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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12일), 친정 동생과 아산에 있는 외암민속마을에 갔다.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곳에 가려면 서울역이나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누리로를 타고 온양온천역으로 간 후 시내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 서울역에서 오전 7시 53분에 출발한 장항선 누리로는 온양온천역에 오전 9시 26분에 도착했다. 1시간 30분쯤 걸린 것이다.

외암민속마을(중요민속자료 제236호, 이하 외암마을) 안내문에 의하면, 원래 여러 성씨가 살던 곳이란다. 예안 이씨 집성촌이 된 것은 조선 명종 때 이후. 예안 이씨인 이사종이 딸만 셋을 둔 진한평의 첫째 사위가 되어 이곳으로 이주했는데, 훗날 그의 후손들이 번창하고 그와 함께 많은 인재가 배출되면서 예안 이씨 집성촌이 되었단다.

외암마을이 배출한 인재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외암 이간(1677~1727년)이란다. 유명한 그의 호를 따 외암마을로 불리게 된 것이다. 마을은 1988년 8월 '전통건조물 보존지역 제2호'로 지정됐고, 택호가 있는 기와집 등 많은 문화유산들(건재 고택 등을 비롯한 옛 가옥들과 유물들)이 있어 마을 자체가 국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되었다(2000.1.7)

외암마을의 공간은 크게 둘로 나뉜다. 주민들이 예전부터 살아왔으며 현재도 살고 있는 곳과, 마을 앞을 흐르는 개울가에 옛 가옥 일부를 조성한 전시공간이다. 우린 물레방앗간을 지나 조금 걸으면 만날 수 있는 밭가의 돌담길을 시작으로 마을 곳곳을 먼저 다녔다. 그런 후 옛 가옥들을 조성해 놓은 곳에 들렀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듬이질 체험을 한 후 마을을 떠나 왔다.

외암민속마을의 능소화 핀 돌담.
 외암민속마을의 능소화 핀 돌담.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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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암민속마을의 돌담길 부분.
 외암민속마을의 돌담길 부분.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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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암민속마을의 돌담길 부분.
 외암민속마을의 돌담길 부분.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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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암민속마을의 돌담길
 외암민속마을의 돌담길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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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눴던 것이 좋았는데? 용인민속촌은 전시 느낌이 강하잖아. 그런데 그 마을은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그런지 더 친근하고 살가운 것 같아. 옛날 우리 동네 생각도 나고."

함께 간 친정 동생에게 외암마을에서 가장 좋았던 것을 물으니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누가 내게 물으면 '마을 곳곳을 흐르다 끊어지는가 싶은 순간 다시 끊임없이 이어지는 돌담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어느 집이나 돌담이 둘러져 있는 것도 인상 깊은데 밭가에도 둘러져 있었다. 게다가 큰 돌을 쌓아가며 틈에 작은 돌들을 끼워 넣기로 쌓은 허튼쌓기의 돌담이라 그런지 무척 편안하게, 그리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 돌담에 능소화를 비롯한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있었고, 담쟁이나 호박넝쿨 등이 어우러져 자라고 있었다. 우리 옛담의 정취를 물씬했음은 물론이다. 담장만 보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이곳이 원래 돌들이 무지 많았대요. 돌을 파내지 않고는 집도 못 짓고, 그 무엇도 지어먹을 수 없을 정도로 어느 땅에나 돌이 많았다고 해요. 그 돌들을 어떻게 할 수 없어서 담으로 쌓은 거지요. 지금도 돌이 많이 나와요. 제주도 돌담보다 인상 깊다는 사람들 많아요."

동네를 돌다보면 조청과 같은 특산품이나 목을 축일 수 있는 식혜, 차 등을 파는 집들을 만날 수 있다. 어떤 집에 들어가 유독 길고 넓은 돌담에 대해 물으니 이처럼 말한다. 담을 쌓고도 돌이 많이 남아 돌담을 가급 넓게 쌓게 되었다고 한다.

