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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사단 윤 일병은 군 입대 후 112일 만에 부모 한 번 못 만나보고 선임병들의 구타로 사망했습니다. 그의 사망을 계기로 육군이 단 18일간 조사한 결과 3919건의 군내 가혹행위가 적발됐습니다.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은 가혹행위가 자행되고 있다고 추정됩니다. 군이 병영문화를 개선하겠다고 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여전히 심각합니다. 이제 군에만 맡기지 말고 외부에서 본격적으로 감시하고 개입할 때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병영에 햇빛을' 기획 연재기사를 싣습니다. [편집자말]
'군사 옴부즈만 신설' 법안을 낸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윤일병 폭행 사망사건을 잘 처리했으면, 임 병장 총기난사도 없었을 것"이라며 군에 외부감시 필요성을 강조했다.
 '군사 옴부즈만 신설' 법안을 낸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윤일병 폭행 사망사건을 잘 처리했으면, 임 병장 총기난사도 없었을 것"이라며 군에 외부감시 필요성을 강조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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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놓치면 앞으로는 기회가 없을 것 같다. 태풍의 중심에 있는 사람은 태풍이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밖에 있어야 방향을 알 수 있다. 군에 외부감시가 필요한 이유다."

'28사단 가혹행위 사망 사건'이 터진 뒤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라는 말이 화제가 되고 있다. 가혹행위와 왕따를 참고 있으면 윤 일병처럼 맞아죽고, 못 참으면 지난 6월에 22사단 GOP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임 병장이 된다는 말이다.

왜 이런 상황이 계속될까. 대책은 없는 것일까. 2012년 6월 '군사 옴부즈만 도입'이 그 핵심인 '군인지위향상에 관한 기본법안'을 대표발의한 안규백(53)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핵심은 군 자체적으로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 지휘부가  여전히 "군대에서는 의례 한두 대 때릴 수 있으며, 병사들의 인권보장이 군기를 약화시킨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군 밖에서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8대 국회부터 7년째 국방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 의원은 고위공직자 자녀 병역기피현황 폭로, 계약직 예비군 중대장 정규직 전환을 비롯한 굵직한 활동으로, 비군인 출신 인사로는 드물게 국방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다음은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안 의원과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윤 일병 사망 사건 잘 처리했으면, 임 병장 총기난사 없었을 것"

안규백 의원을 비롯한 국회 국방위원회소속 의원들이 5일 윤일병 폭행사망사건의 현장인 경기도 연천군 28사단 977포병대대 생활관을 방문해 부대 간부로부터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 윤일병 사건 내무반 둘러보는 국방위원들 안규백 의원을 비롯한 국회 국방위원회소속 의원들이 5일 윤일병 폭행사망사건의 현장인 경기도 연천군 28사단 977포병대대 생활관을 방문해 부대 간부로부터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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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국방위원들과 함께 윤 일병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연천 현장을 방문했었는데.
"이 부대가 국방개혁에 의해 2024년에 폐쇄예정이라고 한다. 그래선지 척박하고 열악한 환경이었다. 설령 10년 뒤에 폐쇄된다 해도 그 핑계대고 땜질하는 식으로 운용하면 안 된다.  사건 현장에 가보니 문 하나 사이로 내무반이 다 이어져 있는데, 도대체 뭐하고 있었나 모르겠다. 막사 문 3m 앞에 (장병들의 고충 해결을 위한) 생명의 전화가 있던데, 활용을 못한 것이다. 폭력이 상습화하면서 병사들이 다 둔감해졌던 것 같다. 간담회를 했는데 장병들도 부지불식간에 시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 이번 사건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참담했다. 범죄조직에서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이번 사건은 가혹구타행위가 아니라 공권력에 의한 고문치사 사건이다. 조직적 축소은폐, 증거인멸 시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사법정의를 무너뜨리려 한 것이다.

육군본부는 아침마다 각 병과장들이 모여서 참모회의를 한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헌병, 기무 등 관련 책임자들이 분명히 보고한다. 그런데 엄청난 부담과 징계를 예상하고 뭉개버린 것 같다.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사건에 파묻혀서 넘어가려 한 것 같은 의심이 든다. 군이 (4월 6일에 발생한) 이번 사건을 잘 대처했으면 6월 21일 22사단 GOP총기 난사사건도 없었을 것이다."

-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국방장관 시절 전모를 보고받고도 사단장 징계 등 조치를 안 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사실이라면 그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있는 그대로 다 보고됐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보고가 잘못됐더라도 예의주시했어야 한다. 상식적으로 돌도 씹어 먹을 20대 초반 청년이 회식중에 뭐를 먹다가 죽었다고 하면 의심했어야 하지 않겠나. "

- 군이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기는 한 것 같은가.
"장관이 대오각성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튼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다른 사건들처럼 넘어가려고 한 정황은 분명히 지적돼야 한다. 대대장이 겨우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는데 이게 징계자 16명 중 최고 징계다. 결국 솜방망이 처벌로 매듭지으려 했던 거다."

- 전통적으로 군은 병사들의 인권보장이 군기를 약화시킨다, '당나라 군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확고한 것 아닌가.
"제가 2년 정도 싸워서 수요 전투체육을 부활시킨 게 그것 때문이다. 쉬는 날이 많다는 이유로 폐지했었는데, 시대와 맞춰가야 한다. 신세대는 어느 집안에서나 소황제 아닌가."

- 윤 일병 사건 이후 육군이 18일간 전 부대 대상 조사결과 3919건의 가혹행위 사례가 적발됐다고 한다. 군내에 가혹행위가 만연돼있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병영생활 행동강령에) 병 상호간에 명령과 지시를 못하게 돼 있지만, 실제 그렇게 안 되고 있다. 군 지휘부가 가혹행위 근절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분명한 직무유기다. 3919건을 적발해서 처분했다고 했지만 6월 22사단 총기사건을 못 막았다. 결국 근본적인 처방이 안 됐다는 것 아닌가."

