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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의 여파로 일본 여행이 줄었다곤 하지만, 큐슈 지역은 여전히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후쿠오카-쿠마모토&아소산-벳푸-유후인> 코스로 여행하는 이들이 꽤 많다. 실제로 후쿠오카의 캐널시티와 후쿠오카 타워는 여기저기 한국말로 넘실댄다.

온천으로 유명한 벳푸와 유후인 역시 단체 관광객에게 최고의 인기를 자랑한다. 이곳이 과연 일본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말이다. 한국인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거나 일본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가 있다면 경험에 비추어 조언 한마디를 던질지도 모른다. 일본만의 색, 흥취를 기대했던 여행가 혹은 평소에 주위시선에 눌려 하지 못했던 행동, 입지 못했던 과감한 패션을 시도해보려 했던 이라면 더더욱 실망이 더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여행을 꿈꿔야 할까?

이미 한 번 그 도시를 여행한 적이 있거나, 관광지만 쫓아다니기에는 마음이 심심할 것 같은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 있다. 그다지 어렵지 않은, 그다지 거창하지 않은 '거리 산책'이 그것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근 10개월 간 나가사키에 거주하며 걷고 걸어 찾은 골목길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가사키 골목산책① - '칸코 도오리' 뒷골목

나가사키의 관광지 중 하나인 '칸코 도오리'는 직역하면 '관광 거리'이다. 많은 관광객이 여행 선물을 사기 위해 찾는 곳이다. 또 여러 상점이 밀집해 있어 일본인들도 쇼핑을 위해 자주 들리는 곳이다. 꽤 넓은 칸코도오리를 갈 때면 아케이드를 지나 골목으로 빠져 돌아다니곤 했다. 평소 방향감각이 없어 길치라는 소리를 많이 듣곤 한다.

분명 주소 상으로는 칸코도오리에 포함되지 않을 테지만, 마음대로 '칸코도오리 뒷골목'이라 이름 지었다. 골목길이라는 이름이 100% 어울리는 좁디좁은 골목 안에서 여러 가게를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약 5개 정도의 의자만이 조용 자리한 바(bar) 형식의 카페를 들 수 있겠다.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중년 사진가 아저씨가 운영하는 카페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확장해 '大工町'라는 곳으로 이전했다.

골목에 조용히 자리한 빈티지 의류와 소품을 파는 가게.
▲ 칸코도오리 뒷골목 빈티지샵 골목에 조용히 자리한 빈티지 의류와 소품을 파는 가게.
ⓒ 차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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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좁은 골목길을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면 빈티지 의류와 소품을 파는 가게를 만날 수 있다. 그냥 지나치려 하다가도 노란색 배경에 아기자기하게 진열해놓은 빈티지 옷에 눈길이 갈 것이다. 빈티지 패션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서둘러 발을 재촉할지도 모른다. 가게는 컬러풀한 옷이 상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외에도 빈티지 단추, 빈티지 가방, 신발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길다란 벤치만 덩그러니 놓여 있지만, 분위기는 Good!
▲ 나가사키 골목 카페,Coffee Hitomachi 길다란 벤치만 덩그러니 놓여 있지만, 분위기는 Good!
ⓒ 차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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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어느 골목에 자리한 매일 원두를 볶는 카페.
▲ 나가사키 골목 카페,Coffee Hitomachi 나가사키 어느 골목에 자리한 매일 원두를 볶는 카페.
ⓒ 차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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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어느 골목에 자리한 매일 원두를 볶는 카페.
▲ 나가사키 골목 카페,Coffee Hitomachi 나가사키 어느 골목에 자리한 매일 원두를 볶는 카페.
ⓒ 차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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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의 매력은 이 가게뿐이 아니다. 빈티지 옷가게 맞은편에 위치한 원두 냄새 풀풀 풍기는 카페가 있기 때문이다. 길다란 벤치만 덩그러니 놓여 있지만, 나름 분위기 있는 카페이다. 매일 원두를 볶는다는 이 카페의 메뉴는 대부분 300엔 선이다. 이곳에서 잠시 커피향기를 맡으며 숨을 고르고 가도 좋겠다.
※ 【Coffee Hitomachi】 長崎市東古川町

나가사키 골목산책② - '원폭 공원' 옆길

벚꽃이 만발하는 봄에 찾으면 더욱 좋은 원폭 공원.
▲ 나가사키 원폭 공원의 봄 벚꽃이 만발하는 봄에 찾으면 더욱 좋은 원폭 공원.
ⓒ 차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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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이 있을까? 아마 많은 이들이 짬뽕을 외칠 것이고, 다음은 원폭, 서양과의 교류 무역, 토루코 라이스, 야경 정도가 될 듯하다. 모두가 다 의미 있거나 매력적인 곳이지만 그 중에서도 원폭박물관을 찾는 관광객은 꽤 많다. 원자폭탄 투하로 인해 한순간에 7만 5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원폭 투하 후의 참혹함과 몸과 마음의 고통은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다.

원폭 투하로 인해 붕괴돼 아주 일부만 남아 있는 우라카미 성당의 잔해를 보며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원폭의 잔인함, 희생자에 대한 애도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왜 원폭이 투하되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도 분명히 생각해야 한다. 여행지 중 하나로 가볍게 찾은 이라면 여기저기서 밀려드는 생각 탓에 머릿속이 복잡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원폭 공원에서 잠시 쉬어가 보자. 벚꽃이 만발하는 봄에 찾으면 더욱 좋다. 평화공원도 멀지 않으니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봐도 좋겠다.

벚꽃이 만발한 봄에 걸으면 더 좋을 것 같은 길.
▲ 걸어보고 싶게 만드는 원폭 공원 옆길 벚꽃이 만발한 봄에 걸으면 더 좋을 것 같은 길.
ⓒ 차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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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골목산책③ - '데지마' 옆길

나가사키는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서양과 무역을 시작했다. 후에 기독교에 대한 포교 금지와 쇄국정책으로 인해 무역이 금지되기도 했다. 이 시기에 네덜란드는 전도가 아닌 무역을 통한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했기에 예외 대상이 됐다. 네덜란드와의 무역은 '데지마'에서만 독점적으로 허용됐다. 그렇기에 아직도 많은 이들이 데지마를 찾는다. 하지만 500엔이라는 입장료가 아깝다며 푸념을 늘어놓은 이들이 꽤 될지도 모르겠다. 서양식 건물을 볼 수 있고, 무역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박물관에서 글을 꼼꼼히 읽지 않고 휙휙 지나치는 이라면 10~15분 만에 관광을 끝낼 수도 있다. 차라리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고 싶다면 데지마 옆길을 걸어보자. 민트색 건물이 멋들어지게 서있는 데지마 길이 꽤 매력적이다.

금방 끝나버리겠지만, 차이나타운이나 칸코도오리가 있는 하마노마치까지도 걸어갈 수 있다. 혹시 걷기 싫은 무더운 여름에 나가사키를 찾는다면 이 길을 지나가는 노면전차 1번을 타보아도 좋다. 선택은 자유다. 헤매면서, 걸으면서 카메라를 들고 자신만의 골목이나 거리를 발견해 보자.

민트색 건물이 멋드러지게 서있는 매력 있는 데지마 옆길
▲ 데지마 옆길 민트색 건물이 멋드러지게 서있는 매력 있는 데지마 옆길
ⓒ 차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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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관광지 위주의 여행에 지친 당신! 당신만의 여행을 만들 수 있기를.



태그:#나가사키, #칸코도오리, #원폭 공원, #데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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