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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미사'에 앞서 카퍼레이드를 하던 중 차에서 내려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4일째 단식농성중인 세월호참사 유가족 김영오씨를 만나고 있다. 김씨는 교황에게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며 편지를 건넸고, 교황은 자신의 옷 주머니에 편지를 넣었다.
▲ 단식 34일 유민아빠 만난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미사'에 앞서 카퍼레이드를 하던 중 차에서 내려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4일째 단식농성중인 세월호참사 유가족 김영오씨를 만나고 있다. 김씨는 교황에게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며 편지를 건넸고, 교황은 자신의 옷 주머니에 편지를 넣었다.
ⓒ 교황방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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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꼭 안고 팔베개를 해주던 사랑스러운 딸, 아빠가 용돈 때문에 부담스러워할까 말없이 수학여행을 떠났던 속 깊은 딸은 이제 없다. 그 딸을 잃은 아버지는 광화문광장에서 34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며 "왜 내 딸이 그렇게 죽어야 했는지 반드시 진상규명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유민 아빠' 김영오(47)씨 이야기다.

김씨는 16일 시복미사를 위해 광화문광장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직접 만났다. 그는 교황에게 "세월호를 잊지말아달라"며 노란봉투에 담은 편지를 전달했다.(관련 기사 : 교황, 단식 '유민 아빠' 직접 위로 "세월호 잊지 말아달라" 편지 받아)

그는 교황에게 "우리 정부를 압박해달라"고 부탁했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히 자신만의 일이 아니라 "생명보다 이익을 앞세우는 탐욕적인 세상, 부패하고 무능하며 국민보다 권력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부라는 인류 보편의 문제"라는 이유였다. 또 "교황께서도 우리를 살펴주시는데 국민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한 달 넘게 굶고 있는 국민인 제게 오지도, 쳐다보지도, 듣지도 않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힘이 없어 자식을 잃고 그 한도 풀어주지 못하고 있는 우리를 구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저희 유가족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라며 "힘없는 저희를 사랑으로 끌어안아 주시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잊지 말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거듭 말했다. 그는 "우리의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이 자리(단식농성 중인 광화문광장)를 결코 떠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그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낸 편지 전문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4일째 단식 중인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드디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시복식 전 카퍼레이드를 하던 교황은 김영오씨 등 세월호 유족을 보자 일부러 자동차를 멈추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김씨는 교황에게 "세월호를 잊지말아달라"며 직접 쓴 편지를 건넸다. 교황은 그를 위로한 뒤 김씨의 편지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 단식 34일 유민아빠 만난 교황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4일째 단식 중인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드디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시복식 전 카퍼레이드를 하던 교황은 김영오씨 등 세월호 유족을 보자 일부러 자동차를 멈추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김씨는 교황에게 "세월호를 잊지말아달라"며 직접 쓴 편지를 건넸다. 교황은 그를 위로한 뒤 김씨의 편지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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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

사랑하는 유민이는 나를 꼭 안고 곁에 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뒤에서 안고 아빠 아빠를 부르고 잘 때 팔베개 해주던 딸, 가난한 아빠가 용돈 줘야한다는 부담 느낄까봐 수학여행 간다고 알리지도 않은 딸입니다. 당연히 구조되어야 하는데 아무 구조를 하지 않았고 유민이가 뒤집힌 뱃속에 갇혀 죽어가는 걸 제 눈으로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왜 내 딸이 그렇게 죽어야 했는지 반드시 진상규명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럴 수 있도록 독립된 조사위원회에 강력한 조사권한인 수사권, 기소권을 부여하는 특별법을 제정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참사의 책임이 있어서인지 정부, 여당은 유가족들의 간절한 요구를 외면하고 유가족을 음해, 방해했습니다. 우리의 간절함, 절박함을 알리기 위해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딸의 죽음의 진상을 명명백백 밝히지 못하면 사는 게 의미 없습니다. 죽을 각오를 했습니다. 우리의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이 자리를 결코 떠나지 않겠습니다.

평화와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거리의 약자를 보살피는 교황이라고 들었습니다.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생명보다 귀한 딸을 잃은 애비가 딸의 죽음의 이유를 밝히기 위해 한 달 넘게 단식 중입니다. 교황께서도 우리를 살펴주시는데, 국민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한 달 넘게 굶고 있는 국민인 제게 오지도, 쳐다보지도 듣지도 않고 있습니다.

제가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것은 유민이가 제 가슴 속에서 아직까지 숨을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저만의 사건이 아닙니다. 생명보다 이익을 앞세우는 탐용적인 세상, 부패하고 무능하며 국민보다 권력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부라는 인류 보편의 문제입니다. 우리 정부를 압박해 주십시오. 그래서 힘이 없어 자식을 잃고 그 한도 풀어주지 못하고 있는 우리를 구해주십시오.

가장 가난하고 가장 힘없고 가장 보잘 것 없는 이들을 부드러운 사랑으로 끌어안는 것이 교황이 해야 할 일이라고 교황 성하께서 말씀하셨죠. 저희 유가족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힘없는 저희를 사랑으로 끌어안아 주시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잊지 말고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유민 아빠 김영오 드림


태그:#프란치스코 교황, #김영오,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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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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