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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의 한 장면
 영화 <명량>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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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으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그리고 여기에 비례하여 장군의 죽음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현재 자살과 은둔이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다. 자살설은 당쟁과 선조의 불신으로, 노량해전에서 일부러 투구와 갑옷을 벗고 적의 총탄에 맞았다는 것이다.

은둔설은 전사를 가장하여 전장을 빠져나와 16년 동안 숨어 살았다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주장이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장군은 노량해전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분전하다가 적의 총탄에 맞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황당한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황 증거와 분명치 않은 기록 때문이다.

먼저 자살설이다. 선조에게 영웅 이순신 장군은 제거 대상이었다. 선조의 경계심은 이중간첩 요시라(要時羅)의 반간계(反間計)에서 절정에 달한다.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 함대가 부산포 도착 전이라는 요시라의 말을 믿고, 장군에게 부산포 공격을 명령했던 것이다.

장군은 이미 왜군이 부산포에 도착했음을 알고, 수륙병진(기습과 포위 극복수단)을 주장하면서 명령을 거부했다. 이에 선조는 임금기만, 조정능멸, 명령불복종죄를 적용했다. 선조의 이러한 시기심을 잘 알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거두는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자살설은 이민서의 <김충장공유사> 때문에 탄력을 받게 된다. 여기에는 "이순신은 한창 싸울 때 투구를 벗고 스스로 적탄에 맞아 죽었다(李舜臣方戰免胄 自中丸以死)"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순신 장군의 인생관, 가치관, 문헌을 볼 때 자살설은 신빙성이 없다. 일단 장군은 선조를 잘 알기 때문에 화합하려고 노력했다. 조정에 보낸 장계를 보면, 전과는 축소하고 피해나 어려운 사정은 상세히 보고하고 있다. 게다가 이순신 장군의 54년 인생은 생사를 넘나드는 피눈물로 얼룩진 고행과 다름이 없었다. 현실도피를 위한 자살과 연결시키려 해도 연결시킬 수 없는 가치관이다.

'면주(免胄)'에 대한 해석의 오류도 있다. "투구를 벗고 싸운다"는 의미보다, "죽음을 무릅쓰고 싸운다"는 의미가 더 일반적이다. 이민서도 후일 <명량대첩비>에 장군의 죽음을 순국(殉國)으로 기록했다.

다음으로 은둔설이다. 이분(李墳)이 쓴 <이순신행록(李舜臣行錄)>에서 이러한 주장이 나온다.

① 대장선 지휘소에 이순신, 아들 회, 조카 완, 몸종 금이 등 네 명밖에 없었다는 것은 전사를 가장하기 위한 계획이었다. ② 이순신이 평소에 "마지막 전투에서 죽겠다"고 공언한 대로 노량해전에서 일부러 적탄에 맞아 전사한 것처럼 꾸몄다. ③ 사후 80일이나 지나서야 장례를 치렀으며, 뚜렷한 이유도 없이 15년 뒤에 이장했다. 그 사이에 은신처로 이동했으며, 그곳에서 어린 서자를 데리고 숨어 살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은둔의 근거가 될 수 없다. ① 대장선 지휘소는 많은 인원이 들어설 만큼 넓지 않다. 그리고 치열한 전투상황에서 많은 인원이 지휘소에 있을 이유도 없다. ② 이순신 장군이 말한 "마지막 싸움에서 죽겠다"는 말은 "목숨을 바쳐 싸우겠다"는 의미이다.

③ 장군의 삶을 봤을 때, 오로지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도주했다는 것은 신뢰가 가지 않는다. 또한 왕권강화에 눈이 시퍼런 선조를 피해 16년 동안 아무런 흔적 없이 숨어살 수 있었을까.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 전이나 도중에, 적탄을 맞고자 의도적으로 갑옷을 입지 않았거나 벗었다는 기록은 없다. 죽음을 가장하여 어디에선가 은둔생활을 한 기록도 흔적도 없다. 격전 중, 적의 총탄에 맞아 돌아가셨다는 기록뿐이다.

혹자는 갑옷을 착용한 상태에서는 조총에 의한 죽음을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녹도만호 정운이 대조총(大鳥銃)에 당했을 때, 총알은 방패와 갑옷을 뚫고 몸을 관통했다. 노량해전은 20~50m에서 치러진 근거리 난타전이었다.

이순신 장군을 자살이나 은둔으로 몰아가는 행위는 그 분을 욕되게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태그:#명랑, #명랑해전, #명랑대첩, #이순신장군, #이순신장군사망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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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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