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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년연대와 KYC한국청년연합, 원불교청년회, 복지국가청년연석회의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7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스라엘이 미사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폭격해 어린이와 청소년을 무차별 학살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한국청년연대와 KYC한국청년연합, 원불교청년회, 복지국가청년연석회의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7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스라엘이 미사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폭격해 어린이와 청소년을 무차별 학살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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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 현재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사망자는 1800명을 넘어섰다. 2007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육로·해로·항로 봉쇄 이후 세 번째 침공과 대량학살이다. 역사 이래 전쟁은 언제 어디서나 늘 있었고 그 명분은 늘 자신의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가장 쉽게 희생되는 것은 어린 아이들을 포함한 민간인들이다.

민간인이 스스로 방어 혹은 저항하기 위해 무장한다면 테러리스트라 불릴지 모른다. 내 집에서 우리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또는 떠나지 않고 머물다가 공습에 희생되었다면 인간방패라 불릴지 모른다. 팔레스타인 민간인들 1800명이 테러리스트 또는 인간방패라 불리며 희생됐다.

지난 3주 동안 간간이 들려온 휴전협정 이야기는 전쟁을 끝내자는 의미가 아니었고, 파괴된 건물 더미를 파헤쳐 시신을 수습하고 아직 덜 죽은 생명을 살려보려는 최소한의 시간 보장이었다. 물론 팔레스타인 희생자들에 대한 조치를 위한 시간을 뜻한다. 그만큼 이스라엘 아닌 팔레스타인에게 이번 분쟁(?)은 버거운 싸움이다.

8월 3일 우리 쿠드만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중앙일보>의 일요일판인 <중앙선데이>와 한 인터뷰(<이스라엘 인구 75%, 하마스에 생명 위협 받으며 생활>)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 가운데 눈에 띈 것은 현재 상황에 대한 왜곡된 해명과 한국과 이스라엘 두 나라의 유사성에 대한 언급이었다. 후자의 경우 그는 한국 사회가 "북한의 전쟁도발 위협" 속에 살고 있고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경제발전을 이룩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정치경제적으로 한국 사회가 이스라엘과 많이 닮았다고 했다.

얼핏 그럴 듯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는 정치적으로 분단 상황에서 이웃하고 있는 남북한과는 전혀 다르다. 가자지역과 요르단 강 서안지역으로 양분된 팔레스타인은 자치정부가 있음에도 이스라엘 정부에 별도의 세금을 내면서 시민권과 국적은 보장받지 못하는 점령 식민의 상태다. 특히 가자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봉쇄정책은 이미 인종차별의 수준을 넘었다.

쿠드만 대사는 양국의 유사성을 들어 양국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싶은 듯했다. 현 정권의 경제정책 기조인 '창조경제'가 이스라엘의 경제구조를 모델로 한다 하고, 학술·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의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이미 한국정부는 이스라엘의 수퍼 그린 파인레이더(탄도탄 조기 경보 레이더)와 스파이크 미사일을 도입했다. 이번 가자 침공에서 활약했다고 하는 아이언돔(단거리 로켓 요격 시스템) 도입을 검토한 적도 있으니 군사적으로도 점차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나는 더더욱 이스라엘의 가자 침략에 반대한다. 이스라엘 정부가 무력으로 분쟁을 해결하려는 방식에 반대한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분쟁해결 방식을 한국정부가 동의하고 지원하는 데 반대한다. 나아가 이와 유사한 무력행사로 우리의 분쟁을 해결하려 하는 모든 폭력의 가능성을 반대한다. 학살의 가능성을 반대한다.

침공 명분 된 '이스라엘 소년 살해사건', 하마스 소행 아니다

쿠드만 대사는 이번 가자 침공의 발단이 된 이스라엘 10대 소년 3명에 대한 납치·살해 사건이 하마스의 소행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가 알고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소년들이 실종된 6월 12일 하마스 아닌 다른 단독 조직이, 작년 이스라엘군이 조직원 세 명을 살해한 데 대한 보복으로 소년들을 납치했음을 주장했고, 이스라엘 경찰은 이미 이를 수사 중이었다. 자신이 범인임을 밝힌 조직이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맹렬히 폭격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민간인을 인간방패 삼아 병원과 학교, 사원, 민간인 거주구역에서 로켓을 발사하기 때문에 이를 방어하기 위해 민간인 지역에 대한 폭격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하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국제활동가들이 폭격을 막기 위해 실제로 인간방패를 자처하고 병원에 머물렀지만 이스라엘은 이마저 폭격했다. 대피경고 57초 후에 공격했고, 대피장소도 폭격했다. 로켓 발사와 아무 관련 없는 학교, 사원, 놀이터, 동물원, 모두 폭격의 대상이었다. 폭격을 피할 수 있는 곳은 가자 어디에도 없었다.