"군 지휘부, 여전히 한두 대씩 때릴 수 있다고 생각"

28사단 윤 일병 구타사망 사건이 벌어진 의무반 생활관(왼쪽)이 문 하나 사이로 다른 생활관과 연결돼 있다.
 28사단 윤 일병 구타사망 사건이 벌어진 의무반 생활관(왼쪽)이 문 하나 사이로 다른 생활관과 연결돼 있다.
ⓒ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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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이 본격적으로 병영문화 개선조치를 내놓은 게 1999년(제2건국위 워크숍-한국형 병영문화 창출)부터라고 한다. 15년이 지난 현재까지 심각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근본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위기 때마다 일회성 대응만 해왔다. 군 지휘부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 있다. 군대에서는 의례 한두 대 때릴 수 있다는 생각들이 바뀌지 않고 있다."

- 2102년 6월에 안 의원이 대표발의한 '군인지위향상에 관한 기본법안'이 이번 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어떤 점에 포인트를 두고 만든 법안인가.
"2009년부터 고민해서 2011년 발의했는데 18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그래서 19대 국회에서 재발의했다. 그간 등한시된 군인의 기본권 보장, 병영문화 개선을 위해 병영생활 보장관련 조항, 인권 및 다문화관련 조항, 의료체계 개선관련 조항, 군사옴부즈만 관련 조항 등을 만들었다.

특히 독일식 군사옴부즈만 제도가 중요하다. 국회에 부대방문권, 정보접근권, 조사권은 없지만 시정권고권 등의 권한을 갖는 옴부즈만을 설치해 군을 통제하자는 것이다. 스웨덴(1915년), 노르웨이(1952년), 덴마크(1954년) 같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먼저 시작하고 독일이 벤치마킹한 건데, 우리 상황에 맞게 변형시키면 된다.

2005년에 국방부도 '독일이 운영하는 '군사옴부즈만(국방감독관)'제도의 도입을 연구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국회가 아니라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소속으로 도입추진 입장을 변경했다."

- '군인인권 보장체계의 확립', '군인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인권 향유', '군인의 기본인권 최대한 보장'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데, 현재까지는 군 관련 법중에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인권 향유' 등을 규정해놓은 법안이 없는 건가.
"군내 복무 규정으로만 돼 있다. 그래서 법제화하자는 것이다. 내가 이 법안을 내니까 한기호 의원을 통해 대응입법했다. 한 의원 법안은 군인복무규율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군인 기본권향상과 병영문화개선을 위한 법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

- 군사옴부즈만 제도에 대해 국회 국방위원회의 검토보고서는 "국민 권익위원회와의 업무중복에 따른 비효율성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국회 국방위 조사 요구시 권익위가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한민구 장관이 2005년 국방부 정책기획관 할 때 당시 (신병교육대 교관이 화장실 청소 상태를 문제 삼아 훈련병 192명에게 인분을 찍어 먹게 한) 인분 사건 등을 계기로 고충처리위에 소위원회(현재 권익위원회 국방팀)를 뒀는데 별 효과를 못 보고 있다."

- "군사옴부즈만이 사전통지없이 부대 또는 기관을 방문해 조사할 수 있다"고 한 대목이 핵심인 것 같다.
"그렇다. 수사까지는 아니지만 외부 감시가 들어가는 것이다. 소원수리 100번 받으면 뭐하나 찢어버리는지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밖에서 들여다 보면 그렇게 허술하게 처리할 수 있겠나."

"민간인 들어가면 운영 어렵다? 군이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면 안돼"


28사단 윤 일병 구타사망 사건이 벌어진 의무반 막사 바로 앞에  장병들의 고충 해결을 위한 '생명의 전화'를 걸 수 있는 부스가 있다.
 28사단 윤 일병 구타사망 사건이 벌어진 의무반 막사 바로 앞에 장병들의 고충 해결을 위한 '생명의 전화'를 걸 수 있는 부스가 있다.
ⓒ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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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이 지나도록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는데 왜 그런 것인가.
"새누리당과 국방부의 반대가 심하다. 민간인이 군에 들어오면 군대 운영이 어렵다는 거다. 보좌관들이 국회 병영정책과 실무진과 통화하면 행정부에서 추진할 법을 왜 국회가 나서냐고 한다. 군 관련 일은 자기들이 알아서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해결방안의 핵심은 군 자체적으로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밖에서 실질적인 감시가 들어가야 한다. 사실 이런 방안도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니다."

- 사병들에게 핸드폰을 지급하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어떤 의견인가.
"적절한 활용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겠으나, 근본 문제 해결책은 아니라고 본다. 문제점 있을 때 이를 적시에 보고하고 적절히 처리하도록 군 내 문화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 이번에도 막사 3m 앞에 군 생명의 전화가 있었다. 버튼 하나면 누르면 상담관에게 연결되고, 집으로 전화할 수 있었는데 제대로 활용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군내 가혹행위 근절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군인지위향상에 관한 기본법안'을 통과시켜 보려고 한다. 이번을 놓치면 앞으로는 기회가 없을 것 같다. 태풍의 중심에 있는 사람은 태풍이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밖에 있어야 방향을 알 수 있다. 군에 외부감시가 필요한 이유다.

더불어 외부 강사들도 초청해서 병사들의 인문학적 정서교육을 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맨날 편향된 사람들 불러서 대적관, 대북관 이런 교육만 하지 말고 말이다."


태그:#28사단 가혹행위 사망 사건, #안규백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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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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