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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삼성중공업 직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가 진행되면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과장이 감사를 받던 도중에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준비해 간 농약을 마셔 병원에 후송되는 일이 벌어졌는가 하면, 부장은 감사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내용의 글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또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정문 앞에서는 지난 7일부터 '구조조정 반대 철야농성'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중공업 감사로 인해 거제지역 경제가 위축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삼성중공업 사측은 "상시적인 감사로, 내용이 와전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2월부터 그룹 차원 감사... 이어지는 사건사고

삼성중공업에 다니다 해고되었던 김경습 거제지역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7일부터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앞에서 “구조조정 반대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에 다니다 해고되었던 김경습 거제지역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7일부터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앞에서 “구조조정 반대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 이김춘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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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는 지난 2월부터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80여 명의 감사반이 투입되어 '경영진단'이라는 이름으로 감사가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지만, 사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감사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본관 3~4층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감사장 분위기에 대해 '취조실'과 다름없다는 말도 있다. 삼성중공업 직원들 사이에서는 경영진단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한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중공업 직원들은 감사에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다가 지난 6월 13일 사건이 터졌다. 50대 과장이 이날 오후 감사를 받다가 박카스병에 든 농약을 마셔 병원에 후송되었던 것이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삼성중공업 과장이 감사를 받다가 음독 자살을 시도한 셈이어서 더 관심을 끌었다. 당시 사건은 <오마이뉴스>가 보도하면서 알려졌고, 이후 상당수 언론들이 뒤따라 보도했다(관련 기사 : 삼성중공업 과장, 감사 받다 농약 마시고 병원 후송)

그 뒤 또 하나의 일이 터졌다. 삼성중공업 부장이 6월 29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감사의 부당성을 주장했던 것이다.

그는 블로그에 "감사 진행 중에 두 감사자에게 인간적인 모욕과 자존심을 밟는 모든 말에도 제 자신의 깨끗함에 참으며… 울분을 터뜨리며 가고 있습니다. 저 명세 합니다. 제가 죽는 한이 있어도 이 감사에 대해 끝까지 청렴결백함을 보여 주겠습니다"라고 썼다.

블로그에 따르면, 감사반은 그에게 협력사로부터 금전수수나 향응제공을 받았는지 여부를 물었다고 한다. 부장은 "그런 것이 없다"고 하자 감사자 2명은 "생각을 더듬어 가며 생각해 내라"고 몰아부쳤다는 것. 그는 "오직 앞만 보고 업무처리한 사람을 금전수수 받았다고 해 정신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감사반이 자진사퇴까지 요구하는 내용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글이 블로그에 올라오자 파문이 일었다. 해당 블로그는 7월 4일 오후부터 연결이 되지 않고 "접근이 제한된 블로그입니다"는 안내문만 나와 현재는 볼 수 없는 상태다.

삼성중공업 직원들에 대한 대규모 감사가 진행되면서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지역에서는 거제시의회가 이 문제와 관련해 삼성중공업에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노동당 한기수 거제시의원은 11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삼성중공업 감사가 지역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감사가 사실상 구조조정을 하려는 의도라는 말도 있다"며 "그러나 의회 차원에서 다루기는 정서상 쉽지 않다"고 말했다.

<거제타임즈>에 따르면, 반대식 거제시의회 의장은 "기업의 감사행위에 대해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역경제의 근간인 삼성중공업의 장기적인 감사로 인해 임·직원들이 심적으로 너무 큰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며 "이 같은 영향으로 인해 지역 경기도 덩달아 위축돼 있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태"라고 밝혔다.

구조조정 위한 사전 작업?

대대적인 감사와 관련한 농성도 벌어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에 다니다 해고되었던 김경습 거제지역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7일부터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앞에서 "구조조정 반대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거제지역일반노동조합은 거제지역 노동시민단체들과 함께 '삼성중공업 구조조정 반대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중공업은 지난 2월부터 80여 명의 그룹 감사반이 투입되어 경영진단이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그런데 그 과정에서 경찰 취조실을 방불케 하는 곳에서 위압적인 분위기의 감사가 진행돼 인권유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중공업의 대대적인 감사는 희망퇴직 등 인권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감사를 통해 사전에 인원 구조조정을 하려는 것"이라며 "삼성중공업은 구조조정 대상자들을 감사라는 수단을 통해 압박해 스스로 회사를 떠나게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사실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그곳에는 14~20개의 방이 있고, 방 크기는 2평 남짓하며, 완전 방음시설이 되어 있고, 감시 카메라가 있다"며 "감사반 2명이 한 조가 되어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습 위원장은 12일까지 철야농성을 벌인다.

삼성중공업 사측 "취조실 없고 와전됐다"

삼성중공업에는 노동조합이 없고, 노동자협의회가 결성되어 있다. 노동자협의회는 노조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관계자는 "지금도 감사가 계속되고, 비인간적인 감사 형태가 진행되고 있으며, 감사반은 비위 의혹에 대해 정확한 물증을 제시하지 않고 '불어'라고 하는 방식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퇴직하는 직원들도 소리 없이 (퇴직)하고 있어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삼성중공업 사측 관계자는 "감사는 삼성그룹 차원에서 하는 게 아니라 회사에서 하는 상시적인 감사다. 회사의 자정 활동의 하나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취조실은 아니고 와전된 것이며, 회의실에서 감사를 한다"고 밝혔다.


태그:#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거제지역일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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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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