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윤범모 책임 큐레이터(가운데)
 윤범모 책임 큐레이터(가운데)
ⓒ 광주비엔날레

관련사진보기


'광주비엔날레 20주년 기념 특별프로젝트' 책임 큐레이터인 윤범모 가천대 교수가 10일 홍성담 작품 <세월오월> 전시유보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번 논란은 전시가 예정돼 있던 <세월오월>에 박근혜 대통령이 허수아비로 묘사된 것을 놓고 광주시 측이 전시 불가 방침을 통보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광주시 측은 전시불가 방침이 잘못 전달된 것이라며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오전 발표한 성명서에서 윤범모 책임큐레이터는 "광주비엔날레 20주년 기념 특별전이 결국 전시 파행 사태를 맞았다"고 밝혔다. 이어 작품 <세월오월>에 대해서는 "홍섬담 작가 등과 광주정신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최대한 열린 구조와 과정 속에서 추진했다"면서 "<세월오월>은 80년 5월 광주의 시민군과 주먹밥아주머니가 세월호를 들어올려 시민 학생들을 구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우리 시대의 상처를 치유하고 공동체정신으로 광주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의도였다"고 밝혔다.

윤 큐레이터는 아울러 "이 그림의 일부 형상에 대한 정치적 해석으로 인해, 수정논의를 거쳤고 책임큐레이터로서 정치적 해석으로 인한 논란의 최소화와 이 프로젝트의 취지를 살리려는 생각으로 부분적 수정을 제안했으며 작가도 이에 일부 동의하여 수정작업을 거쳤다"고 앞선 상황을 전했다.

또 "제출된 최종 완성작은 문제가 되는 부분의 특정인이 없음을 강조하고 싶다, 때문에 전시하지 않을 명분이 없다고 보았다"라면서 "하지만 저의 의견은 수용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일과 광주정신은 별개의 것이 아닐 것"이라며 "예술적 표현의 자유는 그 어떠한 문제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이며 그것을 지키는 것이 광주정신을 살리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내가 책임지고 걸겠다고 했지만, 광주시가 안된다 했다"

이와 관련 10일 오후 윤범모 책임큐레이터와 전화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사퇴 후 심정 어떻습니까?
"착잡합니다. 원만하게 수습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안 됐습니다."

- 이번 <세월오월> 작품의 전시 여부의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는 건가요. 
"저에게 있죠. 최종 결정 권한은 책임 큐레이터에게 있습니다. 다른 모든 작가들의 작품도 제가 (전시 여부를)하는 거예요. 공간 배치부터 걸고 말고의 모든 책임은 책임큐레이터가 총괄하는 거니까요. 물론 다 논의를 거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만, 최종 결정은 책임큐레이터의 권한입니다. 그런데 광주시에서 된다, 안 된다 하는 것은 월권이죠. 부당 간섭입니다."

- 기자회견 때 낸 성명서에 따르면, 큐레이터들과 치열한 논쟁을 벌였고 '전시 가능 2표, 전시 불가 1표, 그리고 의사표시 유보 1표'가 나왔다고 밝히셨습니다. 하지만 '합의 된 결론이 없다는 이유로 전시 불가로 몰아가는 분위기도 있었다'고도 이야기하셨는데요. 어떤 상황이었던 겁니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세월오월> 작품이 도착하고 첫 전시여부를 결정하는 회의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이전부터 밤 새워 수십 가지 대책과 대안들을 논의했어요. 전 그 자리에서 책임 큐레이터의 권한으로 내가 책임지고 걸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어요. 그러나 광주시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이 절대 안 된다는 거예요.

책임큐레이터면 총괄 책임지는 사람 아닙니까? 제가 책임지고 걸겠다는데 그곳에서 보조자들이 한 표씩 행사하게 하는 구조도 사실은 부당하죠. 상식적이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한계를 느끼고 사퇴를 할 수밖에 없게 된 거고요. <세월오월> 전시 유보 결정은 책임 큐레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강행된 결정이에요."

- 광주시는 전시 결정 권한을 비엔날레 재단 전문가에게 위임을 하지 않았습니까?
"애초 '전시불가'라고 표명한 뒤 언론과 여론의 반응이 너무 안 좋으니 재단에다 공을 넘기고 뒤로 몸을 숨은 거지요. 그렇지만 '전시불가'라는 골조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시장이 걸어라 할 수도 있지요. 시장이 비엔날레 재단 이사장인데. 책임자인데, 법적대표인데 말이지요.

"책임큐레이터로서 역할 수행 못한 점 안타깝다"

논란이 된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홍 작가는 <세월오월>에 담긴 '허수아비 박근혜 대통령(사진 왼쪽)' 때문에 광주시가 문제를 제기하자 이날 닭(사진 오른쪽)으로 수정해 광주비엔날레에 제출한 바 있다.
 논란이 된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홍 작가는 <세월오월>에 담긴 '허수아비 박근혜 대통령(사진 왼쪽)' 때문에 광주시가 문제를 제기하자 이날 닭(사진 오른쪽)으로 수정해 광주비엔날레에 제출한 바 있다.
ⓒ 소중한, 전대신문

관련사진보기


- 재보선에서 당선한 민선6기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이 광주비엔날레 재단 이사장인 셈인데,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광주 광주비엔날레 재단 이사장이 걸라고 할 수도 있겠어요?
"(그렇게 된다면)문제가 다 해결되지요. 간단히 단숨에 해결될 수 있지요. 그걸 우리가 원했죠. 시민시장이라 하니..."

- 광주시장이 전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광주시나 비엔날레 재단 모두 중앙정부 예산 삭감을 우려했습니다. 물론 예산 중요하지요. 그러나 (전시를 못 하면)당장 '광주 정신'이 훼손되니까. '광주정신'을 예술적으로 승화하는 자리가 '광주 정신'이 실종되는 자리로 바뀌게 되는 것이죠. (광주비엔날레가)세계적으로 명문 비엔날레로 성장하고 있는데 예술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마당으로 바뀌는 것이 너무 안타까운 거지요."

- 지금이라도 <세월오월> 전시가 가능한 쪽으로 바뀔 여지는 없을까요?
"광주시가 어떻게 판단할지... 일단 재단 전문가에게 판단하라고 대외적으로 위임을 했지만 재단에도 광주시 파견 공무원이 있고, 미술관도 광주시 직속 산하기관이라 말할 것도 없고, 간부들 중에 미술이론전문가들이 있지만 파견 공무원의 영향력이 아주 강력하죠. 전문가들이라면 전시 큐레이터들을 지칭해야 하는데 아직은 안 되고 있는 현실이죠."

- 이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모르겠습니다만, 다른 참여 작가들의 전시 거부 움직임이 있을 수도 있고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대한 시민 문화단체의 움직임 등, 불안한 상태죠."

-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세월 오월> 사태로 책임 큐레이터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 죄송할 따름이죠. 이번 특별전은 노신의 목판화 운동, 케테 콜비치의 작품, 나눔의 집 위안부할머니들의 그림 등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작품이 많아요. 훌륭한 출품작들이 상대적으로 조명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태그:#홍성담,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세월오월, #박건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