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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중앙대 정문 앞에 부착된 동작을 후보자 선거벽보를 한 시민이 쳐다보고 있다.
▲ 우리 동네 국회의원 후보 누가 나왔나 7.30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중앙대 정문 앞에 부착된 동작을 후보자 선거벽보를 한 시민이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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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선거운동 시작됐는데 관심 있어요?"
"보수(후보)는 하난데 진보(후보)는 4명이라서... 단일화가 돼도 누굴 뽑을지 모르겠어. 여당이나 야당이나 똑같아."

7.30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 사당동에서만 20년째 구둣방을 하고 있는 이아무개(60. 남)씨는 선거에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공천'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이씨는 "허동준(전 새정치연합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나왔으면 가능성 있었지, 전략은 무슨 전략"이라고 혀를 찼다. 그는 "정몽준같은 거대 정치인이 우리 동네에 있었지만 지역이 발전됐다고 못 느낀다"라며 "지역사람 아닌 정치인은 당내서만 정치하지 여기 지역에서 정치 잘 하겠어"라고 평하기도 했다.

구둣방을 찾은 손님 김아무개(61. 남)씨도 말을 보탰다. 그는 "전략공천이니 뭐니, 동작을이 '정치1번지'가 됐는데 지역 발전은 뒷전이 됐어"라며 "단일화해도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 못 따라가, 만약 나도 지역 연고 있는 허동준 나왔으면 뽑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와 이씨는 서로 말을 주고받으면서 '뒷담화'를 이어갔다.

: "나경원 인터뷰한 걸 보니 자기가 당선되면 여길 끝까지 지키겠다고 하던데?"
: "그걸 믿나, 아무도 안 믿지 여기 지키는 건 허동준, 김종철(노동당 후보) 이런 애들이지."
: 김종철은 왜 노동당이야. 이정희(통합진보당 대표) 같은 애들이랑 왜 같이 하는지 몰라. 똑똑한 사람이 당 선택 잘 못했어. (김종철이) 새정치연합이면 벌써 찍었어."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통합진보당 유선희·정의당 노회찬·노동당 김종철 등 동작을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야권후보를 향한 민심은 이처럼 흔들렸다. 반면,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뚜렷했다.

[뭉친 여권 지지층] "힘있는 정치인이 돼야 지역발전"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역 인근에서 출정식을 갖고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인사하는 나경원 후보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역 인근에서 출정식을 갖고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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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을 뽑아야지."

이수역 근처 남성시장에서 30년째 건어물 가게를 하는 이병열(60. 남)씨의 답변은 간결했다. 이씨는 좌판에 놓인 건어물 위로 파리채를 휘두르며 "우리는 원래 보수 쪽이니까 그냥 새누리당 후보 뽑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씨는 "나경원 후보가 당선되면 이 지역의 일을 잘 할 것 같냐"는 질문에 "사실 지역 관련 일은 어느 후보가 되든 비슷한데, 새누리당이 조금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모두 동작을 보궐선거 후보를 '전략공천'으로 정한 것에 대한 평가 역시 '새누리당이 낫다'였다.

그는 "나경원은 동작구 출생이라 전략공천이 아니"라며 "기동민은 운동권으로 힘쓰다가 정치경력을 쌓기 위해 온 낙하산같다"라고 평가했다.

이씨와 마찬가지로 남성시장에서 40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아무개(62. 여)씨도 나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원래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에 투표했어요"라고 말했다. 후보보다 정당에 무게를 실은 셈이다. 그는 새누리당 지지 이유를 묻자 "그냥 좋다, 원래 지지했다"고만 답했다.

