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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회 청와대를 향한 십만의 함성'에서 33일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 중인 유민이 아버지 김영오 씨가 발언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회 청와대를 향한 십만의 함성'에서 33일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 중인 유민이 아버지 김영오 씨가 발언하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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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회 청와대를 향한 십만의 함성'에서 33일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 중인 유민이 아버지 김영오 씨가 참석해 국민들에게 감사의 큰절을 올리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회 청와대를 향한 십만의 함성'에서 33일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 중인 유민이 아버지 김영오 씨가 참석해 국민들에게 감사의 큰절을 올리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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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34일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대한민국헌법 제 1조에 나 온 이 말을 들어 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영화 <변호인>에서도 나왔던 이 문구는 법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추구하는 지향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국가는 주권의 주인인 국민을 보호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헌법 1조에 명시한 나라인지 의심스럽다.

모든 부모들에게 자식은 삶이고 일상이었다. 한 아버지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런 딸을 한 순간에 잃었다. 자식이 죽으면 부모는 평생을 가슴에 묻고 산다는데, 자식 잃은 아버지는 지금 위로는커녕 가슴에 묻을 새도 없이 거리에 앉아 저렇게 말라 죽어 가고 있다. 누가 그를 저 거리에서 저리 굶으며 죽어가게 만들었는가?

벌써 34일째(16일) 단식 중인 유민 아빠 김영오씨!
삐쩍 말라 비틀어진 볼품 없어진 몸뚱이! 비틀거리며 지팡이에 의지하여 걷는 유민 아빠를 보았다. 지금 우리나라 모습 그대로이다.

벌써 34일째!(16일)
인간에게는 측은지심이라는 것이 있다. 거리에서 배고픈 길고양이라도 만나면 주머니를 뒤져 과자 한 조각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 인지상정이다. 멀쩡한 집 놔두고 한 여름 뙤약볕 거리에서 벌써 34일째 생명을 걸고 절규하는 소리를 이 나라는 외면하고 있다. 사람이 할 짓인가?

지난 15일 오후 3시부터 서울시청광장에서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회'가 있었다. 쉬는 날 가족과 함께 해야 할 시간 수만의 사람들은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담고 광장에 모여들었다.

누가 말하는 것처럼 국가전복을 꿈꾸거나, 북한 빨갱이를 따라 하자고 온 사람은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4달 전 스스로에게 잊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을 떠올리며 가슴 속에 노란 리본을 담고 거리로 나온 것이다. 그들은 한 생명이 거리에서 말라 비틀어져 죽어 가는 모습을 그냥 앉아 볼 수 없어서 이렇게 무작정 거리로 나온 것이다.

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는 15일 집회에서 두 가지 부탁을 했다.

"첫 번째로 청와대는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을 밝혀 주십시오. 두 번째로 국회는 이윤보다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하며 국민의 안정을 우선시 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 주십시오. 특히 특별법 제정을 반드시 해주십시오"

큰절을 하고 마이크를 잡은 유민 아빠는 국민 여러분의 응원이 있어 굶어도 배가 부르다"고 말하며 "국민 여러분도 끝까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마지막으로 "기소권, 수사권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이 되지 않는다면 저는 광화문에서 죽겠습니다"라는 말로 마무리 했다. 참말로 처절하다.

단식 34일째! 김영오씨 턱수염을 보며 생각한다.

저 수염은 지금 있지 말아야 할 곳에 34일째 자리하고 있다. 지금쯤 가장으로, 직장인으로 살며 모처럼 연휴 집에서 사랑하는 딸 유민이와 쉬어야 할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까칠해진 수염은 말한다. 처음에는 억울함을 풀어 달라던 가엾은 수염이 이제는 점점 분노의 수염으로 바뀌며 죽음을 각오한다고 말한다.

"유민이를 위해, 유민이와 같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광화문에서 끝까지 하겠습니다"

죽을 때까지 한 발짝도 몰러 나지 않겠다는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목소리가 처연하다.
정녕 저렇게 말라 죽이는 것이 당신들이 말하는 법이고 이 나라 관례란 말인가?

원주에서 올라 왔다는 17살 고등학생 최준호군의 외침이 이 나라 어른으로써 날 부끄럽게 한다. "어른들이 우리를 보호해 주지 못하니 중고등학생들이 뭉쳐서 우리가 우리를 보호하자"

아이들의 안전하게 보호해 주지 못하는 나라!
부모들에게 자식을 지켜주지 못하게 하는 나라!
34일째 단식중인 한 생명을 구해주지 못하는 나라!

'34일째 잊지 말아야 할 수염처럼 이 나라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태그:#김영오씨, #세월호 특별법, #기소권 수사권 보장, #세월호 단식, #유민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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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공작소장, 에세이스트, 춤꾼,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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