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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꺼내면 어김없이 뛰어와 촬영에 응하는 아이들의 밝은 모습. 그러나 왼쪽 아이의 머리에는 부스럼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가난했던 어릴적 나와 내 친구들의 모습이다.
 카메라를 꺼내면 어김없이 뛰어와 촬영에 응하는 아이들의 밝은 모습. 그러나 왼쪽 아이의 머리에는 부스럼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가난했던 어릴적 나와 내 친구들의 모습이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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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엄홍길 대장과 함께 킬리만자로를 등정한 후 케냐 수도인 나이로비에 머물며 시가지를 구경하다 깜짝 놀랐다. 여기가 과연 아프리카가 맞나? 사자가 동물을 사냥하고 원주민들이 창과 활로 야생동물 사냥하는 곳이 아프리카로 알았는데…. "아니 내가 지금 서울에 와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착각했다.

말라위 수도 릴롱궤에는 높이 솟아오른 고층건물은 없다. 그러나 중심가에는 '게임(GAME)'이라는 이름을 가진 쇼핑몰이 있다. '게임'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게임을 하는 곳은 아니다.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왜 쇼핑몰 이름이 게임인지 이유는 모르겠으나, 주차장은 100여 대를 한꺼번에 주차할 만큼 규모가 크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 모습. "여기가 정말 아프리카 맞아?" 하고 깜짝 놀랐다. 그러나 뒷골목으로 돌아가 빈민가에 들어가면 상상할 수 없는 빈곤의  모습을 볼 수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 모습. "여기가 정말 아프리카 맞아?" 하고 깜짝 놀랐다. 그러나 뒷골목으로 돌아가 빈민가에 들어가면 상상할 수 없는 빈곤의 모습을 볼 수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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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위 수도 릴롱궤 중심가에 있는 쇼핑몰 '게임'에는 없는 게 없다. 이름이 '게임'이지 오락실이 아닌 쇼핑몰이다.
 말라위 수도 릴롱궤 중심가에 있는 쇼핑몰 '게임'에는 없는 게 없다. 이름이 '게임'이지 오락실이 아닌 쇼핑몰이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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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 중 한분이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이웃국가 잠비아에 있는 빅토리아 폭포를 구경하자고 했다. 2박3일 동안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먹을 음식과 생필품을 사러 '게임'에 들어갔다. 식품을 파는 매장에는 우리나라에서 살 수 있는 모든 식품이 있었고, 생필품을 파는 매장에는 물건들이 사람 키 두 배나 높이 쌓여있었다.

'아니! 여기가 아프리카 최빈국 맞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건물 안과는 달리 '게임' 입구에는 에이즈에 걸린 듯한 주민이 길가에 앉아서 손을 내밀며 구걸을 하고 있었다. 길거리에는 눈먼 환자가 구걸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에이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은 온몸에 반점과 부스럼이 나 있었다.

사진찍기 좋아하는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촬영에 응한다.
 사진찍기 좋아하는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촬영에 응한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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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폭포를 구경하기 위해 잠비아여행 중 보았던 장면이다. 주민들이 나무를 베 숯을 만들어 길가에서 파는 모습이다. 길가에서 수백번 보았던 장면으로 아프리카 황폐화의 한 원인이다.
 빅토리아 폭포를 구경하기 위해 잠비아여행 중 보았던 장면이다. 주민들이 나무를 베 숯을 만들어 길가에서 파는 모습이다. 길가에서 수백번 보았던 장면으로 아프리카 황폐화의 한 원인이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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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지글러는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에는 맹인의 수가 5000만 명에 달하고, 1억 4천만 명이 트라코마에 감염되어 있다고 밝힌다. 자신의 저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세계보건기구(WHO) 그로할렘 브룬브란트 사무총장은 1999년 제네바에서 <비전 2020>이라는 플랜을 소개하면서 시력손상의 80%는 간단하게 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며 그들에게 규칙적으로 비타민 A를 복용시키기만 해도 그런 상태를 비약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가난한 말라위 사람들에게 홍보와 교육이 필요해 

말라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이다. 농업에 의존하지만 국토의 약 3분의 1만이 농업 지대다. 중요한 농작물은 담배이고, 차가 주요 수출품이 되고 있다. 또한 옥수수, 목화, 땅콩, 사탕수수의 재배도 성하다. 니아사 호에서 어업이 성하고, 공업 분야에서는 벽돌, 면 제품, 시멘트, 식품 가공업 등이 발달하였다.