외암마을의 돌담은 자그마치 5.3km에 이른다. 긴 것만이 아니라 넓기도 참 넓다. 얼마나 넓을까? 눈대중으로 대략 1m는 넘어 보였다. 궁금한 마음에 마을을 돌다 좀 낮은 돌담 위에 바짝 붙어 서서 팔을 쭉 뻗어 봤더니 손가락이 담 끝에 닿지 않았다. 그 정도로 외암마을의 돌담들은 넓고 넓다. 여하간 이제까지 만난 돌담들 중 가장 인상 깊게 남을 담이었다.

외암마을의 보호수. 수령 600여년이다.
 외암마을의 보호수. 수령 600여년이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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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를 비롯한 풀꽃들이 가득 피어있는 참판댁 마당.
 개망초를 비롯한 풀꽃들이 가득 피어있는 참판댁 마당.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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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암마을에서 만난 나무들도 인상 깊다. 소나무의 거북무늬는 100년 이상 자란 나무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마을입구와 마을을 약간 벗어난 듯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 이렇게 두 곳 숲에 거북무늬의 소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었다. 그 옆에 있는 원두막(정자)에 올라가 앉아 있었더니 얼마 되지 않아 옷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흘렀다.

소나무 숲들도 좋지만, 마을을 돌다보면 600년 된 느티나무(보호수다)를 비롯하여 마을 곳곳에 은행나무와 호두나무, 향나무 등 굵은 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어서 나무들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나무가 많아 초가지붕이 겨우 보이기도 했다. 외암마을의 이와 같은 나무와 숲들은 그 가치를 인정,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마을숲 대상(2001년, 제2회)을 받기도 했다.

건재고택(중요민속자료 제233호)을 비롯하여 감찰댁과 교수댁 등과 같은 양반집들에는 멋있는 나무들이 많아 보였다. 이들 가옥들은 정원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특히 추사 김정희의 친필 현판이 걸려있다는 건재고택의 정원은 명품정원으로 손꼽힌다. 그런데 아쉽게도 2014년 7월 현재 건재고택을 비롯한 여러 기와집들이 출입 금지라 정원도 나무도 볼 수 없다.

덧붙이면, 건재고택은 몇 년 전의 자살 및 도박, 경매사건 이후 현재까지 예금공사가 관리하고 있다. 고택의 정원을 구경하는 등과 같은 특별한 목적이 있으면 예금공사에 사전 문의, 개방을 허락받으면 출입할 수 있단다. 건재고택을 관리하는 마을 사람의 말에 의하면 말이다. 하루 빨리 어떤 결론이 나 건재고택을 비롯한 이들 고택들이 제대로 관리되고, 그래서 명품으로 손꼽히는 이들 가옥들의 정원을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담장 가까이 있는 나무에서 열리는 과일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마음 편해요. 꽃도 손닿는 곳에 있는 것은 따가거나, 줄기를 꺾어 가요. 저것도(다육식물 화분을 가리키며)도 얼마나 꺾어 갔는지 형편없었어요. 많이 자라 이제 좀 봐줄 만한 거예요. 못 말려요. 손님하고 이야기 나누는 그 잠깐 사이에 꺾어 가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어떤 집에서 마을 주민과 이야길 나누고 있는데 아직 익지도 않은 호두를 따더니 잠시 만지작거리다 툭 버리고 가는 사람이 보였다. 그걸 보는 순간 골목을 걸으며 나뭇가지나 꽃이 꺾어진 채로 뒹굴던 것이 생각나 물어보니 이처럼 말한다. 씁쓸하게 웃으며 말이다.

그 집 주인의 그 말은 맞아 보였다. 이야기 나누는 중에 한 여자가 다육식물 화분을 가리키며 "조금 따가도 되죠?"라고 묻더니 주인의 거절에도 몇 차례 더 같은 말을 했으니 말이다. 주인의 사정이 곤란해 보여 "꽃집에 가면 3,4000원이면 작은 화분 하나 살 수 있어요"라고 거들었다. 그래도 그 여자는 막무가내로 몇 번 더 애원해보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마을 구경을 끝내고 가옥들을 조성해 놓은 곳을 구경하고 있는데 어떤 여자가 담장 곁에 핀 봉숭아꽃 앞으로 걸어가더니 봉숭아꽃을 뚝뚝 따기 시작했다. 그 여자에게 한마디 했더니 "어차피 질 꽃인데 따서 물들이는 게 낫지, 좀 따면 어떻다고 그러냐?"며 도리어 큰소리로 불쾌해했다. 한마디 더했다간 다툼이 될 것 같아 그냥 돌아섰지만 씁쓸했다.

