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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유족과 울산노동자건강권대책위,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현대중공업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4월 26일 작업 중 사망한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의 사망원인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20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유족과 울산노동자건강권대책위,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현대중공업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4월 26일 작업 중 사망한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의 사망원인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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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6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선행도장부 내에서 작업 중 에어 공급용 호스에 목이 감긴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진 하청노동자 정아무개씨의 사인에 대해 경찰이 자살로 결론내리자 유족과 노동계가 재수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아무개씨는 당일 오전 11시 45분께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고, 발견 당시 3.5미터 가량의 현장 높이에서 몸이 바닥에서 50cm 떠 있는 채로 에어호스에 매달린 상태였다. 정씨는 인근 울산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저녁 6시 2분께 숨졌다.

이 사건을 수사한 울산동부경찰서는 지난 6월 16일 정씨의 죽음을 자살로 규정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유족과 지역노동계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아무개 노동자의 죽음을 자살로 볼 수 있는 근거는 없다"며 "하청노동자의 죽음을 자살로 내사 종결한 동부경찰서를 규탄하며 재수사를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유족과 노동계 "사고나기 전 작업에 대한 의지 보여"

20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정마구개씨의 유족과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 금속노조울산지부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현대중공업노동조합이 참여했다.

이들은 정씨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이유로, 사고당시 목격자가 없는데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 휴식시간에 고인이 '작업에 사용하는 리모콘 작동이 잘 안 된다'며 '한 번 더 작업해보고 통째로 바꾸든지 해보겠다'는 얘기를 나눈 점을 들었다. 일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는 것.

유족과 노동계는 "당시 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그 순간, 현장 안에는 고인의 죽음이 자살이라는 소문이 퍼졌다"며 "현대중공업은 중대재해 발생 시 지체 없이 노동지청에 사고사실을 보고해야하나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날 오후 2시부터는 언론에 '고인의 죽음이 자살일 가능성이 높다'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파악 결과 그 얘기는 울산동부경찰서에서 (언론에)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울산동부서는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이었는데, 시신에 대한 검안과 부검도 이뤄지기 전에 자살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유족과 노동계는 "정아무개씨는 정상적으로 출근해 작업을 했고, 1주일 후 결혼을 앞둔 조카 및 외조카와 함께 작업장내에서 사이좋게 작업을 했다"며 "휴식시간에 기계고장을 호소하며 다시 해보고 안 되면 기계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동료들에게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경찰과 유족, 회사, 노동조합이 참석한 2차 현장검증에서는 고인이 사용했던 에어호스와 전기선 결함이 발견되기도 했다"며 "경찰은 사고일 가능성과 사고원인을 조사하기보다 가족관계, 채무관계 등 개인적 상황들을 조사하기에 더욱 열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경찰은 부인과 석 달 전 부부싸움을 했고, 고인이 4개월 전 진료 받았던 사실을 자살의 중요한 근거로 제출하기에 이르렀다"며 "이런 사유가 자살의 원인이라면 대한민국에 자살을 하지 않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라고 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현대중공업과 동부경찰서, 고용노동부가 사고원인에 대해 정밀한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아무개 노동자 죽음 원인은 분명히 규명되지 않았다"며 "당시 고인과 함께 작업을 했던 동료들은 고인의 죽음이 자살로 종결된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 유족은 "몇 번을 고민한 끝에 자라는 아이들을 위해 정확한 진상규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현대중공업과 동부경찰서에 항의하겠다는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우리는 유족의 결정을 존중하고 지지한다"며 "유족들은 수사자료 공개를 요구했으나 자살임을 주장하는 자료 외 현장 수사 자료를 받지 못했기에 수사자료 전면공개를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울산동부경찰서측은 20일 "국립과학수사원 부검 감정서나 목격자 진술, 현장상황, 개인사생활 등을 종합해 볼 때 자살로 보이는 증거가 다수 있다"며 "엄중한 수사 결과 자살로 종결할만한 증거들이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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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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