<위키백과>(2011년 기준)에 의하면 전체 인구 1천500만 명에 전문의 260명(한국:1000명당 2명)이고, 총 간호사는 7264명으로 인구 1000명당 0.589명(한국:1000명당 4명)으로서 WHO 발표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전문의가 가장 부족한 나라이다.

또한 말라위 임산부 10만 명 중, 1100명이 출산 중 또는 출산 직후 사망(한국 14명, 북한 370명)하며 1000명의 아동 중 110명이 5세가 되기 전에 사망한다(한국 5명, 북한 55명).

봉사단원의 얘기에 의하면 학교에 나오는 학생 중  절반이 점심을 먹기위해 나온다고 한다. 이들이 먹는 음식은 옥수수를 갈아 삶은 '시마'와 콩, 배추, 소금을 기름에 끓인 '마쌈바'가 전부다.
 봉사단원의 얘기에 의하면 학교에 나오는 학생 중 절반이 점심을 먹기위해 나온다고 한다. 이들이 먹는 음식은 옥수수를 갈아 삶은 '시마'와 콩, 배추, 소금을 기름에 끓인 '마쌈바'가 전부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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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하는 교실 한켠에 한 아이가 힘없이 드러누워 있었다. 담임교사의 설명에 의하면 말라리아에 걸렸다고 한다.
 수업을 하는 교실 한켠에 한 아이가 힘없이 드러누워 있었다. 담임교사의 설명에 의하면 말라리아에 걸렸다고 한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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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에이즈와 말라리아 그리고 각종 질병으로 매일 200여 명이 죽고 있는 가운데 고아들이 날마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말라위인들의 기대수명은 평균 52세(2012년)다. 말라위는 상대적으로 젊은 국가에 속하는데 이는 젊은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높은 유아사망률과 영양부족, 에이즈, 말라리아 등으로 인해 사람들이 빨리 죽기 때문이다. 

생명누리 국제NGO단체가 릴롱궤에서 35㎞쯤 떨어진 마젠게라 지역에 파견한 봉사단원 '오정'씨의 얘기에 의하면 "학교에 오는 아이들 중 절반이 점심을 주기 때문에 밥 먹으러 학교에 온다"고 했다. 학교를 방문한 시간은 점심시간으로 식사를 마친 한 아이가 교실 한쪽 구석에 누워 있었다. 담임교사에게 이유를 물은 즉 말라리아에 걸린 아이라고 했다.

아프리카의 빈곤원인은 구조적 문제

학교에 다니는 아프리카 아이들은 그래도 축복을 받은 경우에 속한다. 아프리카인 절반 정도는 교육을 받지 못해 평생 문맹으로 살아가며 취직을 해도 일당 1000원 정도를 받기 어렵다. 신문 볼 줄 모르고 세상 소식을 접할 길 없는 국민들은 중앙정부의 선전이나 독재자들의 말을 맹신하게 된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는 소득, 건강, 교육을 3대 지표로 삼고 이를 계량화해 '삶의 질'을 매긴다.

인간개발지수를 평가한 2011년 보고서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삶의 질이 1위고 DR콩고가 최하위로 나타났다.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중 36개 국가가 최하위 그룹에 속하며 이들 나라 중 절반 정도는 우리 돈 1300원도 안 되는 돈으로 하루를 살고 있다.

일부 다국적기업이 운영하는 대규모 농장을 제외하고 아프리카의 농촌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만 의존한다. 대부분의 농부들은 수확물을 머리에 이고 운반하고 신선도를 유지시켜주는 냉장보관창고가 없어 수확량의 상당부분이 썩어 버린다.