점심은 홍경래의 난을 진압했다는 이용현(1783~1865)과 관계있다는 신창댁에서 먹었다. 주인에 의하면 마을에서 유일한 밥집이란다. 청국장을 시켜 먹었는데, 콩 건더기가 풍성한데다 짜지 않고 구수해 좋았다. 아마도 심어 가꾼 것들로만 만들었을 반찬들도 달지 않았고, 화학조미료가 느껴지지 않아 기억에 남을 밥상이었다. 밥값은 2인분에 1만 원이었다.

외암마을에 예정보다 오래 머물렀다. 오전 10시 무렵에 도착해 오후 5시 십분 전쯤까지 있었으니 대략 7시간 가까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도 아쉬워 집에 돌아와 외암민속마을을 다녀왔다는 사람들의 블로그 글들을 보니 미처 보지 못한 집이나 풍경들이 많아 아쉬움이 크게 남고 있다. 딴에는 제대로 돌아보자 여유를 가지고 돌았는데도 말이다.

어느 집에서 만난 제비집과 새끼 제비.
 어느 집에서 만난 제비집과 새끼 제비.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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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암민속마을 앞 들 부분.
 외암민속마을 앞 들 부분.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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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초가지붕 이엉 얹는 모습 등 어렸을 때만 봤기 때문에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는 풍경들도 워낙 많이 검색되었다. 그래서 동생에게 "외암마을에 갔다 왔다는 사람들 글과 사진을 보니 계절마다 정겨운 풍경들이 참 많더라. 기차와 버스로 2시간 밖에 안 걸리니 계절마다 가보자"고 했더니 동생은 한술 더 떠 이처럼 말한다.

"제대로 느끼려면 아쉬운 대로 하룻밤만이라도 자면서 새벽과 밤도 만나봐야 할 것 같아."

집으로 돌아오니 무척 더웠단다. 그러나 외암마을은 약간 더운 정도였다. 아마도 그 많은 나무들과 마을 앞에 시원하게 펼쳐진 들판 덕분이리라. 동생 말대로 계절마다 하룻밤씩 자면서 외암마을의 별과 새벽공기를 만나봐야만 그래도 외암마을을 조금 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라 더욱 가까이 와 닿고 있다.

난 누구에게 여행지를 추천할 정도로 많은 곳들을 다녀보진 않았다. 그러나 외암민속마을은 꼭 추천하고 싶다. 특히 어린아이들과 함께 가기에 좋은 곳으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옛 마을의 정취나 옛날 사람들의 생활은 물론 역사공부에 농촌체험까지, 그리고 건강한 먹을거리까지 갖춘 여행지인 데다가, 나무가 많아 맑고 시원한 곳'이란 설명과 함께 말이다.

참고로 외암민속마을의 민박요금은 2014년 현재 6만6천원(4인 기준)이다. 몇 집이 민박을 운영하기 때문에 관리사무소에 예약하면 순서대로 배정한다. 그런데 특별히 머물고 싶은 집이 있으면 예약할 때 지정하면 된단다. 외암마을은 체험마을이기도 하다. 그래서 민속용품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들이 있다. 자세한 것은 외암민속마을 누리집에 안내되어 있다.

덧붙이는 글 | 온양온천역에서 외암민속마을까지 버스로 10분가량이다. 2014년 7월 현재 온양온천역에서 외암민속마을로 가는 버스는 100~130번까지 5개 노선(100,110,111,120,130) 정도다. 버스에 따라 송악농협(111)이나 송남초등학교(100, 110,130), 외암민속마을(120)에서 내리면 된다. 온양온천역에서 11km 정도 떨어져 있어 자전거 여행도 가능하다고 한다.



태그:#외암민속마을, #중요민속자료 제236호, #중요민속자료 제233호, #건재고택,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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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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