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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빨리 부모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보살펴주옵소서"

19일 오후 '통곡의 땅' 팽목항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간절한 기도가 울려 퍼졌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과 달리 교황의 방한 내내 미사에 참석하거나, 면담조차 할 수 없었던 실종자 가족들에게 그의 기도는 "고통의 시간을 견딜 수 있는 힘과 용기"가 됐다.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126일째 돌아오지 않고 있는 단원고 2학년 1반 조은화(17)양의 어머니 이금희(45)씨는 "저희의 눈물과 호소에 응답해주신 교황님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교황님의 저희를 향한 메시지는 약하고 아픔 속에 신음하는 저희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고 말했다.

교황, 실종자 가족들 방문 요청 편지에 응답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참사 실종자 10명의 가족들을 위해 준비한 편지와 묵주 선물이 천주교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와 안산대리구장 김건태 신부를 통해 19일 진도 팽목항에서 전달됐다. 이날 실종자 가족들이 이성효 주교로부터 안수를 받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참사 실종자 10명의 가족들을 위해 준비한 편지와 묵주 선물이 천주교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와 안산대리구장 김건태 신부를 통해 19일 진도 팽목항에서 전달됐다. 이날 실종자 가족들이 이성효 주교로부터 안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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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필 사인이 담긴 서신과 교황문장이 새겨진 묵주 10개가 세월호 실종자 가족에게 전달됐다. 교황의 서신은 천주교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가 대신 낭독했고, 행사에는 실종자 가족 20여 명이 참석했다.

교황의 서신은 "진도 팽목항에서 극도의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내며 사선에 서 있다", "통곡의 땅 팽목항을 찾아 실종자의 귀환을 빌어주시고, 끝없는 기다림으로 지쳐가는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해 달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편지에 대한 응답이었다.

교황은 서신에서 "직접 찾아뵙고 위로의 마음 전하지 못함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이번 한국 방문 기간 내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실종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다만 아직도 희생자들을 품에 안지 못해 크나큰 고통 속에 계신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위로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교황은 "실종자 단원고생 남현철, 박영인, 조은화, 황지현, 허다윤, 단원고 교사 고창석, 양승진, 일반승객 권재근, 이영숙, 일곱살배기 권혁규 어린이가 하루빨리 부모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보살펴주옵소서"라며 실종자 10명의 이름과 함께 간절한 기도를 적었다. 교황은 또 편지 말미에 "실종자 가족 여러분, 힘내세요! 실종자 가족 여러분, 사랑합니다"고 쓰고, '종들의 종 프란치스코'란 자필 서명을 했다.

교황의 서신을 낭독한 이성효 주교가 실종자 가족들의 손을 잡고, 그들의 머리에 손을 올려 위로하자, 가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흐느꼈다. 이성효 주교는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주영 해수부장관의 머리에도 손을 얹고 기도를 했다.

지난 17일 교황으로부터 서신을 전달받은 수원교구 안산대리구장 김건태 신부는 이날 실종자 가족들에게 교황의 당부와 위로의 말씀도 함께 전했다. 그는 "교황께서는 제 두 손을 꼭 잡으시면서 '실종자 가족에게 손잡고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황님께서 '실종자 가족에 대한 위로의 마음이 전해지고 실종자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을 수 있다면 별도의 어떤 형식도 필요 없다'는 취지로 말씀하면서 실종자의 이름을 한명 한명 언급한 서신에 친필로 사인을 했다"고 설명했다.

실종자 가족들 "결코 포기할 수 없어...", 김장훈 "함께 기도를..."

이에 대해 이금희씨는 "교황이 실종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시면서 위로의 마음을 꼭 전달해달라고 당부하셨다는 말씀에 실종자 가족 모두 눈물을 흘리며 교황님의 서신을 마음에 새겼다"고 전했다.

세월호 실종자가족에게 보낸 교황 편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참사 실종자 가족에게 보낸 위로편지가 공개됐다. 이 편지와 교황 묵주는 19일 낮 안산대리구장인 김건태 신부가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와 함께 진도 팽목항을 찾아가 실종자 가족들에게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 세월호 실종자가족에게 보낸 교황 편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참사 실종자 가족에게 보낸 위로편지가 공개됐다. 이 편지와 교황 묵주는 19일 낮 안산대리구장인 김건태 신부가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와 함께 진도 팽목항을 찾아가 실종자 가족들에게 직접 전달됐다.
ⓒ 교황방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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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이어 "실종자들은 저희의 모든 것이었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석과도 같은 가족이기 때문에 찾는 것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며 "아직 수색이 되지 못한 구역이 속히 수색이 완료되어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특히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경 해체'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했다.

"실종자 수색현장을 책임지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해경을 실종자 가족 모두는 신뢰하며, 해경의 수색현장에서의 역할은 실종자를 찾아야 하는 저희에게는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정부와 정치권에서 구조개편 등의 논의로 사고현장을 지휘하는 해경의 사기가 저하되고 동요되도록 하는 것은 참사의 해결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점을 각별히 고려해 현재의 논의를 재검토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

이씨는 이어 "교황님의 이번 서신 전달을 계기로 교황님께서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에게 전하는 말씀을 정부 부처 모두 마음에 다시 한 번 새겨, 마지막 실종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 현장을 지키며 사명감을 가지고 실종자 수색에 다시 한 번 모든 힘을 다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팽목항을 찾은 가수 김장훈씨도 "진도는 지금도 매일 고통과 절규의 기다림을 이어나가고 있다"면서 "국민들은 진도의 실종자 가족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도 15일째 국민단식에 함께하고 있으나, 탈진하여 쓰러지는 일이 반복되고, 건강악화로 인한 입원과 수술이 이어지고 있는 진도의 실종자 가족들은 저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시간을 외로이 보내고 있다. 세월호 참사라는 시대의 아픔과 어둠 속에서도 실종자 가족들이 가장 어두운 곳이라는 생각이 마음속을 떠나지 않아 오늘 이 자리에 섰다."

김장훈씨는 또 "국민여러분께서 실종자 가족을 잊지 않고 교황님의 서신을 통한 메시지를 함께 나누며 실종자 10명이 모두 가족의 품으로 속히 돌아올 수 있도록 격려와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함께 기도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방한 내내 세월호 참사와 함께 교황 "중립 지킬 수 없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4박 5일간의 방한 내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았다. 방한 첫날 서울공항에 내리면서 울먹이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보고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꼭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위로를 건넨 교황은 가는 곳마다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슬픔을 나눴다.

유가족이 건넨 세월호 추모 노란 리본을 달고 미사를 집전했고, 직접 세례를 해달라는 유가족의 요청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노란 봉투에 담긴 유가족들의 편지를 가슴에 품었고, 900km를 순례한 세월호 십자가를 바티칸으로 가져갔다. 교황은 지난 18일 한국을 떠나는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까지도 노란 리본을 왼쪽 가슴에서 떼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세기 안에서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방한 내내 세월호 참사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이유인 셈이다.

교황은 "(세월호 추모) 리본을 유족에게서 받아 달았는데 반나절쯤 지나자 어떤 사람이 내게 와서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고 소개한 뒤,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말해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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