아프리카 여인들은 나무를 때서 식사를 준비한다. 따라서 상당한 양의 땔감이 필요해 삼림을 벌채한다. 그들은 처음에는 가까운 곳의 나무를 벌채하다가 점차 원을 넓혀가며 작은 나무와 덤불을 베고 급기야 뿌리까지 캐버린다. 

말라위에서 이웃한 국가 잠비아에 있는  빅토리아 폭포를 보기 위해 2400킬로미터를 달리는 동안 수없이 보았던 산불 모습. 아프리카를  황폐화시키는 커다란 원인 중 하나이다. 유엔이나 국가입법을 통한 규제가 필요하다
 말라위에서 이웃한 국가 잠비아에 있는 빅토리아 폭포를 보기 위해 2400킬로미터를 달리는 동안 수없이 보았던 산불 모습. 아프리카를 황폐화시키는 커다란 원인 중 하나이다. 유엔이나 국가입법을 통한 규제가 필요하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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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주식인 옥수수 저장고. 때마침 비가 안오는 겨울이어서 일까? 저장고에는 지붕이 없다. 부잣집으로 보이는 집은 옥수수가 가득차 있었고 갈대로 엮은 지붕도 있었다.
 이들의 주식인 옥수수 저장고. 때마침 비가 안오는 겨울이어서 일까? 저장고에는 지붕이 없다. 부잣집으로 보이는 집은 옥수수가 가득차 있었고 갈대로 엮은 지붕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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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위에서 잠비아에 있는 빅토리아 폭포를 구경하기 위해 2박3일간 2400㎞를 달리는 동안 숲에 불을 지르는 걸 수백 번 보았다. 이유인 즉 숲에서 떨어진 나뭇잎을 태우고 화전을 일으키거나 해충을 죽이기 위해서란다.

하지만 숲에 붙을 지르는 것은 화상을 입은 커다란 나무에도 해를 입힌다. 말라위 마젠게라 지역에서 지역개발과 생명농업, 보건위생, 문맹자 교육을 하는 생명누리 국제NGO 정호진 대표의 얘기다.

"아프리카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숲에 불을 지르는 것입니다. 유엔이 나서서 아프리카의 화전농법을 규제하거나 국가의 입법을 통해서라도 숲에 불 지르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식민지배가 남긴 유산... 먹지 못하는 작물들

유럽인들이 아프리카를 지배할 때 아프리카는 식량과 원료 공급지였다. 그 결과 아프리카는 돈이 되는 수출용 작물 즉, 면화, 땅콩, 코코아, 커피 같은 먹을 수 없는 작물을 주로 재배했다. 수출용 농업구조는 빈곤퇴치에 도움이 되지 않은 반면 정치 지도자들에게는 환금작물로 환영받고 있다. 그들은 굶주림을 모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독이든 성배를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직 아무것도 모르는 굶주린 백성만 불쌍할 뿐이다.   

내전이나 전쟁도 빈곤의 원인이다. 내전이 일어나면 수많은 사상자와 유랑자들이 발생하고 모든 경제활동이 중단된다. 또한 땅에는 지뢰가 묻혀 경작이 불가능하며 전쟁무기를 구입하기 위해 돈을 찍어내 살인적인 인플레로 살기가 어려워진다.

대부분의 말라위인들 집은 흙벽돌 집이었지만 빅토리아를 구경하고 돌아오던 길에 본 잠비아의 어느 마을은 전통 방식의 집들이 그대로 존재했다
 대부분의 말라위인들 집은 흙벽돌 집이었지만 빅토리아를 구경하고 돌아오던 길에 본 잠비아의 어느 마을은 전통 방식의 집들이 그대로 존재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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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에서 2005년까지 분쟁이 일어났던 아프리카 국가들의 손실은 무려 3천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수출용 환금작물로 벌어들인 돈으로 지도자들은 무기를 사 반란군과 전투를 치르고 정권유지에 급급한 지도자들은 국민의 고통과 굶주림에는 안중에 없었다.

돈 많은 나라의 음식점에서는 손만 조금 댄 반찬들이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비만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하루에 밥 한 끼, 빵 한 조각을 먹지 못해 죽어가고 있는 이들이 많다. 유엔차원의 빈곤퇴치를 위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말라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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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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