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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아 자녀와 함께 가족여행을 떠나려는 대구경북 시도민들을 위해 '방학맞이 대구경북 역사여행'을 쓰니 '작년에 왔던 각설이'처럼 종전의 질의가 또 이어진다. 질의 요지는 대략 "역사유적이나 문화유산 답사를 다니다 보면 현장에 세워져 있는 안내판마다 '국보, 보물, 사적, 중요민속자료, 대구광역시(경상북도) 유형문화재, 문화재 자료…… 제 몇 호'가 적혀 있는데, 그것들이 어떻게 다릅니까?"이다.

중요한 질문이다. 그들의 차이를 알지 못하면 애써 찾아다닌 답사가 반쯤 빛을 잃는다. 특히 어린 자녀 또는 학생과 동행한 성인의 경우에는 자칫 민망하게 될 우려도 있다. 만약 "몰라도 돼!"라고 답변한다면 역사여행을 출발한 의의조차 잃게 된다. 당연히, 그것들의 차이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대구경북에 소재하는 문화재를 예로 들어가며 그들의 차이를 살펴보자.

'호국의 다리'는 등록문화재(근대문화유산)
구 왜관 철교
 구 왜관 철교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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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지 50-100년 정도의 것 중 가치가 돋보이는 것을 등록문화재(근대문화유산)라 한다. 지정 주체는 문화재청이다.
대구경북에서 가장 유명한 등록문화재는 칠곡 왜관 '호국의 다리'(구 왜관 철교)이다. 일제 때 가설된 이 철교는 1950년 8월 3일 북한군의 낙동강 도강을 저지하기 위해 미군이 파괴되었다가 1993년 복원되었다. ('호국의 다리'라는 이름은 그 연유로 붙었는데, 과연 적당한 명칭인지 의문스럽기는 하다.)
그 후 2011년 6월 25일, 전쟁 발발일에 붕괴되었다. 이 다리가 붕괴되었을 때 원인이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4대강 사업이 끼친 악영향 때문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사진은 (위) 구 왜관 철교 (아래 왼쪽) 다부동 전승기념관, 포항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 등에 게시되어 있는 1950년 당시 파괴된 모습 사진 (아래 오른쪽) 2011년 6월 25일 붕괴된 모습으로, 오마이뉴스 조정훈 기자가 쵤영한 사진

문화재는 국가 지정 문화재, 시도 지정 문화재, 문화재 자료, 등록 문화재, 비지정 문화재로 구분된다. 국가 지정 문화재, 시도 지정 문화재, 문화재자료는 100년 이상 된 문화재 중에서 지정한다. 50년 이상 100년 사이의 것은 등록문화재(근대문화유산)로 따로 구분한다.

'국가 지정 문화재'는 국가가 지정한 중요 문화재로서 국보, 보물,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 중요무형문화재, 중요민속자료 등 7개 유형으로 구분된다. 국보는 '보물에 해당하는 문화재 중 인류문화의 견지에서 그 가치가 크고 유례가 드문 것'을 가리킨다. (작은따옴표 안의 설명은 문화재청의 정의를 옮긴 것이다.)

"북경성보다 더 아름다운 성"으로 외국에까지 알려졌던 대구읍성은 친일파 박중양에 의해 1906년 파괴되었다. 사진은 1980년 대구 망우공원에 복원된 영남제일관의 모습. 원형과 거리가 멀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고,  지어진 시기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문화재도 아무것도 아니다.
 "북경성보다 더 아름다운 성"으로 외국에까지 알려졌던 대구읍성은 친일파 박중양에 의해 1906년 파괴되었다. 사진은 1980년 대구 망우공원에 복원된 영남제일관의 모습. 원형과 거리가 멀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고, 지어진 시기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문화재도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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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죽장리 505-2번지의 5층 석탑. 장엄한 멋을 자랑하는 국보 130호탑이지만 찾는 이가 별로 없다.
 구미 죽장리 505-2번지의 5층 석탑. 장엄한 멋을 자랑하는 국보 130호탑이지만 찾는 이가 별로 없다.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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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라면 대뜸 남대문(서울 숭례문)이 떠오른다. 국보 1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1호라고 해서 국보 중 가장 가치가 높다는 말은 아니다. 번호를 매기면서 우연히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국내외 일반인들에게 '국보 1호'가 가지는 상징성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흔히 국보 1호를 다른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게다가 남대문은 불에 탔기 때문에 문화재로서 가치 자체가 없어졌다고도 하지 않는가.