이처럼 여권 지지성향이 확고한 60대 유권자 외에도 '힘 있는 여당후보'를 지지하는 젊은이도 있었다. 흑석동에서 6년 간 거주했다는 중앙대학생 임아무개(26. 남)씨는 "힘 있는 정치인이라야 지역 발전에 힘 쓸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라며 나 후보 지지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역 출신 정치인이라고 정치를 잘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작은 정당의 후보가 당선되면 그 지역을 위한 정치에 힘을 실어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흔들리는 야권 지지층] "허동준 나오면 찍겠지만..."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역 입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선거운동 지원에 나선 김한길 공동대표.
▲ 출근인사 하는 기동민 후보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역 입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선거운동 지원에 나선 김한길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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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성향 지지자들은 상대적으로 흔들렸다. 전략공천 후폭풍이 가시지 않은 분위기였다. 김한길·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를 비판하는 주민도 있었다.  

남성시장 근처 한 마트에서 일하는 조옥식씨(47. 여)는 "허동준씨가 나올 줄 알았는데 그 기 뭐라는 이상한 사람이 나와가지고"라며 아직 '최종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9대 총선 때도 '동네일을 많이 한 사람'을 뽑았다"라며 "여기서 일을 많이 한 허동준은 잘 아는데 다른 후보들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사당동에서 30년째 부동산을 하는 김인수(65. 남)씨는 자신을 '평생 민주당 당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새정치연합을 지지하지만 안철수, 김한길이 공천을 제대로 못했다"라며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공천"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죽어라 십여년 터 닦았는데 기회 한 번 안 주면 되겠나"라며 "경선을 통해서 (패자가) 승복하고 똘똘 뭉쳐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동작을이 쓰레기통도 아니고"라고 분통도 터뜨렸다.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김종철 노동당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거리인사하는 김종철 후보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김종철 노동당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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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동작구 남성시장을 찾아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며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가운데는 지원에 나선 심상정 원내대표.
▲ 엄지 치켜올린 노회찬 후보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동작구 남성시장을 찾아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며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가운데는 지원에 나선 심상정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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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야권후보 단일화도 강조했다. 김씨는 "허동준이 기동민하고 어깨동무하고 동네를 돌아야 한다"라며 "둘이 다 돌아다닌 다음에 노회찬이 요구한대로 쿨하게 야권연대를 추진해야 한다, 노회찬과 같이 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사당3동 주민인 이아무개(43. 남)씨는 노회찬·김종철 후보 간의 단일화를 희망했다. 다만, "새정치연합이 이번 공천으로 박근혜 정부 '중간평가'할 좋은 기회를 날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략공천을 할 수 있지만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그 과정을 잘못 밟았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경선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어야 한다"라며 "차라리 전략적으로 (광주 광산을에 공천된) 권은희 후보를 동작을에 공천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그는 "이번 선거를 실패하면 야권재편에 대한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다음 대선에도 새누리당에 정권을 바치는 형세"라고 주장했다.

물론, '기동민 지지 의사'를 밝힌 이도 있었다. 사당역 인근 편의점에서 만난 임아무개(51)씨는 "기동민 후보를 잘 모르지만 신선하다 생각한다"라며 "개인적으로 (기 후보에게) 특별한 결함이 없으면 뽑으려 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새정치연합) 전략공천 얘기는 잘 모르지만 미리 조율해서 나왔어야 하지 않느냐"라며 "그것 때문에 새누리당 후보 지지율을 높여줬다는 얘기는 들었다"라고 말했다.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유선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역 인근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지지 당부하는 유선희 후보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유선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역 인근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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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투표 포기 뜻을 밝힌 이도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 이유리(21. 여)씨는 "지방선거 때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긴 했는데 이번 선거 때는 투표할 생각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터지고 나서 뭔가 변화하길 원해서 투표했는데 한 달 뒤인 지금 정치판 모습이 똑같은 것 같다"라며 "20대들이 이러니깐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후보들이) 인지도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어떤 후보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보여주기식 (정치) 안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동작구를 위하고, 그 후보가 살았던 모습에 감동받고 싶다. 공약을 잘 지킨 사람도 좋다. 무조건 새로운 사람보다는 잘 했던 사람이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정민경, 이겨레기자는 오마이뉴스 20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동작을, #7.30 재보궐, #나경원, #기동민, #전략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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