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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와 관련하여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 김득중 무소속 후보 출마와 관련하여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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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22명, 옥쇄파업 77일, 단식투쟁 41일, 철탑고공농성 171일...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와 함께 떠오르는 단어들은 항상 암울하다.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거칠고 가슴 아프다. 그 아픈 현장 중심에 있던 사람이 정치를 하겠다고 해서 만나 보았다. 김득중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이자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다.

그는 현재 평택을 무소속 국회의원 후보다. 지난 6일 전국 진보사회시민단체와 진보 야 4당은 선대본 발대식을 열고 진보단일 노동자 후보로 김 후보를 내세웠다. 늘 투쟁의 중심에 있던 그를 만나 본 첫 인상은 '정치하기엔 말결이 너무 고운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곤란한 질문에 이리저리 돌려 말할 줄도 몰랐고, 허세가 있어서 듣는 이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줄도 몰랐다.

안경을 써서 그런지 거친 노동 현장에 있던 사람이라기보다 '책상물림'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정치인이 싫다던 그가 왜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는지 말이다.

쌍용차에서 세월호로, 확대된 시야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후보는 해고 노동자와 세월호 문제가 가장 컸다고 한다.

"쌍용차 문제 해결이 출마 목적의 하나이긴 하나 전부는 아니다. 정리해고와 노조탄압을 비롯한 각종 노동의제, 쌍용차 문제로 인한 자살과 산재로 인한 죽음의 문제를 막고 싶었다. 그 가운데 출마를 결심한 결정적인 문제는 세월호 사건에서 승객을 한 명도 구하지 못한 정권의 무능이었다.

그런데 6.4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몰락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기사회생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노동자가 '직접 살리는' 정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 죽음의 문제가 가장 핵심이었고, 해고노동자와 세월호가 그 중심에 있었다."

많은 지지 세력과 함께 선대본을 꾸렸는데, 현실적 득표 전략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에는 당선을 확신하며 정치를 외면하는 노동자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다른 정당 후보들에 비해 많이 늦게 출발했다. 지역에서 양당은 알지만 무소속 김득중은 잘 모르더라. 늦게 출발했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함께 선대본에 하는 분들이나 진보 시민사회단체 각각이 고민을 함께 하고 있고, 절박함이 있다. 늦게 출발했지만 지지 여론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본선에 들어가면 급속도록 확장될 것이라는 확신 갖고 있다.

노동자 활동을 20년 가까이 해 왔는데, 그 관계로 활동가, 노조집행 간부들을 많이 알고 있는데, 그들의 정치세력화 문제도 같이 풀어가야 한다.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노동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었었다. 그러나 분당 사태로 많은 노동자들이 정치에서 약간 외면하기 시작했다. 이번 선거에서 얼만큼 정치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모아낼 것인가가 관건이다. 현실적으로 충분히 당선될 수 있다고 본다."

'살리는 정치'를 선거 슬로건으로 내세운 이유에 대해서는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요구,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염원을 담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슬로건을 '목숨 뺏는 정치 끝내겠습니다'라고 정했다. 사회적 아픔, 사회적 타살을 끝내고 싶다는 열망을 담고자 했다. 각종 민영화, 영리화라는 정부 정책이 노동자들을 죽음, 벼랑 끝으로 내몬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 구호가 너무 어둡다는 말에 슬로건을 '살리는 정치, 함께 살자', '노동자 직접 정치를 열겠습니다'로 변경했다. 국가 폭력에 내몰렸던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요구,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염원을 담았다. '함께 살자'는 경쟁이 아닌 함께 하는 공동체, 사람의 도시로 가자는 의미다."

대통령 대선 공약인 국정감사가 지켜지지 않고 있는 쌍용자동차 해법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노사합의와 노노대화 등이 전제되어야 하며,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문제 해법은 개인이 제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노사합의와 함께 정치가 지원해 주면 가장 좋다. 그동안 정부 지원을 요구해 왔지만 잘 안 됐다. 쌍용차가 갖고 있는 문제, 지원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살피려 하지 않는다. 평택시와 정부가 방법을 찾아줘야 한다. 해고자 복직과 희망퇴직자 복직 등의 문제는 공장에서 일하는 대의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 나갈 것이다. 서로 머리를 맞대서 평생 일터를 만들자는 희망을 이번에 만들어야 한다. 쌍용차 기업노조 김규한 위원장이 대의원들과의 만남을 주선해 준다고 했다.(쌍용차 기업노조는 2009년 파업투쟁 실패 이후 금속노조를 탈퇴한 공장 내부 노동자들의 노조다.)

경영진은 임기가 끝나면 쌍용차를 떠나겠지만, 노동자들에게 공장의 의미는 다르다. 그동안 정치 불신이 있던 사람들이지만 답(대화)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해고자 186명이 복귀를 희망하고 있고 희망퇴직자 1900여명이 떠났는데 그들은 비정규직화되어 힘들다고 한다. 그들에 대한 정상화가 있어야 한다. 다만 후보 혼자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은 노동현장에서 이야기 나와야 한다. 노노갈등이 선거 과정에서 공장순회를 통해 치유되길 바라고, 해법의 실마리가 있을 것이다.

