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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오전, 고향(김제)에 가려고 용산역으로 갔다. 역에 도착해 2일 전에 홈티켓 서비스(인터넷으로 예매한 후 프린터기로 출력하는)로 예매를 했으나 프린터기가 고장 나 출력하지 못한 기차표를 창구에서 발권 받았다.

내가 이틀 전에 예매한 표는 오전 10시 37에 출발하는 KTX. 내가 타야할 KTX 605호가 도착할 예정인 플랫폼으로 향했다.

10여 분 정도를 앞두고 예정대로 열차가 왔고,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기차에 탔다. 승차를 하는 수많은 사람들 뒤로 승무원들과, 여러 박스들과, 커피를 파는 손수레가 보였다.

용산역에서 발권 받은 승차권과 도착역에서 받은 지연에 따른 보상 안내문.
 용산역에서 발권 받은 승차권과 도착역에서 받은 지연에 따른 보상 안내문.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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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출발만 하면 되는 상황. 그런데 출발 시각을 앞두고 방송이 나왔다.

'구로역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가 탄 KTX를 비롯한 전철 등 구로역을 지나는 모든 전동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운행이 언제 재개될지 지금으로선 모르니 사정이 급한 승객은 다른 교통편을 이용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상황실에서 연락을 받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순간 기차 안은 술렁였고 내 옆자리에 탄 남자가 핸드폰으로 검색, 상가 2층 화장실에서 발생한 불이라고 말해줬다. 역사가 아닌 상가에서 나서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선로가 아닌 상가화장실에서 발생한 화재인 만큼 그리 오래지 않아 운행이 재개될 거라. 지레짐작했다.

그러나 내가 탄 기차는 결국 무려 70분이나 지연된 오전 11시 43분에야 출발했다. '화재가 모두 진압되어 10분 후쯤에 운행이 재개될 예정이다. 많은 열차들이 지연됐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출발할 것'이란 방송이 나온 후(오전 11시 21분) 20분이나 지나서였다.

화재가 발생한 구로역은 낮 12시 3분 정도에 지났다. 구로역을 지나는 동안 '최대한 천천히 지나고 있다'는 방송이 나왔다.

그리고 김제역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가 조금 지나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제대로 도착했다면 낮 12시 42분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기차가 90분이나 연착된 것이다. 70분 지연되어 출발한 기차가 90분 연착된 것은 앞차와의 신호 문제로 여러 번 정차했기 때문이다.

살아오면서 두 번이나 화재를 겪었던 나는 화재가 발생했다는 방송을 기차 안에서 듣는 순간부터 김제역에 도착하는 몇 시간 동안 불안했다. 특히 화재가 발생한 구로역을 지나는 순간에는 매우 긴장되었다. 기차가 구로역을 지나 제 속도로 달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휴~!' 안도의 한숨까지 나왔다.

김제역에 도착할 때까지 불안했음은 물론이다. 여러 대의 기차들이 지연되어 비슷한 시간에 연이어 출발하다보니 추돌사고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가 갑자기 멈춰버릴 땐 더욱 불안해졌다. 그와 함께 그간 뉴스를 통해 접했으나 내 일이 아니어서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기차 사고 소식들이 불시에  떠올랐다.

어쩔 수 없는 사고로 인한 지연이었지만,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그리 유쾌하지 않다. 생각보다 사고는 가까이에 와 있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코레일 측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경우지만 여하간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이 불이익을 당한 경우다. 이런 경우 승객은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코레일측의 열차 지연에 따른 보상에 관한 안내문.
 코레일측의 열차 지연에 따른 보상에 관한 안내문.
ⓒ 코레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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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누리집의 관련 페이지를 캡처한 것이다. KTX와 그 외 일반기차의 보상기준은 다른데, 내가 탔던 KTX는 20분 이상 지연부터 현금보상과 승차권 할인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나의 경우 열차가 70분 늦게 출발해 결국 90분 연착, 이 경우 열차요금의 50%에 해당하는 현금보상을 받을 수 있다. 현금 보상은 도착하는 역을 비롯한 모든 역에서 받을 수 있고, 멤버십 회원인 경우 인터넷으로도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

난 현금보상을 받지 않았다. 1년 안에 기차를 이용할 경우 100%를 할인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 해당 승차권을 분실하거나 지연 날짜로부터 1년이 지나면 보상이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없다. 자세한 내용은 코레일 누리집에 있다.

사실 그날 일을 겪기 전까지 기차 지연에 대한 보상 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내일이 되고 보니 마음이 달라졌다.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기차가 출발하는 순간까지 지연에 따른 보상을 생각하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말이다.

처음 당하는 일이라 생각하지 못한 것도 있다. 여하간 3차례 정도의 방송 안내가 나와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당연한 보상'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글들이 여럿 보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열차지연 등으로 인한 보상을 받지 않는 듯, 10명 중 7명이 보상받지 않았다는 표현도 보인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열차지연 등으로 인한 보상을 받지 않는 듯, 10명 중 7명이 보상받지 않았다는 표현도 보인다.
ⓒ 포털사이트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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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후 기차 여행 계획이 없거나 기차역에 가지 못하는 등과 같은 이유로 본인이 보상을 받지 못할 경우, 다른 사람이 이용 가능하다고 한다. 단, 기명을 필요로 하는 홈티켓 예매의 경우 적용이 달라질 수 있으니 사전에 문의해 확실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2014. 8월 6일 오후 2시 현재 코레일 본사 고객센터(042-472-5000)에 전화문의 기준) 


태그:#구로역 화재, #열차 지연 보상, #KTX, #코레일, #승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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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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