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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애 참 어렵습니다. 시작하기도 계속하기도 끝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연애 방법을 학습하고, 애플리케이션으로 사람을 만나고, 재회를 위해 비싼 돈을 냅니다. 연애조차 마음 편히 할 수 없는 세상, 요즘 연애의 신풍속도를 탐구해봤습니다. [요즘 연애] 시리즈는 <오마이뉴스> 공채 7기 수습기자들이 자체적으로 기획,취재,작성한 '독립편집국' 기사입니다. [편집자말]
"정말 이렇게 남자를 만난다고?"


친구가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고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이른바 '소셜데이팅'. 쉽게 말해 소개팅을 주선해주는 스마트폰 앱이다.

간단한 신상 정보만 입력하면 어울리는 연애 상대를 연결 해주는 신개념 매칭 프로그램이란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발달이 빚어낸 요즘 연애의 '만남' 풍속도다.

소개팅과 미팅 등 면대면 만남에 익숙했던 나는 소셜데이팅이라는 이름마저 생소하게 느껴졌다. 스마트폰 위에서 엄지로 몇 차례 달깍이다 만나는 인연이라니. 충동적인 만남을 주선하는 인터넷 채팅과 관련 범죄들이 먼저 떠올랐다.

"뭐 가벼운 중매 같은 건가" 심드렁하게 내뱉으니 곁에 앉은 친구가 뜨악 놀란다.

"조선시대 사는 애 같다니까, 이래서 연애는 하겠냐?"

재미삼아 해보라며 친구가 내 휴대폰에 애플리케이션 하나를 깔았다. 성별과 지역을 제외한 어떤 정보도 없이 대화를 나누는 일명 '랜덤 채팅'식 소셜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이다. 친구는 어째 나보다 더 신났다. 나도 슬슬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궁금한 걸 아무거나 던져보라는 말에 툭탁툭탁 엄지를 움직인다.  

 가벼운 대화에서 진지한 고민까지, 소셜데이팅 앱으로 '만남' 시도하는 요즘 연애.
 가벼운 대화에서 진지한 고민까지, 소셜데이팅 앱으로 '만남' 시도하는 요즘 연애.
ⓒ 애플리케이션 '돛단배' 캡쳐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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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여기서 만나는 사람도 있나?"

40초쯤 지났을까 "딩동" 소리와 함께 답장이 왔다.

"그렇다네요^^ 저도 호기심에 시작했어요"
"신기하네요."
"그러게요. 여기서 만나고, 사귀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점점 나는 이 4인치 스마트폰 화면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그는 서울 소재의 한 대학의 졸업반인 동갑내기였고, 이번 주말 토익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말을 놓고 점심과 저녁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낯선 경험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이와 스마트폰을 애플리케이션을 사이에 두고 마치 오래 알고 지냈던 친구처럼 일상을 나눴다.

편한 대화부터 고민 상담까지... 범죄 우려도 있어

1993년 미국의 '매치닷컴'이라는 온라인 데이팅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소셜데이팅 세계 시장은 현재 6조 원대 규모로 급성장했다. 영국의 소셜데이팅 프로그램인 'Badoo'는 전 세계 2억 17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고,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취약한 중국도 오케이큐피드라는 소셜데이팅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인구가 1억 명을 돌파했다. 국내 시장 또한 지난해까지 200억대 성장에 머무르던 시장 규모가 올해 400억대 가까이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성장엔 스마트폰이라는 미디어의 발달이 큰 배경으로 작용했다. PC에만 머물던 데이팅 프로그램이 언제든지 상대방의 반응을 즉각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 옮겨지면서 현대인의 생활패턴과 착 달라붙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셜데이팅으로 만난 이성과 8개월 째 연애를 하고 있는 취업 준비생 김아무개(26)씨는 "인터넷으론 사람을 만나볼 생각을 아예 안 했다"면서 "카톡이랑 똑같다, 반응도 바로 확인되고 엄지 두 개만 있으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셜데이팅 앱을 설치하고 일주일가량 다양한 유형의 이성과 대화를 해본 결과, 꼭 연애를 목적으로 앱을 이용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었다. "좀 많이 화난 것 같은데... 여자들 어떻게 해야 마음 돌리죠?" 나와 다른 성별을 가진 이의 심리가 궁금한 '연애 초기' 남성이 직접 상담을 요청하기도 했고 "세 번이나 찾아갔는데, 계속 거절. 포기가 안 돼. 어떻게 하지?"라며 이미 헤어진 연인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지침을 묻기도 했다.