쌍용차 문제에서 정치인들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정치인들 손 떼라' 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가 쌍용차에 해 준 게 뭐냐는 불신이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좀 더 관심을 갖고 기업 유치 이면에 노동자들의 삶의 질도 살폈으면 한다. 당선되면 그 자체가 지역사회에서 쌍용차 해결욕구에 대한 상징성을 갖는다. 노사 뿐 아니라 지역사회, 정치권이 함께 존중하고 풀어가야 한다. 서로 상대를 존중하고 실체를 인정하면서 갈등을 풀어나가야 하지 않겠나."

매니페스토 협약식에 참석한 김득중 후보
▲ 매니페스토 협약식 매니페스토 협약식에 참석한 김득중 후보
ⓒ 평택시선과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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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표로 연결될 지역 밀착형 공약이 있는가 하는 질문에는 기성정당들이 하듯 장밋빛 공약이 아닌, 실현 가능한 것들을 내걸었다고 했다.

"성장과 개발 문제는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기성 정당들이 하듯 장밋빛 공약으로 하기 싫다. 현실 가능한 것이냐는 부분을 살펴야 한다. 지역의 절대다수가 노동자이고, 도농복합도시인 점에 비춰, 후보가 내고 있는 5대 공약, 해고시대 종식과 안전한 도시, 세월호 특별법, 쌀 관세화 개방 저지, 미군기지 이미지가 아닌 평화의 도시, 혁신교육지구 추진 등은 농민, 골목상권 상인들에게 짧은 시간에 드러낼 수 있는 현실적 공약이라고 본다."

쌀 관세화 개방 저지 공약이 갖는 의미는 뭔가라는 질문에는 정부가 이미 쌀 관세화를 결정해 놓은 듯한 행보를 보인다며 비판했다.

"평택은 도농복합도시이면서 농업관련 단체가 많아 쌀 농업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쌀 관세화 반대를 주장하는 어떤 단체가 각 읍면사무소 지정 게시대에 쌀 관세화 반대 현수막을 걸었는데, 정부가 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더라. 그렇게 지방정부 압박하는 건 결국 관세화로 간다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다. 선거 국면에 이 부문 이슈화시켜야 한다."

"전쟁이 아닌 평화로 발상 전환 필요"

평택의 핫 이슈인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한 공약이 없다. 미군이 오는 것은 현실인데, 지나치게 도외시하는 것 아닌가에 대해서는 기성 정치인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미군기지 이전을 정치인들이 돈 잔치로 몰고 가고 있고, 평화는 안중에 없어서 기본 전제가 틀렸다는 그의 진단은 평택과 대한민국의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미군기지 평택 이전은 반대 입장이었고, 지금까지 그 생각은 유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책사업으로 일방 추진되면서 평택에서 여러 청사진들이 제시되고 있다. 무조건 개발, 도시계획이라고 얘기하는 게 잘못됐다. 정치인들은 미군기지를 이용해서 개발에 관한 성과물을 홍보하지만, 뭔가를 하겠다는 게 없다.

국회의원이 되면 소파를 개정하고, 중앙정부 직할로 미군범죄 수사단을 평택에 유치하겠다. 평택이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해 왔으나, 어차피 진행될 것이라는 현실 속에서 돈 잔치로 흐르는 경향이 문제다. 그런데 우리는 한반도 정세가 시민 의사와 무관하게 변할 수 있는데, 평택시민이나 정치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주한미군이 떠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미군범죄, 미군특권, 지역상권 문제 등 미군기지 이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예상할 수 있는 많은 문제를 논쟁하지 말라는 분위기다.

그러나 올바른 정치인이라면 '평택시는 평화의 도시'라는 역발상을 통해, 장기적으로 미군기지 이전이나 축소를 이끌어 내야 한다. 미군기지로 인한 파생 문제에 대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평택시민) 의사와 무관하게 평택은 미군기지라는 인식이 생겨선 안 된다. '평화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미군기지 이미지를 축소시켜야 한다. 언젠가 떠나야 할 미군기지라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지역통제권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지역 국회의원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 제기해야 한다. 타 정당 후보의 평택100만 도시 공약은 미군기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50만 자족도시가 현실적이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의 목소리는 귀를 쫑긋 세워야 할 정도로 톤이 낮았고 나긋나긋했다. 오랜 기간 투쟁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사람이라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노동자, 농민을 대변하겠다는 그의 말이 진정성 있게 다가온 이유는 그는 삶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 문제를 넘어 세월호, 쌀 관세화 반대,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에 대한 미래지향적 관점은 '평택 촌놈'을 전국적 관심 인물로 만들었다. 기성 정치인들이 돈 잔치와 전쟁놀이에서 벗어나게, 무능한 양당 정치를 넘어 노동정치, 사람 살리는 정치를 만들어 내겠다는 그의 각오가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태그:#김득중, #평택을, #7.30재선거, #국회의원, #해고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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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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