가자에 이스라엘 지상군이 투입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되었고 희생자는 급격히 늘어났다. 당연히 교전 중 이스라엘군의 피해도 있었다. 지상군 투입의 목적은 지하터널 파괴였다. "땅굴들은 이스라엘 군사기지가 아닌 민간인 거주지역에 출구가 있다. 이를 통해 하마스는 국경을 몰래 넘어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 쿠드만 대사의 주장이었다.

가자 지역에 있는 대부분의 지하터널들은 생필품 보급을 위해 만들어졌다. 2007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적대지역'으로 지정하고, 이집트의 공조 속에 가자로 통하는 육·해·공을 전부 봉쇄하고 물자와 사람의 출입을 전면 통제한 이후 가자 주민은 이집트로 지하터널을 뚫어 연료, 식료품, 의료품 등 물자를 조달했다. 언론에서 이스라엘의 지상군 철수가 언급되는 걸 보면 이제 지하터널들의 파괴가 거의 완료된 듯하다. 물론 지상의 건물들도 모두 폐허가 되었다. 전기도 물도 모두 끊겼다.

그는 가자의 상황 해명에 덧붙여 한국의 분쟁상황을 걱정했다. 나도 걱정이다. 남한과 북한 사이에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진다면 한국정부도 이와 똑같이 철저한 수사와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고 이스라엘로부터 수입한 첨단 무기를 동원하여 북한의 민간인 지역을 공습하고 학교를 파괴하고 아이들까지도 무차별 학살하란 말인가?

민간인 희생이 유감이다? 2008년 이후 3600여 명 학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이 국제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광주시민들이 6일 오후 6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규탄 평화행동'에 나섰다. 스타벅스는 이번 공습과 관련, 이스라엘을 후원한다고 알려져 불매운동 대상 명단에 올라 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이 국제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광주시민들이 6일 오후 6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규탄 평화행동'에 나섰다. 스타벅스는 이번 공습과 관련, 이스라엘을 후원한다고 알려져 불매운동 대상 명단에 올라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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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드만 대사는 2005년 이스라엘의 가자 철수에 대해 "아무런 대가 없이 가지지구에 있는 병력과 민간인들을 철수시켰다"면서 "가자지구가 양측이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례가 되길 바랐다, 하지만 우리의 희망은 실현되지 못했다"고 했다. 실제로 2005년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모두 철수했고 가자 지역의 모든 정착촌 주민들을 이주시켰다(이후 서안지구 정착촌은 몇 배로 늘어났다).

철수 이후 가자지역의 삶은 말할 수 없이 피폐해졌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떠났고 군 시설도 모두 철수했지만, 가자는 여전히 이스라엘의 점령지였고 이스라엘의 통제를 받았으며 통행과 교류는 더욱 철저하게 봉쇄당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육지로도 바다로도 하늘로도 이스라엘 군의 허가 없이 가자 밖을 나가거나 밖에서 들어올 수 없었다.

이러한 봉쇄 속에 이번 공습과 같은 살육은 2005년 이스라엘군 철수 이후 주기적으로 되풀이하여 계속되며 오늘까지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2008~2009년 22일 동안 1400여 명을 학살했고, 2012년 8일간 170여 명을 학살한 데 이어 이번 침공이 세 번째다.

쿠드만 대사는 "더 이상의 군사적 충돌을 원치 않는다, 협상을 통해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라며 " 그러나 팔레스타인 측이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공존하기를 바라지 않는 것"이라고 했지만, 아니다. 이스라엘은 아직 휴전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 더미를 파헤쳐 시신을 수습하고 부상자를 의료시설로 수송할 일시 '휴전'이 있었지만 이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그리고 하마스 측의 협상안을 외면한 채 일방적인 '조건 없는 휴전', 즉 하마스의 무장해제를 요구했다.