대구경북에는 국보가 많다. 아니, 경북에는 국보가 많다. 대구에는 국립대구박물관 안에 들어 있는 것을 제외하면 국보가 없다. 대구읍성의 정문인 영남제일관이 "북경성보다 아름다웠다"(프랑스 여행가 샤를 바바 <조선기행>, 1888년)지만, 친일파 박중양이 일본인 상인들의 매출 확대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1906년 부수어버렸다.

경북에는 영주의 부석사 무량수전, 조사당, 소조여래좌상, 석등, 그리고 소수서원의 안향 초상과 흑석사의 목조아미타여래좌상, 안동의 봉정사 극락전과 대웅전, 또 신세동 7층전탑, 의성의 탑리 5층석탑, 군위의 삼존석굴, 문경의 봉암사 지증대사 적조탑비, 구미의 죽장리 5층석탑, 영천의 거조암 영산전, 포항의 냉수리 신라비 등의 국보가 있다. 경주에 있는 국보들을 빼고도 그렇게 많다.

유형문화재
문화재청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건물, 서적, 회화, 조각, 공예품 등에서 역사상 , 예술상 가치가 큰 것과 이에 준하는 고고 자료'가 유형문화재이다. 유형문화재는 광역단체장이 지정한다. 이 중 중요한 것을 다시 보물로 지정한다. 그리고 보물 중 특히 중요한 것을 국보로 지정한다. 국보와 보물은 중앙정부(문화재청)가 지정한다.
보물은 어떤 것들을 가리키나? 답사자가 현장을 찾았을 때 안내판에 '보물 제 00호'라고 적혀 있으면 "아하, 이 문화재는 건물, 서적, 회화, 조각, 공예품 등의 유형문화재 중 중요한 것을 국가가 보물로 지정하는데 그 중 하나이군"하고 생각하면 된다.

대구 팔공산의 관봉석조여래좌상(속칭 '갓바위'), 칠곡 송림사의 전탑 등이다. 국보보다는 한 등급 아래이고 유형문화재보다는 한 등급 위라고 여기면 무방하다.

사적은 역사의 흔적이 짙게 서린 곳이기 때문에 답사의 보람이 유난히 강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은 경북 지역의 사적 중 대표적인 답사지의 한 곳이다. 이 외에도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영주 소수서원, 군위 인각사 터, 문경 관문, 칠곡 가산산성, 고령 주산 고분군 등이 경북의 중요 사적지이다. 대구는 불로 고분군, 도동서원, 달성이 필수 답사지이다.
 사적은 역사의 흔적이 짙게 서린 곳이기 때문에 답사의 보람이 유난히 강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은 경북 지역의 사적 중 대표적인 답사지의 한 곳이다. 이 외에도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영주 소수서원, 군위 인각사 터, 문경 관문, 칠곡 가산산성, 고령 주산 고분군 등이 경북의 중요 사적지이다. 대구는 불로 고분군, 도동서원, 달성이 필수 답사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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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은 '기념물 중 유적, 제사, 종교, 정치, 국방, 산업, 교통, 토목, 교육, 사회사업, 분묘, 비석 등으로서 중요한 것'들이다. 즉. 문화재청은'패총, 고분, 성지, 궁지, 요지, 유물포함층 등의 사적지로서 역사상, 학술상 가치가 큰 것. 경승지로서 예술상, 관람상 가치가 큰 것 및 동물(서식지, 번식지, 도래지 포함), 식물(자생지 포함), 광물, 동굴 중에서 학술상 가치가 큰 것'을 기념물로, '기념물 중 중요한 것'을 사적으로 정의한 것이다. 문화재청의 정의는 어떤 것을 사적이라고 하는지 알게 해준다. 

