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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직무대행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새정치 비대위원장으로 추인된 박영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직무대행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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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촛불을 밝히고 혼자 앉아서 나랏일 생각에 이르니,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흘렀다는 이순신 장군의 심정과 우리가 이겨내야 할 시련의 시간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연일 흥행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영화 <명량>이 주목받는 가운데, 이순신 장군에게 당이 처한 상황을 대입한 것이다

또 "선당후사를 넘어 무당무사(당이 없으면 나도 없다), 무민무당(국민이 없으면 당도 없다) 의 정신"을 강조했다. 다분히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을 차용한 것이다. 7·30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당이 처한 어려움을 임진왜란 당시의 상황과 비교하며 당의 혁신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굳이 이순신 장군과 새정치연합을 비교를 하자면, '질 수 없는 전투'에서 크게 패하고 무언가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순신 장군에게 그것이 영화 대사처럼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것'과 물길을 이용한 전략이었다면, 새정치연합에게는 당의 혁신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는 일이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 조선 수군에는 12척의 배밖에 없었지만, 새정치연합은 130석이라는 의석과 9개의 지방정부를 가졌다는 점이다. 단순히 주어진 조건으로는 비교할 수 없는 차이다. 결국 문제는 '질수 없는 전투'에서 패배한 조선 수군을 이끌고 '이길 수 없는 전투'에서 승리한 '이순신'이 새정치연합에 있는지 여부다.

'계파갈등' '공천갈등' 뿌리 뽑기에 나선 박영선

어찌됐던 새정치연합의 '이순신' 역할은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맡게 됐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와 최고위원들이 모두 동반사퇴하면서 유일하게 남은 선출직 당직자라는 점이 그의 리더십에 '정통성'을 부여했다. 역으로 보면 박 위원장이 아니면 딱히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을 수습할 사람이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박 위원장은 5일 비대위의 구성과 당의 혁신방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겠다. 국민의 눈으로 국민의 마음으로 국민이 공감하는 정치를 실천하겠다"라며 "낡은 과거와 결별하고, 변화와 혁신의 화려한 겉치레가 아닌 근본에서부터 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박 위원장이 제시한 새정치연합의 혁신방향의 키워드는 '예측가능한 정치', '인간의 존엄과 가치 존중'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당의 안정성과 정책의 진정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예측가능한 정치'로 해석된다. 즉 당의 공직 후보자 선출방식을 안정적인 형태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그 전신인 민주당을 포함해 매번 선거 때 '공천 갈등'을 겪어 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패배하고 이번 재보궐에서 참패한 주요 원인 중에 하나로도 꼽혔다.

어떤 계파가 당권을 잡는냐에 따라 '공천 규칙'이 바뀌었다. 공천 갈등은 곧 계파 간의 갈등으로 비춰지고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 국민들에게 그대로 노출됐다.

특히 전체 출마자의 30%까지 가능한 전략 공천은 계파 갈등의 진원지였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기동민, 권은희 후보 등 전략 공천으로 인한 내부 갈등을 제대로 봉합하지 못했고, 이는 선거 전체 선거판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해 박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공정성과 민주성의 원칙에 입각한 예측가능한 정치, 공직 후보자 선출방식에서 당내 문화에 이르기까지 국민이 공감하는 원칙과 기율이 바로 선 정당을 만들겠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전략 공천을 배제하고 선진국의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선거제도 개혁이 불가피하다"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전략 공천의 폐지 내지 최소화, 상향식 공천의 전면 도입을 천명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계파간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배제하고 공정한 규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는 방법으로 활용됐던 전략 공천이 사실상 배제되면서 발생하는 문제에도 보완책이 필요하다.

정의당과 통합 요구 제기, 야권재편 나설까?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기자회견을 통해 "당의 전면적 혁신과 재건을 담당할 비대위의 명칭을 가칭 '국민공감혁신위원회'로 출발하겠다"며 "당이 없으면 나도 없다는 무당무사의 정신에 무민무당, 국민이 없으면 당도 없다는 정신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기자회견을 통해 "당의 전면적 혁신과 재건을 담당할 비대위의 명칭을 가칭 '국민공감혁신위원회'로 출발하겠다"며 "당이 없으면 나도 없다는 무당무사의 정신에 무민무당, 국민이 없으면 당도 없다는 정신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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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비대위'에 주어진 또 다른 큰 과제는 야권 재편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처음 등장한 '야권연대'는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사실상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 후보와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단일화를 이뤘지만 그 논의과정은 소모적이었고, 결국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의 승리로 돌아갔다.

더 이상 1대1 구도가 아니면 새누리당과 경쟁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은 새정치연합 당내에서 정의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목소리로 표출됐다. 중진 의원인 설훈 의원은 5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당이 새로운 모습이 되려면 정의당과 통합을 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라며 "심상정 등 정의당 의원들은 새정치연합 의원들과 생각이 거의 같고 행동도 같이 하고 있는데 굳이 당을 갈라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 의원 역시 "비대위 단계에서 정의당과 합당을 추진해야 한다"라며 "합당이 어려울 경우에는 다음 총선에서 연대하지 않는다고 못박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합당을 추진하되,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라도 선거를 앞두고 야권연대를 시도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합당이 어렵다면 독자노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위원장 역시 기자회견에서 정의당과 합당 추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열린 마음으로 생각해보겠다"라고 말했다. 당장 비대위 구성과 당 혁신이 우선이지만 정의당과 통합 역시 추진할 의사가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와 함께 박 위원장에게는 내란음모 사건 이후로 연대 대상에서 완전 배제시킨 통합진보당(진보당)과의 관계도 고민거리다. 진보당이 정당해산심판청구 등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도 새정치연합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에서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보궐 선거에서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장원섭 진보당 후보는 26%의 득표율을 얻었고, 전남 순천·곡성의 이성수 후보는 6% 득표율을 기록했다.

호남에서 진보당의 선전은 지난 지방선거부터 이어져 온 현상으로 단순히 호남의 민심이 새정치연합에게서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다.여전히 진보당과의 연대에는 당내외에서 모두 부정적인 여론이 높지만, 연말로 예정된 진보당의 정당해산심판 청구 재판 결과에 따라 상황이 변할 가능성도 있다.

'강한 리더십'의 상징, 실험대에 오르다

MBC 기자 출신인 박 위원장은 지난 2004년 제 17대 국회에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당선 된 이후 꾸준히 당내 입지를 넓혀 왔다. 18대 총선에서 서울 구로을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하고 이때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로 활약하면서 차츰 정치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을 거쳐 정책위의장에 올랐고, 2012년 19대 총선에서 3선에 성공했다. 정치경력에 아쉬운 부분이라면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출마해 민주당 후보가 됐지만, 당시 박원순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했다는 점 정도다. MBC 선배인 정동영 상임고문과 인연을 통해 정치에 입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계파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특징이다.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박 위원장은 특정계파를 대표하는 인사들과 경쟁에서 승리했고, 헌정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에 올랐다. 검찰개혁과 재벌개혁 등 강경 노선을 펼쳤던 박 위원장의 원내대표 당선은 투쟁력 있는 강한 리더십의 필요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이러한 성향은 당의 전망을 책임지는 위치에 오르면서 다소 유연해졌다는 평이다. 박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투쟁정당 이미지에서 벗어나 정의로움을 더욱 굳건히 세우는 일, 경제민주화와 복지에 근간을 둔 생활정치의 실현"을 강조했다. 박 비대위원장 본인 역시 새로운 방식의 리더십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박영선 비대위'는 앞으로 15일 가량의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20일 정도에 본격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태그:#박영선, #비대위, #새정치연합,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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