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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오월>(홍성담 작)의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홍 작가가 작품을 수정했지만 결국 전시가 유보됐다. 광주비엔날레는 8일 오후 회의렬 거쳐 홍 화백의 작품 전시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홍 작가는 <세월오월>에 담긴 '허수아비 박근혜 대통령(사진 왼쪽)' 때문에 광주시가 문제를 제기하자 이날 닭(사진 오른쪽)으로 수정해 광주비엔날레에 제출한 바 있다.
 <세월오월>(홍성담 작)의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홍 작가가 작품을 수정했지만 결국 전시가 유보됐다. 광주비엔날레는 8일 오후 회의렬 거쳐 홍 화백의 작품 전시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홍 작가는 <세월오월>에 담긴 '허수아비 박근혜 대통령(사진 왼쪽)' 때문에 광주시가 문제를 제기하자 이날 닭(사진 오른쪽)으로 수정해 광주비엔날레에 제출한 바 있다.
ⓒ 소중한, 전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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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에 참가한 일본 오키나와의 작가들이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전시 유보에 항의해 비엔날레에서 철수하겠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이러한 성명을 보내온 일본 작가들은 사키마 미치오(사키마 미술관 관장)를 비롯해 히가 토요미츠, 킨조 미츠루, 우에하라 세이유(화랑 오키나와 대표) 등이다. 만약 이들이 추가로 작품을 철수할 경우, 사키마 미술관 측이 대여해 주기로 한 독일 여성주의 화가 케테 콜비츠의 작품을 비롯 많은 작품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 사실상 광주 비엔날레의 특별전이 큰 타격을 받는 셈이다.

한편 지난 8일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이 광주비엔날레 창설 20주년 기념 특별전 <달콤한 이슬-1980 그 후> 전시가 유보됐다. 이후 10일 윤범모 책임큐레이터가 사퇴하고 11일 이윤엽, 홍성민, 정창영 등 일부 참여 작가들이 작품을 철수한 바 있다.

일본 참여작가들도 "예술은 정치의 힘으로 막을 순 없다"

사키마 미치오 관장과 히가 토요미츠, 킨조 미츠루 등은 12일 광주비엔날레 측에 보낸 메시지에서 "특별전의 원래 취지로 돌아가 책임 큐레이터 윤범모씨의 기획을 존중하고, 홍성담씨의 작품을 전시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대로 진행된다면 전시회의 이념이 무너진 광주비엔날레에 우리가 참여할 의미는 전혀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광주의 광주민중항쟁은 오키나와의 오키나와 전쟁, 강요된 미군 기지와 마찬가지로 거듭 되새겨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예술은 그런 문제를 정치의 관점이 아니라 생명과 존엄의 문제로 제안하는 행위며 따라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예술 작품은 정치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아래는 오키나와에서 보내온 일본 작가들의 메시지 전문이다.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달콤한 이슬–1980 그 후' 오키나와에서의 메시지

사키마 미치오와 오키나와의 미술 관계자들은 2000년 제3회 광주비엔날레를 방문했었습니다. 그 때 '예술의 힘'을 통해 광주의 깊은 상처를 극복해 나가려고 하는 '광주정신'을 만나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 때부터 오키나와 사키마 미술관은 현실사회와 대치하는 홍성담 (2005년), 이윤엽 (2011년), 정주하 (2013년) 등 한국 작가의 전시회를 개최하여 오키나와와 한국의 문화적 관계를 쌓아 왔습니다.

2014년은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광주비엔날레가 20주년을 맞이합니다. 그 기념 특별 프로젝트의 주제인 '달콤한 이슬-1980 그 후'는 '국가폭력에 대한 기억과 증언 또는 저항 정신을 내포하면서 그 저항정신과 상처에 대한 치유의 메시지를 다루는 작품을 한국 내외의 중요 작가 47명으로 구성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책임큐레이터인 윤범모씨께서 오키나와의 세 명 작가, 킨죠 미노루, 히가 토요미츠, 킨죠 미츠루와 사키마 미술관의 소장품에서 케테 콜비츠 작품의 대여를 요청한 것은 우리에게는 가슴 뛰는 기쁨이었습니다. 전시회의 성공을 기원하며 큰 기대를 가지고 8월 초순부터 광주를 방문하여, 설치 작업을 마치고 10일 귀국했습니다. 그 직후 홍성담 작품의 전시 불가 결정에 따른 윤범모씨의 사퇴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광주의 '광주 민중항쟁'은 오키나와의 '오키나와 전쟁'과 '강요된 미군 기지'와 마찬가지로 거듭 되새겨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그러한 문제를 정치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인간의 생명과 존엄의 문제로 제안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예술 작품은 정치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특별전의 원래 취지로 되돌아가 책임큐레이터 윤범모씨의 기획을 존중하고 홍성담씨의 작품을 전시할 것을 우리는 강력하게 요청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전시회의 이념이 무너져 가고 있는 광주비엔날레에 오키나와에서 우리가 참여할 의미가 전혀 없습니다.