소셜데이팅 앱으로 이성 친구를 만들었다는 정아무개(여, 24)씨는 "어차피 모르는 사람이니까 오히려 더 솔직해 질 수 있는 것"이라면서 "대화가 잘 통해 한 번 밖에서 만났다가 이성으론 느껴지지 않아 친한 오빠 동생으로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녀는 얼마 전 소셜데이팅 친구에게 자신의 절친한 동성 친구를 소개, 커플로 발전했다고 귀띔했다. 

화면 안에서 만나는 진실 혹은 거짓

 소셜데이팅 앱으로 시작하는 연애, 가능할까?
 소셜데이팅 앱으로 시작하는 연애, 가능할까?
ⓒ 조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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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방식에 위치 정보를 더한 앱도 있다. 최근방 거리의 이성을 연결해 주는 식이다. 작년여름 대학 동기 넷과 통영으로 여행을 떠난 최아무개(여, 26)씨는 이 앱을 통해 근처의 또래 여행객 무리를 찾았다. 더 많은 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곧 근처 펜션에 엠티를 온 대학생들과 연결됐고 오후 2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최씨는 "커플이 된 사람은 없었다, 깔끔하게 여행지에서 신나게 놀고 끝났다"면서 "헤비 유저처럼 이성에 목메는 사람도 있겠지만 호기심에 가볍게 이용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덧붙여 "즉석만남 문화야 원래 있는 것 아닌가, 연결하는 매체가 달라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랜덤 채팅 방식의 소셜데이팅 앱은 대화 시도가 쉬운 만큼 위험부담도 함께 따른다. 그야말로 무작위이기 때문에 앱을 이용하는 목적 자체가 가벼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몇 진솔한 대화를 제외한 대부분 대화의 첫 포문은 "썸 타자" "지금 신촌이신 분, 같이 놀아요" 정도의 가벼운 말 걸기였다. 이를 악용한 범죄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원활한 만남을 위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부산의 한 직장 여성이 랜덤채팅 방식의 앱으로 만난 남성에게 성폭행과 50만 원 상당의 금품 갈취를 당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2012년에도 앱에 접속한 청소년을 유인해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40대 남성이 구속되기도 했다.

소셜데이팅 앱으로 교제한 이성과 이별한 경험이 있는 대학생 정아무개(22, 여)씨는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도 모르겠다"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데 점주라고 한 건 상황 상 이해할 수 있었지만 5살이나 어린 나이로 속인 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솔로 2년차인 대학생 조아무개(25, 남)씨는 "굳이 그런 앱을 사용하면서까지 이성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 사람을 보증해줄만한 다리가 없다는 게 가장 꺼려지는 이유"라는 것이다.

사랑을 위한 빅데이터 프로그래밍, 정말 가능할까

소셜데이팅 시장은 이제 빅데이터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조씨가 언급한 보증의 한계를 정보의 양질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호기심과 충동으로 움직였던 엄지를 조금 더 무겁게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게 그 목적이다.

