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선임병들의 구타로 숨진 육군 28사단 윤일병의 어머니가 8일 저녁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얼마나 아팠니" 윤일병 어머니의 눈물 선임병들의 구타로 숨진 육군 28사단 윤일병의 어머니가 8일 저녁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한 번만이라도 힘들다고 얘기해주지 그랬니..."

청중 앞에 선 어머니는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손은 떨렸다. 8일 오후 군인권센터가 주최한 '윤 일병과 또 다른 모든 윤일병을 위한 추모제'에는 지난 4월, 28사단에서 가혹행위로 사망한 고 윤 일병의 어머니가 참석해 아들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 

"4월 6일 네가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비보를 듣고도 내 귀를 의심했단다. 훈련소 퇴소식 이후 면회도 한 번 못한 너를 하느님이 이렇게라도 보여주시는 건 아닐까 애써 믿으며 병원으로 갔는데... 참혹한 너의 모습을 보고 머릿속이 노래지고 하얗게 변해 아무생각도 할 수 없었다... 아들아 35일 동안 얼마나 아팠니..."

울음을 삼키며 편지를 읽어 내려간 어머니는 결국 아들을 부를 때 눈물이 터졌다. 15사단에서 상급자의 성추행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군대위, 육군훈련소에서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노우빈 훈련병, 11사단에서 뇌종양으로 사망한 신성민 상병 등 앞에 앉아 있던 또 다른 '윤 일병'의 가족들도 함께 흐느꼈다.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게"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28사단 폭행 사망 희생자 윤일병과 군 사망 희생자 추모제에서 희생자 영정을 든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참가하고 있다.
▲ 군 희생자 추모제 열린 국방부 앞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28사단 폭행 사망 희생자 윤일병과 군 사망 희생자 추모제에서 희생자 영정을 든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참가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연두색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친 어머니는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제2, 제3의 윤 일병이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아들에게 약속했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오후 7시 50분께 시작된 추모제에는 군 의문사·희생자 가족과 시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유족들은 영정사진을 가슴에 품고 맨 앞줄에 나란히 앉았다. 시민들은 '군인권법 제정하라', '입대할 때 그 모습 그대로 돌려 달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었다. 

이날 추모제는 유가족이 차례로 나와 아들과 동생에게 편지를 읽는 것으로 꾸며졌다.

지난 2011년 육군훈련소에서 제대로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고 노우빈 훈련병의 어머니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려 했던 우리 아들은 강아지만도 못한 대우를 받았다"며 오열했다. 오빠의 영정사진을 들고 곁에 선 동생은 어머니가 편지를 읽는 내내 훌쩍였다. 이를 악문 어머니는 "오늘 국방부 앞에서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똑바로 살기로 다짐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심한 두통을 호소했지만 군에서 소화제와 두통약만 처방 받다 지난해 결국 뇌종양으로 숨진 11사단 신성민 상병의 큰누나도 마이크를 잡았다. 추모제 내내 조용히 울던 누나는 "너는 고통없는 곳에서 다 용서하고 편하게 쉬고 있겠지만 나는 아직도 용서가 안된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입대한 청년들이 자꾸 목숨을 잃고 있다"며 "세상은 변하기 않고 있어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상급자의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관계 요구를 견디다 못해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15사단 여군대위의 아버지도 나와 "딸이 보고 싶어서 못 살겠다"며 오열했다. 6사단에서 성추행과 가혹행위로 외상후스트레스를 앓게 된 피해자의 어머니도 "국가는 사죄와 함께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호소했다.

사회를 맡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개혁을 요구했다. 그는 "윤 일병 사건을 은폐하려는 사람들을 반드시 처벌하고, 군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도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보라색 리본을 국방부 담장에 묶고, 보라색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며 추모제를 마무리했다. 보라색은 윤 일병의 몸 곳곳에서 발견된 멍자국을 의미했다.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28사단 폭행 사망 희생자 윤일병과 군 사망 희생자 추모제가 끝난 직후 유가족과 참가자들이 군내 폭력근절을 바라며 보라색 종이 비행기를 국방부를 향해 날리고 있다.
▲ 보라 종이비행기, "폭력은 안되"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28사단 폭행 사망 희생자 윤일병과 군 사망 희생자 추모제가 끝난 직후 유가족과 참가자들이 군내 폭력근절을 바라며 보라색 종이 비행기를 국방부를 향해 날리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28사단 폭행 사망 희생자 윤일병과 군 사망 희생자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 국방부 앞에서 열린 군 희생장병 추모제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28사단 폭행 사망 희생자 윤일병과 군 사망 희생자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태그:#윤일병, #임태훈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