2014년 8월 11일
광주비엔날레 오키나와 관계자
대표 사키마 미치오, 히가 토요미츠, 킨조 미츠루, 우에하라 세이유, 오나가 나오키


오키나와 작가들의 메시지를 번역하고, 이를 전달한 이나바 마이 광운대 교수는 한국의 '민중미술'과 '현실참여 미술'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미술 비평가로,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그와 12일 오후 전화 인터뷰를 통해 현 상황과 심경을 들어봤다.

- 작품 철수와 관련, 정해진 일정은 없나?
"오키나와 작가들의 입장은 "철수할 수도 있다"이다. 정확한 일정은 아직 못 들었다."

- 일단 작품 철수의 뜻을 전했고, 미술관 측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건가?
"그렇다. 성명에도 밝혔지만 (책임 큐레이터) 윤범모 선생의 원래 취지를 존중하지 않으면 그와 같은 액션을 취하겠다는 뜻이다."

- 당신은 이번 특별전의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비엔날레 측에 하고 싶은 말은?
"원상복귀를 원한다. 일단 윤범모 선생이 사퇴를 했지만 비엔날레 측에서 이를 정식으로 받아들였는지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 작가들은 작품을 철수했다. 참여작가들이 이번 사태 때문에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비엔날레의 의미가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전시를 이어 왔는지 비엔날레 측이 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한다." 

"내 그림이 걸려 있는 게 부끄럽다"... 작품철수 결정한 이윤엽 작가

지난 11일 이윤엽작가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작품을 자진철수 했다.
 지난 11일 이윤엽작가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작품을 자진철수 했다.
ⓒ 이윤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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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 철수 결정을 내린 작가 중 한 명인 이윤엽 목판화 작가와도 11일 오후 전화 인터뷰를 나눴다.

- 자진철수 했다고 들었다.
"<세월오월> 전시유보 결정을 듣고 내 그림이 걸려있는 게 부끄러웠다. 초대한 작가들의 작품을 특정 잣대로 거니마니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11일 아침에 내려가 작품들을 뗐다."

- 어떤 작품을 출품했나?
"목판화들이다. 200점 정도 전체 벽면에 콜라주한 설치작품인데 대추리에서 세월호까지 현장에서 작업했던 작품들로 구성했다."

- 철수할 때 미술관 측과 충돌은 없었나?
"시립미술관 관계자가 계약위반 같은 법적인 이야기를 하더라. 계약서를 읽어 보니 그런 조항이 전혀 없었다. 이번 전시한다고 돈 한 푼 받은 것도 없고. 자기들 마음대로 (세월오월) 작품을 못 걸게 한다는데, 내 마음대로 작품을 철수하는 게 무슨 문제가 있겠나."

광주시립미술관 장경화 큐레이터 "광주비엔날레는 계속돼야 한다"

<세월오월> 전시 유보에 대한 광주시립미술관의 입장도 함께 들어봤다. 다음은 장경화 큐레이터와 통화한 일문일답이다.

- <세월오월> 전시 유보 결정, 책임 큐레이터 사퇴, 국내 참여작가 작품 철수, 이어 12일엔 해외 오키나와 작가들의 작품도 철수하겠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무산 가능성은? 
"노 코멘트 하겠다. 이 전시에 참여한 큐레이터로서 참 안타깝고 이런 상황이 유감스럽다. 이외에 무슨 할 말 있겠나."

- 책임 큐레이터 사퇴 수리 여부는 어떻게 되고 있나?
"모르겠다. 비엔날레 재단에서 계약하고 임용했으니까 거기에 확인해야 한다."

- 지금이라도 <세월오월> 전시 유보를 철회할 수 없는가?
"그건 큐레이터들하고 좀 더 논의를 해봐야 될 것 같다."

- 오키나와 작가들의 메시지는 전해 들었나.
"자세한 날짜는 모르지만 조만간 큐레이터 소집을 할 수 도 있으니 그때 가서 오키나와 작가들을 포함해 적극적인 논의를 나눌 예정이다. 만약 오키나와 작가들의 작품들이 빠진다면 충격이 있을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한국 미술을 위해 바람직한 일인지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 전시 진행과정 중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큐레이터로서 전시기획자로서 입장과, 광주시 공직자 입장도 있어 힘들다. 저도 누구보다 광주정신을 아끼고, 홍성담 선생님도 존경하는 선배다. 비엔날레 1회부터 실무자로 근무하면서 23년간 일했는데 어느 때보다도 힘들다."

- <세월오월>전시 유보는 어떻게 되나?
"그것까지는 얘기하지 않겠다. 그러나 어떤 일이 있더라도 광주비엔날레는 존속돼야 한다. 실추된 명예가 있다면 회복 시켜야 한다. 앞으로 이보다 더한 사건이 있더라도 광주비엔날레는 존속되고 지켜져야 한다. 그 말밖에 더 할 말이 없다."

- 광주비엔날레재단 이사장이 광주 시장인데, 시장이 결단을 내리면 해결되는 문제 아닌가?
"광주비엔날레재단의 대표이사는 이용우씨다. 대표이사가 있는데 시장한테 책임을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은 취임한 지 2개월 됐다. 올해 광주비엔날레 준비는 작년부터 시작된 것이다."


태그:#이윤엽, #세월오월, #전시유보, #홍성담, #광주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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