 사건에만 지휘관이 감경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되 음주운전 등 경미한 사건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 심판관 제도와 관련, 재판관은 법무장교만 맡되 일반 장교는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지만, 국방부는 "실제 간담회에서는 전혀 언급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사단장 등 지휘관에게 사실상 귀속된 현재의 군 사법체계는 구타와 가혹행위 등 병영악습이 되풀이되는 근본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끔찍한 군대 내 사고 재발을 막으려면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데 현재의 군 사법시스템은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한계는 지난 1962년 만들어진 우리의 군사법원법이 옛 제국주의 일본이 운용하던 '육군군법회의법'과 '해군군법회의법'을 근간으로, 미국의 '군사법통일법전'을 일부 반영해 만들어졌다는 데 기인한다. 지난 1987년에서야 군법회의에서 군사법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군사재판의 관할관인 사단장이 수사에서부터 재판까지, 또 재판 후 확정된 형량을 감량해 줄 수 있는 확인권까지 모두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제대로 수사하고 엄정히 판단하겠는가"라면서 "이는 기소와 재판이 분리돼야 한다는 근대사법 원칙에도 위배하고, 입법과 사법과 행정이 분리돼야 한다는 민주주의 3권 분립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수사와 재판이 모두 지휘관 통제 하에 있는 군 사법시스템

 5일 오전 10시께, 경기 연천 제28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윤 일병 사건 4차 공판(재판장 이명주 대령)이 진행됐다. 이 날 재판에서는 피고인 이아무개 병장에게 강제추행과 가혹행위 혐의가 추가됐다.
 지난 5일 오전 10시께, 경기 연천 제28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윤 일병 사건 4차 공판(재판장 이명주 대령)이 진행됐다. 이 날 재판에서는 피고인 이아무개 병장에게 강제추행과 가혹행위 혐의가 추가됐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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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군 범죄사건 수사에서 검찰총장의 권한을 가지는 관할관은 수사의 개시, 진행, 중단, 담당자 변경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또 관할관은 재판 개시와 진행, 담당자 변경을 별 제한 없이 결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병영 내 가혹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군대의 폐쇄성에 있지만, 같은 이유로 군은 사건의 실체와 수사과정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여기에 수사와 재판이 모두 지휘관의 통제 하에 있는 현재의 군 사법시스템은 재판이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군 상층부의 의도대로 사건을 처리하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2004년 참여정부 시절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는 군 장병의 인권을 보장하고 군내 법치주의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군 사법체계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고 보고 군 사법개혁에 착수했다.

당시 논의되었던 주요 내용은 군사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고 군 검찰의 독립성, 군 사법경찰(헌병)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특히 군 검찰 조직을 국방부 소속으로 단일화해서 단위 부대의 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방안은 군 검찰 수사를 단위 부대장으로부터 독립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군사법원의 조직 등에 관한 법률', '장병의 군사재판참여에 관한 법률', '군 검찰의 조직 등에 관한 법률', '군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이 마련되어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되었지만, 끝내 입법에는 실패했다.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 출신의 최강욱 변호사는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이럴 거면 차라리 군사법원 자체를 폐지해버리자'고 나왔지만, 당시 정부안이 나와 있던 상황이라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결국 군 사법개혁은 별다른 결실을 맺지 못하고 지금에 이른 것이다.

군 당국이 군 사법제도 개혁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가장 큰 근거는 '지휘권 훼손 및 군의 특수성'에 있다. 하지만 군사법원에서 다뤄지는 재판의 80% 이상은 군의 특수성과는 별 관련이 없는 폭행, 성범죄 등 일반 범죄이고, 실제 군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사건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설득력은 빈약하다.

다른 나라의 경우를 살펴보면 이는 더욱 자명해진다.

군사법원이 설치된 나라는 27개국이지만, 우리나라처럼 지휘관이 재판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 영국은 민간인을 법무감으로 임명하고 있고,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은 일반법원 안에 군사에 관한 특별부를 설치하여 군사사건을 전담하게 하고 있다. 우리와 가장 유사한 미국조차 지휘관은 1심에서만 관할관 확인조치권을 행사할 수 있고, 군 판사와 군 검찰관은 지휘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일본이나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은 아예 군사법원 자체가 없어 일반법원에서 모든 군사사건들을 처리하고 있다. 타이완도 올해 1월 군 범죄의 조사, 기소, 심리 등 전 과정을 일반 사법기관이 담당하도록 하면서 군사법원을 폐지했다.

하지만, 우리의 군 사법제도는 아직도 국제적 스탠더드에서 한참 뒤떨어져 있다. 윤 일병 사망 사건의 경우에도 사인에 관련된 의혹, 가해자들에 대한 혐의 적용, 주요증인 불출석 방기 등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와 재판은 사건·사고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엄정히 추궁함으로써 재발 방지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군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어서 혁신위의 한계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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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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