명승은 '기념물 중 경치가 매우 뛰어난 곳'이다. 경주 불국사, 울진 불영사 계곡, 봉화의 청량산과 석천계곡, 청송의 주왕산 국립계곡과 주산지, 영주 죽령 옛길, 예천의 회룡포와 초간정 원림, 문경 새재, 포항 용계정과 덕동숲 등 경북에는 다수의 명승이 있다.  

국가 지정 명승 중 한 곳인 예천 회룡포
 국가 지정 명승 중 한 곳인 예천 회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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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은 '기념물 중 동물, 식물, 지질, 광물로서 중요한 것'이다. 1호가 대구 동구 도동에 있는 측백수림이다. (1호에 대해서는 앞의 남대문 부분 참조). 도동 나무들이 천연기념물로 지정을 받은 것은 측백나무가 자랄 수 있는 가장 남쪽 한계선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울진 성류굴, 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과 사촌마을 가로숲, 예찬 황목근과 석송령, 성주 성밖숲, 청도 적천사 은행나무, 경산 대가대 스트로마롤라이트, 영천 오리장림, 포항 흥해읍 북천수와 동해면 발산리 모감주나무 및 병아리꽃나무 군락, 울릉도 사동 흑비둘기 서석지, 비슬산 빙하기 암괴류 등이 대구경북의 대표 천연기념물들이다. 물론 가장 유명한 천연기념물은 독도!  

중요무형문화재는 '연극, 음악, 무용, 공예기술 등 실제 물건이 없는 무형의 문화적 소산 중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큰 무형문화재'를 말한다. 중요민속자료는 '의식주, 생산, 생업, 교통, 운수, 통신, 교역, 사회생활, 신앙, 민속, 예능, 오락, 유희 등으로서 중요한 것'이다. 대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중요민속자료에는 달성군의 삼가헌과 조길방가옥, 도동의 백불고택이 있고, 경북에는 너무 많아 예를 들기도 어렵다. (참고로, 전국의 전통한옥 중 40%, 서원 향교 중 17%, 불교문화재 중 40%가 경북에 있다.)

봉화 물야면 가평리 301번지의 계서당.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171호인 이 문화재는 소설 <충항전>의 모델로 알려지는 성이성(1595-1664)의 집이다.
 봉화 물야면 가평리 301번지의 계서당.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171호인 이 문화재는 소설 <충항전>의 모델로 알려지는 성이성(1595-1664)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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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보물, 사적, 천연기념물, 중요민속자료, 명승, 중요무형문화재를 제외한 문화재 중 광역자치단체장이 지정한 것에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기념물, 민속자료'가 있다. (이 용어에 대한 설명은 앞에서 언급되었으므로 생략) 이들은 국가 지정 문화재가 아니므로 흔히 '지방 문화재'라고 말한다.

그런데 한 가지 유의할 것은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 1호'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1호'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1호'와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1호', '대구광역시 기념물 1호'와 '경상북도 기념물 1호', '대구광역시 민속자료 1호'와 '경상북도 민속자료 1호'도 동시에 존재한다. 지방 문화재는 광역자치단체장이 지정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지 아니한 문화재 중 향토문화 보존상 광역자치단체장이 그 가치를 인정한 문화재를 '문화재자료'라 한다. (등록문화재에 대해서는 앞에서 언급) 마지막으로 '문화재보호법 또는 시·도의 조례에 의하여 지정되지 아니한 문화재 중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재'를 '비지정문화재'라 한다. 즉, 비지정문화재라고 해서 문화재가 아닌 것이 아니다.


태그:#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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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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