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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언론노조 MBC본부 정영하 전 본부장, 강지웅 전 사무처장, 박성제 기자(오른 쪽부터)가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로비에서 출근투쟁을 하고 있다.
 지난 10일 언론노조 MBC본부 정영하 전 본부장, 강지웅 전 사무처장, 박성제 기자(오른 쪽부터)가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로비에서 출근투쟁을 하고 있다.
ⓒ 언론노조 MBC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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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8시 40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로비. 3명의 MBC 직원이 출근했지만, 출입구에서 가로막혔다. 마침 안광한 사장이 로비를 지나 출입구로 향했다. 이들이 "얘기 좀 하고 들어가시죠"라고 했지만, 안 사장은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언론노조 MBC본부(아래 노조) 정영하 전 본부장(위원장)·강지웅 전 사무처장과 박성제 기자는 결국 발길을 돌렸다. 11일 오전에도 출근했지만, 또 다시 가로막혔다. 이날 안 사장은 이들을 피해 다른 출구로 회사에 들어갔다. MBC는 지난 7일부터 정영하 전 위원장을 비롯해 해고 무효 판결을 받은 해직자 6명에 대한 출근을 저지했다. 

해직자 6명을 MBC 직원으로 인정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문은 MBC 앞에서 휴지 조각으로 전락했다. MBC는 또한 국회 세월호 침몰 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 불참했고, 항의방문한 세월호 유가족을 문전박대했다. MBC는 앞서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오보와 유가족 폄훼 보도로 논란에 휩싸였지만, 사과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화자찬한 바 있다. MBC가 사법부, 국회, 국민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법원의 복직 판결·가처분 결정 무시... "MBC는 법 위에 군림?"

법원은 지난 6월 27일 MBC 해직자 6명이 낸 근로자지위보전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들 중 이상호 기자를 제외한 5명과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2012년 노조의 파업 과정에서 해고됐다. 당시 MBC는 노조를 압박하기 위해 해고 등 대량 징계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1월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노조의 파업이 정당하다면서 해고를 비롯한 MBC의 징계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MBC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했다.

이상호 기자는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일 하루 전 MBC가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씨 인터뷰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트위터에 알렸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해고 사유는 '회사의 명예 실추'와 '기자로서의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이상호 기자는 해고 무효 판결을 받았다. 이 또한 MBC가 항소했다.

결국 7명의 해직자 중에서 최승호 PD를 제외한 6명이 법원에 자신들이 MBC 직원임을 인정하고 임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법원은 법원의 판결 등으로 부당해고로 확인됐을 때 즉각 해고를 무효화하는 내용의 MBC 노사 단체협약 40조를 인용하면서, 2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해직자를 MBC 직원으로 인정하는 결정문을 내놓았다.

가처분 결정문이 나오자, 회사는 "근로자 지위를 임시로 정해주는 제한적이고 부분적인 결정"이라면서 "법리 검토를 거쳐 적절한 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적절한 조치는 출근 저지였다. 해직자에서 MBC 직원이 된 정영하 전 본부장 등이 7일 첫 출근에 나서자, MBC는 출입구를 걸어 잠갔다. MBC 관계자는 "법원에 곧 이의신청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MBC의 출근 저지를 두고 회사 안팎의 비판이 크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10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MBC 기자회·PD협회 등 7개 직능단체는 "MBC는 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인가?"라며 해직자의 복직을 주문했다.

정영하 전 위원장은 "MBC에서 워낙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비정상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경영진은 비판 여론에 귀를 닫아버렸고,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도 이를 용인하고 있다"면서 "경영진이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무시하는 것은 이들의 MBC 장악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유가족 문전박대... "'어용 나팔수' 될 것"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대표자들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앞에서 세월호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기관보고에 불출석한 MBC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김성남 언론노조 위원장과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이 노조위원장 면담을 위해 노조사무실로 가려하자 MBC청경들이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문을 걸어 잠궈 출입을 막고 있다.
▲ 노조사무실 출입막는 MBC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대표자들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앞에서 세월호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기관보고에 불출석한 MBC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김성남 언론노조 위원장과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이 노조위원장 면담을 위해 노조사무실로 가려하자 MBC청경들이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문을 걸어 잠궈 출입을 막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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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국정조사에 불참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크다.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는 지난 7일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전원 구조 오보 등을 내 혼란을 야기한 KBS와 MBC에 대한 기관보고 일정을 잡았다. MBC는 의원들에게 사장 인사말 등을 보내는 등 참석 의사를 나타냈다.

안광한 사장은 지난 2일 노조에 보낸 공문에서 "국정조사 기관 보고로 인해 회사 일정에 여유가 없다"면서 단체교섭 실무분과회의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MBC는 기관보고를 하루 앞둔 6일 국회에 안광한 사장, 이진숙 보도본부장 등의 불출석을 통보했다.

MBC는 불출석 이유에 대해 "이념·정파적 갈등이 국가재난인 세월호 보도를 문화방송 길들이기 수단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정조사에서 재난보도가 정치적 입장에 따라 공방에 휘말릴 경우 언론사의 중립성과 객관성이 훼손될 위험이 크고, 언론자유가 심대하게 침해될 수 있다"는 게 MBC의 주장이다.

8일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이 항의방문했지만, 회사는 그를 문전박대했다. 노조 사무실을 방문하려 했지만, 저지당했다. 유경근 대변인은 "MBC가 부끄러워서 (국정조사에) 못 나오는 줄 알았는데, 사유를 보니 '내가 뭘 잘못했느냐' '너희가 뭔데 우리를 건드려?'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MBC는 실종자, 희생자 유가족들 가슴에 대못을 박아 놓은 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서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MBC는 제대로 된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어용 나팔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막 나가고 있는 MBC는 공영방송으로서의 기능이 무력화되고 있다, 앞으로 공공성을 회복할 가능성은 '0'으로 보인다"면서 "경영진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 대주주인 방문진은 손을 놓고 있고, 내부 저항의 목소리도 힘을 잃었다"고 꼬집었다.


태그:#막나가는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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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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