하마스가 제시한 10년 휴전을 위한 조건
1. 상호 전쟁 중지, 국경지역에서 탱크 철수, 국경지역의 농민들이 자기 땅에서 농사지을 수 있도록 (보장할 것).
2. 2014년 6월 23일 (이스라엘 소년들의 실종) 이후 구금된 모든 팔레스타인인들을 석방할 것. 특히 예루살렘과 가자, 이스라엘 내의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들을 석방할 것.
3. 가자 봉쇄를 완전히 해제하여 물자와 사람들에게 국경을 개방할 것, 모든 식료품과 공산품 공급, 가자 전 지역 전력수급에 충분한 발전시설 건설을 허용할 것.
4. 유엔과 중립적인 국가들이 감독하는 국제항 및 국제공항의 건설(을 보장할 것).
5. 해양 어로지역을 10km까지 확대하고 어부들에게 보다 큰 어선과 화물선 공급(을 허용할 것).
6. 라파(Rafah) 국경검문소를 유엔과 아랍국가 및 기타 우호 국가들의 감독을 받는 국제관리 국경검문소로 전환할 것.
7. 10년 휴전 협정에 조인하고 국제 감독관을 국경에 배치할 것.
8. 팔레스타인 영공을 침범하지 않고, 알아크사 사원에 예배 드리러 갈 수 있는 조건을 완화해줄 것.
9.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정부의 업무에 간섭하지 않고, 팔레스타인 통합정부 논의를 방해하지 말 것.
10. 국경지역의 산업지구를 재건하고 가자 지구의 경제 발전을 증진할 것.

하마스 측이 10년 휴전을 제안하며 전쟁 중지와 구금된 팔레스타인인 석방과 함께 요구한 것이 가자 봉쇄해제다. 물자와 사람에게 국경을 개방하고 국제공항 건설과 어로지역 확대, 검문소의 국제관리, 국경지역의 농업활동과 산업시설 재건 등 가자 주민들의 최소한의 기본적인 생산활동과 생존수단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하마스 측의 요구를 보면 그동안 '하늘이 뚫린 감옥'이라 불린 가자 지역의 삶이 얼마나 절박하고 피폐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쿠드만 대사는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희생되는 것에 대해서는 유감이다, 우리는 이들의 희생을 최소화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나 가자 주민들은 저항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천천히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휴전이 되더라도 그들의 현실이 여전히 침공 이전과 다르지 않다면, 즉 이스라엘이 가자 주민의 기본적 인권과 생명의 존엄성을 외면하는 한, 사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협상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인들이 희망하는 이스라엘의 평화는 어떤 첨단 무기로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홀로코스트는 지금 가자에서 재발했다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이 대량학살 당했던 홀로코스트 같은 비극이 이 땅에서 재발하길 원치 않는다"는 대사의 바람에 동의한다. 모든 세계가 원치 않는다. 하지만 학살은 가자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다. 세계의 모든 시민들이 2차세계대전의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기억하는 것은 희생자들이 특정 민족이라서가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인간들이 단지 다른 민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민족에 의해 무고하게 죽었기 때문이다.

많은 유대인들이 홀로코스트에 희생되었지만 모두 유대인이었던 건 아니다. 세계가 유대인 학살에 경악했고 그들의 희생을 애도했듯, 이스라엘도 우리가 집시라고 부르는 로마인들을 비롯해 2차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에 희생당한 모든 피해자들을 함께 기억하고 애도하리라 믿는다. 아울러 지난 3주간 세상을 떠난 1800여 명의 팔레스타인 희생자들 역시 애도하고 기억해주길 바란다. 그 애도의 마음으로, 현재 이스라엘이라 부르지만 1948년 이전까지 팔레스타인이라 불리었던 그 땅에 영구한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한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어떤 국가체제로 살아야 하는지는 우리의 문제가 아니다. 이스라엘의 국내정세 역시 우리의 현안이 아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누구를 자신들의 정치적 지도자로 삼을지 결정하는 것 역시 우리의 몫이 아니다. 다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명과 생존, 그리고 인간답게 살 권리가 그들이 사는 땅에서 보장되기를 바란다. 그럼으로써 이스라엘 국민들이 진정한 평화를 누리기 바란다.

가자 지역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명과 인권에 대한 우려와 함께, 쿠드만 대사의 인터뷰에서 우려되는 또 한 가지는 이스라엘의 군사주의 정책들이 한국 사회의 경제·사회·정치 각 분야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이스라엘의 관계 증진이라는 명목으로, 가자지구 살상을 통해 성능이 입증된 엄청난 고가의 무기를 한국정부가 손익계산 안 따지고 수입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팔레스타인 학살에 동원될 수 있는 첨단 테크놀로지 무기개발 연구에 한국의 과학자들이 참여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기업이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거주지역 가옥파괴에 사용되는 장비를 수출하지 않기를 바란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쫓아낸 점령지에서 재배한 농산물과 생산된 제품에 대해 투자도 수입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앞으로 한국과 이스라엘의 우호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더라도 한국이 경제나 국방·정치의 영역에서 현재 이스라엘을 국가모델로 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지금까지 한국정부의 국방정책은 아직까지 이스라엘보다 훨씬 덜 폭력적이었다. 전쟁을 원하는 한국 국민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진화해야 할지 잘 생각할 일이다. 누구의 역사도 우리의 현재와 같지는 않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입니다



태그:#팔레스타인, #이스라엘, #가자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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