 소셜데이팅 산업에 접목된 빅데이터
 소셜데이팅 산업에 접목된 빅데이터
ⓒ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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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우리에게 데이터를 주고, 우리는 당신에게 데이트를 선물한다'

매달 45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미국의 소셜데이팅 프로그램의 슬로건이다. 이 프로그램은 축적된 20여 만 건의 빅데이터를 통해 회원 각자에게 어울리는 이상형을 도출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3년 "기업의 신 경쟁력, 빅데이터 큐레이션" 보고서에서 빅데이터를 접목한 소셜데이팅 프로그램을 분석하며 '선별된 사람들의 친구 및 대화상대 관계를 파악해 개인 맞춤화, 데이트 성공 가능성을 향상' 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2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소셜데이팅 애플리케이션 '마음씨'의 이계익(30, 남) 대표는 "이제 단순히 경제적 조건만 고집하고 따지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덧붙여 "대화방식, 라이프스타일 등의 다양한 정보들을 종합, 심리학적 분석 틀을 기반으로 상대를 연결한다"고 전했다. 매칭을 위해 수집하는 정보의 범위도 넓어졌다. 음주빈도, 수면시간 등 생활 패턴부터 목소리, 호감을 느끼는 순간 같은 지극히 섬세한 정보까지도 모두 모은다.

직접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국내 소셜데이팅 앱 세 가지를 설치해봤다. 이 세 앱 모두 무작위 채팅 방식과 달리 이틀에서 사흘 정도 프로필 심사를 거쳐야했다. 데이터 수집에 활용되는 만큼 휴대폰으로 개인정보 인증을 거쳐야만 가입이 가능했고, 이름과 나이는 물론 종교와 흡연 여부부터 선호하는 데이트 방식까지 입력해야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두 장의 실물 사진은 모든 앱의 필수 항목이었다. 프로필이 통과 된 이후, 내 휴대폰은 매일 오전 열한시를 전후로 대 여섯 건의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오늘 인연이 도착 했습니다" "당신의 이상형 지금 확인해보세요!"

적게는 1건, 많게는 4건 이상 상대를 연결해 선택 여부를 물었다. 요구한 '연상', '천주교 신자', '다정한 성격' 등의 조건을 종합한 결과물이 스마트폰 액정위로 전시됐다. 마음에 드는 이에게 관심을 표하거나 추가 정보를 열람하려면 1000원에서 5000원가량의 돈을 지불해야 했다.

 빅데이터로 도출한 나의 이상형,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빅데이터로 도출한 나의 이상형,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 조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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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수는 있다, 그러나 결정은 내가 한다

프로그래밍으로 도출된 나의 이상형을 만나기 위해선 그의 정보를 구매할 '적극적인 소비'가 추가로 필요했다. 정보를 산다고 끝나는 일도 아니다. 과학적 기법을 통해 도출한 최선의 상대라 할지라도 지속적인 '인간적 노력' 없이는 관계 지속이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스웨스턴 대학교 심리학과 핀켈 교수는 2011년 소셜데이팅 관련 전수 보고서를 통해 "빅데이터로 알고리즘화 된 소셜데이팅은 사랑이라는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는 것과 같다"며 "피상적인 조건만으로 연결된 상대와 자연스러운 만남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오케이큐피드'라는 소셜데이팅 앱을 개발한 크리스찬 러더는 "온라인 데이트의 수학"이라는 강연에서 "한 사람이 0% 만족하고 다른 한 사람이 100%만족하는 것보다 서로의 정보가 50% 매칭된 게 더 나은데, 그 까닭은 사랑은 반드시 상호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나머지 50%의 만족은 프로그램이 아닌 관계를 지속하고자하는 인간의 노력으로 채워야한다는 말이다. 

소셜데이팅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남자친구와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김아무개(26)씨는 "내가 먼저 쪽지를 보냈다. 그도 내가 맘에 들었는지 정보 열람하고 연락처 주고받다가 지금까지 온 것"이라며 "앱으로 만났다고 하면 눈 가늘게 뜨고 보는 경우가 많은데, 앱의 역할은 필터링해서 사람을 연결해준다는 것뿐이지, 연애를 할지 말지 결정하는 건 사람 몫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그녀의 연애는 애플리케이션을 툭탁거린 엄지 두 개가 아닌, 상호간의 마음이 선택한 결과였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전화 인터뷰에서 "소셜데이팅은 내가 원하는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만남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다" 면서도 "조건이 일치한다고 사랑이 무조건 이뤄지는 건 아니다, 상대방과 관계를 직접 조율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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